brunch

문화유산보다 그늘

남사마을, 단성향교, 거연정, 동호정, 농월정, 허삼둘가옥, 정여창고택

by 소중담

< 여행 열일곱째 날 >


아침에 일어나니 기력이 달리고 피곤한 느낌이 들었다.

‘좀 쉬었다 여행을 계속해야 하나’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샤워를 하고 나니 그런 생각이 말끔히 사라졌다. 벌써 뜨거운 햇볕이 내리쬐고 있었다.


‘경북에 안동이 있다면, 경남에는 남사가 있다’는 남사예담촌에 방문했다. 남사마을은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 1호’라고 당당하게 소개하고 있었다. 그런데 너무 더운 날씨 탓에 한옥의 아름다움이고 뭐고, 가장 좋았던 것은 회화나무와 돌담이 만드는 그늘이었다. 늘 느끼는 것이지만, 한옥은 소위 ‘사진발’을 정말 잘 받는다.


20190803_100534.jpg


jhmhXwYu-1PXZCUiXyLoAOg7RqeMkbKAA2PgxP5TDbu4XGtTQSI0ffwuAWhNrjcxTzTlda72mlXfsO-PVmfixE1-1R0bUePUXMwm7ZyYb1olOyPFXeRwO2YN50V51qsg9EuSx329GLg04DF_wJNSvIc 남사마을의 아름다운 돌담길


JY4Xk1ammQkM79HShTkcf_bSBu-hE4Dqbu4XFY-tQJGnMuVAlF9-PCXj4rGjgk_2vBV54mFqzuVpo4MXaRyBAm9rU8t-sijK-jbcgmWN3c45MskkfXq2T2huiIoX2Lgd0pU2WPT-nLguTISnoJvtGxs 이 두 그루의 회화나무는 서로에게 빛을 더 잘 들게 하려고 몸을 구부리며 자란 것이라 한다. 부부가 나무 아래를 통과하면 금실 좋게 백년해로한다고 하여 '부부나무'로 불린다.


SQ2u-LGpj-3JLls6LS7uwYSkqHcn1uQfRmhPkwQTxWZdsgRh4loMde0bk9eMlv1h8m58dP4l6GVvV4s-E_AnCvcLmQ1_IMiS7LBk4rD-L3GZWbQmk1lW597G3FqIXS3_4jUTmto86yi0oUqV0ypgMb4


UIc44WSdmLpYwwvnPjXaKdfRua02ybiMnhFOBgvLsxKa_ITERxRuQ1xr22lwH7QvK4JBNqhQeeWSQiUfev62ghqWAudfjVAypKXI1G68JLzr0CeP_68nvIjIi2tAz-NdI9wbC90buZzofGuvP2kHUlA 남사마을의 아름다운 한옥 건물들


남사마을에는 18~20세기 초에 지은 전통 한옥이 40채 정도 남아있다고 한다. 문화재청의 설명에 따르면, 양반 가옥 주변에는 높다란 토담이 형성되어 있고, 서민들이 거주하는 민가에는 돌담이 나지막하게 남아 있어, 신분에 따른 담의 구조와 재료, 형식의 차이를 확인할 수 있다고 한다.






단계마을부터 들러야 했는데, 단성향교를 들른 후 바로 거연정으로 와버렸다. 동선이 꼬이는 바람에 단계마을과 영암사터, 2개의 코스를 생략해야 했다. 거연정을 비롯해 동호정과 농월정을 들렀다. 영남의 명승 중 안의삼동, 그중에서 화림동, 또 그중에서도 제일은 거연정이라고 했던가.


농월정은 계곡이 넓은 데다 너럭바위가 많아 많은 사람을 수용할 수 있어 좋았지만, 음주 가무가 난무하는 관광촌이 되어버린 지 오래다. 그에 비해 동호정과 거연정은 그나마 사람들이 적어, 호젓한 여유와 정취를 즐기기에 알맞다. 동호정은 차일암이라는 수백 명을 수용할 수 있는 바위가 명물이고, 거연정은 구름다리가 놓인 정자와 수직절리로 생긴 기묘한 화강암 더미, 그 사이를 흐르는 계곡물소리가 일품이다.


KExby5MPeBazis8-GUOjbzBW1ArJrsFE7eHXOVfGmA8vujX98BmtlhX9x9hjJbdBhOif7VnhdiEZn3m2ElG1zj3POJb2z5JqHOd8YSZRDEcJc9N3R-ee2AGyMwrvtKf-9JrGBwRKYc52Ba0qb3xew3Q 조선 후기의 학자 임헌회는 <거연정기>에서 “영남의 명승 중 안의삼동이 가장 빼어나고, 그중에서도 화림동이 최고이고, 화림동 명승 중 거연정이 단연 으뜸이다.”라고 기록했다.


L38fN51QEAAftdThHz7X4ZiCYBw3qJ3YI9pXlz5Awj8X3PZsvyCzucdR1bAv_hICSz1v9b75R-G3N1WuV1BiRtwpkUlbkrDvHlQhzmqohpoeDvYjEJ8Zt5UPli1Zpy6jRMQYyFsKFp1siHHQ-OwGpTw


j-7OdtjqhIoUccOAtJ6rctOuqWAUvuzGRlsR0cAImNjzpeDIcByFpcj1GEr1c9HEF2x9dovNDqPSnyedyv6BA310N20_BN24ziHerhxbqDVy0Qmx1cPkw4slmIL8OrCqZUsZRbNiYRO6bEUIBNvBCgo


T5RCEOfWCulFTmrYD3-zwDz03VAhknjwrzXSgkgjWMksPFiXMyH1E6girzxpWeZ87dW8sRRHDhMISQvxinzVaIsBsgJbPD2cP39l9JOY2qqxEWuKFbxRjtru2zUEs3FVjQqF7G-fHgjbMcv1cjED6bw


거연정과 수직절리 화강암 계곡. 거연정은 정면 3칸, 측면 2칸의 정자인데, 방을 가운데 두고 바깥쪽으로 마루를 둘렀다. 정자의 네 귀퉁이를 받치는 기둥들은 바위의 모양에 따라 높낮이가 다르게 만들어져 있는데, 건축기법이 자연 친화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수직절리로 생긴 울퉁불퉁한 화강암 바위들 사이로는 맑은 계곡물이 감돌아 소용돌이치는데 그 소리가 인상적이다.






동호정은 화림동 계곡에서 가장 크고 화려하다고 한다. 거연정과 같이 정면 3칸, 측면 2칸의 정자로 가운데 방을 들인 형태지만, 중층 누각 건물이다. 동호정에는 노래를 부르는 곳, 악기를 연주하는 곳, 술을 마시며 즐기던 곳이 있었다고 한다. 차일암은 술을 마시며 즐기던 곳이었으니, 정자 옆의 커다란 바위가 노래를 부르는 곳이거나 악기를 연주하는 곳이 아니었을까?


Wmp7lbOVRSz8MUSDtJP5sdphDyQLigPHWL9SetksNafYJi3DF_VU42HnR6UqMNS-0v5rcR_q0LTTuKpd5w2hNxphPVQSVP1GB8YH_ouUcOj2CWsaFf4-a5L65OA_iAYK-RVZQQs-NeojodP2EavySPU 동호정으로 올라가는 계단. 통나무를 깎아 만든 것인데, 특이하게도 좌, 우 두 쪽으로 이루어져 있다.


Bgyu7VE7Y2xojv6-la1wpULiuL-J-WfAtubaLlCbaUFlmsKR5JFzSSkvHMevc6cmjrz5pn4ppt3XJpHmCDVRC4-kvI6m82vx7hiD0rDYxZfBd7aWQMEBw9AFUVWMHTGCAcpFC3BLMBQ5EWJceopZcw8 동호정 옆으로 보이는 큰 바위가 명당자리라고 한다. 자리 잡기가 무척이나 어렵다고...


4CLX60iCAkCZ4PACiK0goJlV8UOHijZ1KRDBxx9vWMgj8-dJqvQotA5b9B6jpkTgtAiaT6pCRGqpwnPz9Z2yAEAPtbO7P-ZbEvE4-7iFXdoeCTNeJGXr1_V3SwWUyp42QgyAovABvmhEvdKy0zTayKc 동호정 차일암






농월정 정자는 화재로 소실되었다가 다시 복원되었다고 한다. 임헌회는 거연정이 단연 최고라고 하였지만,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은 농월정이다. 농월정의 계곡은 너럭바위가 큰 지대를 이루고 있어 머물기 좋고, 주변의 경관 또한 무척 아름답다.


ivRwcpCveLzrY8lcEQWZ5dIukzoFTXyuWZ8B5T5Ui-78WOSkuBmpnfNG7mdjkOrcIRiDJGtSdUgULIfyKaGwPDSQr3DiNOMl6w-toDSJ_ArD_XVVhNoYPwefUcAOOP5sap8kMWc7199-0SE1TMiQru0


JjvA60H7a06zyqadQttv37YnqIoeTuucHYn8EE6qV6g78jeqxlt9qMdy3HWiyWOpFYBTIs9A898h_fn1COntxZxzD2HX2tNRRZ8I3eatR9o8u2hDEJ0OUnBNNxHw_XXCm70Dz94Jdwrm5_qouWl7TPg


pfNqiBrKuR3vBmNWYnEQQq3HVrkosmn2EssAwLo80evICjMt7iLSUlyYfxtoZ9JhS4wjAnZXuOdXNc2Z5ojyKWLCRXuJFyuJX7p3v1--ILNs3xiGCPk8cBE3RAJL56iqKbJrDQ-jrA7hZVW4v9nJvDM






허삼둘 가옥의 특이한 부엌 배치는 인상적이었다. ‘ㄱ’ 자 형태의 건물 정중앙에 놓인 부엌은, 살림을 하는 안주인의 동선을 줄여주도록 설계되어 있다. 여인을 위한 배려였다. 그런데 부엌의 문이 너무 좁았다. 좀 더 넓게 만들어주지 그랬어~


정여창 고택에서는 이틀 전 보았던 ‘녹두전’ 촬영 팀을 또 만났다. 한참 촬영을 준비하는 시간인 듯, 스텝들이 폭염의 날씨 속에서 땀을 뻘뻘 흘리면서 무대 설치와 촬영 준비를 하고 있었다. 정말 칭찬받아야 할 사람들은 바로 이런 사람들인데, 아쉽게도 이들의 노고는 깊이 살펴주지 않으면 잊히고 만다.


거창에도 24시간 찜질방이 없어 그냥 사우나에서 몸을 씻고, 저녁을 먹은 후 텐트 칠 자리를 찾았다. 이번에 찾은 곳은 ‘죽전 공원’이었다. 죽전공원에는 음악 분수가 있어 저녁에 두 차례 가동된다. 생각지도 못했던 선물을 받은 듯, 행복한 마음으로 음악 분수를 감상하고 분수 옆 나무 덱에 텐트를 쳤다. 공원도 시원했지만, 분수의 물로 인해 생기는 온도 차로 더 시원하게 느껴졌다. 잠자리가 눅눅하지 않고 쾌적하다.


2_05EYVRZE9O3NybjjA4qZcEz8SaxLXr_F8_YHfDXF7Mix7P_Dyvq-nzGxCa_v5zJW6vxE1OHRxdUSLFsDVnhqIomoMKqmJLbvuEkeDqP0kjgG7Cm1E35g8huOV5EOPPsGxVghIZ221MQMkiRNJ4riM 허삼둘 가옥의 안채 모습. 이 집은 안채, 곡간채, 행랑채, 사랑채가 ‘ㅁ’ 자형을 이루고 있다.


cqtfdwi30ub84txZt93xeM2msnUdoJYMJpc6QwtWAoWIVuMCyJfd0ETBpjPKtCyUsx_WlyxtBKOcdhcfxVQ_jKZ1v9ifI_AG71xciwOBjzdAbQVIBuAzORdmYk10BXv5W_xYsCzSk-VhDl-SaqyAPlY

허삼둘 가옥은 진양 갑부 허씨의 딸 허삼둘이 토호 윤대홍에게 시집와서 지은 집으로, 상량문에 1918년에 지었다는 기록이 있다. 안채의 앞 툇마루를 열어 부엌으로 출입하는 통로를 내었고, 부엌을 중심으로 방들을 겹집의 형태로 배치하였다. 이러한 안채의 구성은 당시의 시대상을 과감히 탈피한 여성 중심의 공간 배치로, 우리나라에서 거의 유일한 예라고 할 만큼 학술적 가치가 높다.

- 내용 출처 : 문화재청 홈페이지





kgeRkmiTIJMwvGyuKgovU7diKTEBXVFhigXhHA7MDyIqbN24x3_rnpP_SE5Y8Q_SnNBPHEN0RDxzaAGweJGoYp3tG_nllMeppYIcJwkNdQ7_i-WlXcQX2bE35ilYstqkXrIsIk7uBexNMtodSl3k2kM 정여창 고택에서 만난 녹두전 촬영팀. 인연이 있는지 일두 고택에서 또 만나게 되었다.


HsO2zfu0zJB3RckKSkeIG5SNRzLw8xVXbRGd7YDSKhZvUuxKPqRTUYsGll-PTr9H7LqnJSerVQXWtai7NcIlu4EzIfvknTWIRP0xobPmT-hu_DRsXIP5j1vmrOKsCBASJ7ZfGDxov0YlEQH5j8qfddc 일두 정여창은 뛰어난 학덕으로 성리학사에서 김굉필, 조광조, 이언적, 이황과 함께 5현으로 칭송받고 있다.


eYFffMuf0Gucz-P61_JpcumaKtBozNj8kKHAG9FKK48ZRkAgZUaKNA8DEFKkbGdpUsPkVCmM-xkwn5EXDVAr17_ZmElug-5kPSi7Q4OsDq06lu_nOHTWwehyFcG8DWHl5M0MEB-0IOq-oFg4Gcu-2_Q 죽전 공원 음악 분수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