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1호가 행복해질 수 있다면 얼마든지...

by 글로다시

큰 아이가 친구들과 호주로 여행을 떠났다.


여행 준비에 있어서도 딸에게 죄인인 나는 해줄 게 없었다.

'무엇 무엇 챙겨가'라고 말해 주려다가 마른침을 삼킬 뿐이었다. 엄마의 도움은 뭐든 필요 없다고 하니 말을 걸 수 가 없다.


그래도 아이가 처음으로 엄마 없이 해외여행을 가는데 가만히 있을 수가 없어서 상비약을 이것저것 챙겨 주었다.


아이는 가져가고 싶지 않은 표정을 보인다.

나는 애써 웃으며 '혹시 모르니 가져가봐'라고 어색하게 말했다. 아이방을 나오며

온몸에 힘이 쭈욱 빠지는 걸 느꼈다.


떠나는 날이 다가온다. 나는 뭔가 자꾸 해줘야 할 것 같아 안절부절이다.



그러다 큰맘 먹고


"엄마가 어디까지 태워다 줄까?"


했다가 바로 "아니"라는 대답을 들었다. (가만히나 있을걸).





여행 떠나는 날은 현관 밖으로 나가 배웅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까지 고민을 하며

아이 눈치를 봤다.

나오지 말라는 아이를 보내며 현관문이 닫히기 직전에 한 마디 했다.



"호주에 도착하면 사진이라도


많이 보내줘


엄마도


호주 구경 좀 하자"


아주 모양 빠지는 말을 던지고 아이를 보냈다.




예상대로 아이는 짧은 도착 문자와 공항에서 찍은 케리어 사진만 보내고 현지 사진은 보내지 않았다. '무소식이 희소식이겠지~' '친구들과 노느라 정신없겠지~~ '애써 서운한 마음을 스스로 달랬다.


이틀 후 잘 있나? 굶지는 않나? 궁금하기도 하고 걱정이 되기도 했다. 카톡을 몇 번을 열었다 닫았다 하며 카톡을 보냈다.


'사진 좀 보내봐'


딸은 두 장 보내줬다.


풍경 사진으로...




내가 너무 아이의 눈치를 보는 것을 본 지인이 한마디 한다. 본인이 보기엔 엄마가 너무 잘해줬는데 왜 눈치를 보냐고...

고3뒷바라지에 재수까지 뒷바라지하느라 오히려 엄마가 고생했다고 말하는 순간 눈물이 핑 돌았다.


그렇게 큰 딸 눈치를 보며 지내온지가 고3, 재수, 반수를 거쳐 4년 차다. 아니 고등 입학 하고부터 입시로 접어든 딸 심기를 건드릴까 싶어 그때부터 눈치를 보며 살았다면 살았다.


이제는 눈치를 떠나 딸아이의 이름도 부를 수 없으며, 대화를 할 수도 없다. 생사와 관련된 기본만 겨우 묻는다.


'밥 먹었니?' '오늘 많이 늦니?' 이 정도....




딸 1호 00아 ~


엄마가 하는 말 밥 먹어라! 언제 들어오니? 이런 말도 듣기 싫지?

엄마는 그 말을 하기까지 얼마나 망설이다가 그 한마디 꺼내는지 너는 모를 거야.

카톡이라도 보낼라 치면 썼다 지웠다를 반복하다 최대한 짧고 간결하게 보내려고 노력한다.


네가 이름을 부르지 말라고 했기에 너를 최대한 부르지 않으려고 무던히 노력한다.


예전 같았으면 그냥 바로 할 말도 한번 입으로 삼키고, 네가 싫어하는 말투와 억양을 빼야 하며, 너의 이름을 부르지 말아야 하니 다시 한번 숨을 고르고 너에게 겨우 말을 건단다.


엄마가 이렇게 살고 있는지 혹시 너는 알고 있을까?

너는 너대로 그동안 엄마에게 서운한 게 많을 테니 너도 편치 않은 시간을 보내고 있겠지?


이런 모든 상황은 엄마인 내가 부족해서 만든 일이고, 엄마가 만든 결과다 싶어 받아들이자 생각했다.

하지만 숨통이 막힐 것 같이 힘든 시간이 종종 온단다.


그렇다고 이 엄마를 이해해 달라거나 용서해 달라는 건 아니야 ~





대학생이 된 네 친구들이 엄마와 함께 다니는 모습이라던지 딸아이와 나눈 대화 내용을 들을 때 엄마는 나도 모르게 표정이 굳어버린다.

솔직히 그들의 딸과의 관계가 부럽고 또 부럽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엄마는 주변 사람도 안 만나게 되고, 말수도 줄게 되더라.

특히 너에게 말을 안 시키려고 억지로 노력하다 보니 집안에서는 거의 말을 안 하게 되었다.


사람 좋아하고 말하는 거 좋아하는 엄마에게 정말 큰 벌이라고 할 수 있지.

때론 힘들기도 하지만 이것이 내가 받아야 할 벌이라면 달게 받아들이려고 한다.


이렇게 라도 해서 네가 행복해진다면 어떤 벌이라도 받을 수 있어.


그러니 너는 이제 엄마를 벗어나서 날개를 활짝 피렴.

엄마의 행복을 네가 책임질 필요도 없고, 어릴 적부터 엄마의 선택대로 움직였던 너에서 이제는 네 스스로 선택하는 삶으로 살아가렴.


대신 엄마로서 하나 부탁하자면 건강을 챙겼으면 하는 바람하나 전할게.


이쁜 우리 딸 00아 ~ 오늘도 행복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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