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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치고써 Jul 14. 2024

연포탕

2024년 7월 13일 토요일, 맑음


조금 있으면 처가에 가야 해서 점심을 대충 해결하기로 했다. 사실 점심 식사를 할 시간은 훌쩍 지났다. 느지막이 일어나 아침을 늦게 먹었으니 지금 점심을 먹기에는 애매한 감이 없지 않았다. 게다가 저녁에는 처가에서 어느 정도의 만찬을 즐겨야 하니 아무래도 속을 비워야 할 것 같기 때문이다.


대략 1시간 전에 아들이 군에서 외박 차 나왔다. 오늘은 대중교통으로 오다 보니 제때 식사를 하지 못하고 그냥 내려왔다. 걱정거리가 한가득인 아내는 외박을 나온 아들에게 이따 처가에 가서 먹을 때 먹더라도 일단 요기는 하고 가야 한다며 아들에게 즉석에서 한상을 뚝딱, 하고 차려주었다. 원님 덕에 나발 분다고 했던가? 그 덕에 나 역시 식탁에 같이 앉아 오늘은 연포탕을 먹게 되었다. 아니 마셨다고 해야 할까? 각종 해물이 어우러진 이 연포탕 한 그릇에 온 마음이 따뜻하게 데워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다지 싫어하거나 기피하는 음식은 없는 편이나, 그중에서도 나는 특히 연포탕을 좋아한다. 음식 자체가 그리 자극적이지도 않고 한 그릇을 들이켜고 나면 떨어졌던 원기마저 회복되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어쩐 일인지 연포탕 한 그릇을 아내가 떠서 내 앞에 놓았다. 밥도 같이 먹으라고 했지만, 그래도 장인어른 생신 자리에 가서 음식을 깨작이는 것보다는 지금 배가 약간은 고픈 게 나을 것 같아 그냥 국만 한 그릇 먹기로 했다. 밥도 없이 맨입으로 연포탕을 한 숟가락 떠서 입에 넣었다. 잘 끓여진 국에 둥둥 뜬 낙지와 전복이 있어 식감까지 돋운다.


오늘은 아들 덕분에 연포탕 한 그릇을 뚝딱했다. 지금은 아내가 있어서 그나마 얼마만이라도 먹을 수 있지만, 나중에 혹시 혼자 살게 된다면 사 먹지 않는 한은 이 좋아하는 연포탕을 먹을 일이 없을 것 같다. 더 늦기 전에 연포탕을 끓이는 방법이라도 배워 놓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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