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레발

by 유정 이숙한

아는 동생이 과일건조기를 준다고 한다.

마침 집된장을 좀 나눠주려고 했는데 잘 됐다.


동생은 야간 근무를 하므로 잠이 깰까 봐

통화하지 못하다 열두 시 넘어서 전화를 걸었다.

밖에서 점심 약속이 있어 향남에서 점심 식사 중이라고 한다.

용기에 담은 된장은 차에 그대로 두고 마트에 갔다.


열무가 1단에 1,980원이다. 3단을 샀다.

총각무는 3,980원인데 싱싱한데 흙이 많이 묻었다.

반으로 자르지 않아도 좋은 작은 무로 골랐다.

무가 작으니 양이 적으므로 4단을 샀다.


울 큰며느리가 열무김치를 좋아한다.

지난주에 귀하고 맛난 박대를 보내주더니

이틀 후에 손질하여 진공포장한 민물장어도 여러 팩 보냈다.

그 덕분에 반 마리씩 오븐에 소금구이로 구워 먹고 있다.



** 장어는 키친타월로 점액질을 닦아내야 비린 맛이 나지 않는다. **



열무가 연하다. 열무 3단을 초 스피드로 다듬고

알타리 다듬고 있는데 동생에게 전화가 왔다.

잽싸게 열무 세척하여 절임해 놓고

알타리 무는 물에 담그고 동생 집으로 출발했다.


2시에 약속이 있다고 하여 20전에 출발했다.

두 번이나 갔다 왔는데 동생 집이 전혀 생각나지 않는다.

비슷한 주소가 있길래 맞추고 가다 보니

엉뚱하게 화성온천 가는 길이라 되돌려 나왔다.

공연히 서두르다 5분이나 지체됐다.


급해도 잠시 차를 세우고 지난번 동생이 문자로 보내준

주소를 찾아 네비에 맞추고 가다 보니 생각이 났다.

팔탄면 소재지에서 동생 집 가는 길이 확실히 기억났다.

다시는 잊어버리지 말아야지 하면서 갔더니

동생은 집 앞 화단의 풀을 호미로 극적이고 있었다.


된장을 건네주고 동생이 건네주는 과일을 먹고

서두르며 과일건조기를 실었다.

동생은 레슨 받으러 간다더니 조금 늦어도 된다며

서두르지 않는다. 영양부추 조금 잘라가라고 한다.


주는 사람의 성의를 무시하면 안 되는 법!

내가 가위로 영양부추를 자르는 동안

동생은 어린 상추를 한없이 뜯고 있다.

상추가 촘촘하여 솎음해 주고 영양부추도 가져왔다.


절인 열무를 뒤집으면서 소금을 조금 더 뿌려주었다.

물에 담가둔 알타리 무를 솔로 닦아 세척하여 절였다.


마늘 가는 수고를 덜기 위해, 빨리 담그기 위해

다진 마늘을 사 왔는데 아뿔싸! 중국산 냉동 다진 마늘이다.

다시 차를 끌고 마트에 가서 국산 알마늘로 바꿨다.

그 바람에 미안해서 참외가 남았는데 참외를 또 사 왔다.


오늘 설레발 떨다 보니 시간이 더 걸렸다.

홍고추와 마늘, 생강, 새우젓을 갈고 밀가루 풀을 쑤고

어제 울님이 죽밥 지은 거 갈다 보니 주방이 너저분하다.


또 설레발을 떨며 열무김치를 담그고

절여진 알타리 무는 잎이랑 무가 달린 채, 반으로 잘랐다.

냉동실에서 고춧가루를 꺼내고 다린 멸치액젓을 꺼내

부산하게 양념을 마쳤다.


주방 바닥을 청소하느라 시간이 많이 소요됐다.

점저를 먹으려니 밥통을 여니 밥이 없다.

메밀국수를 삶아 상추를 잔뜩 넣고 비벼 먹었다.


동생과 내가 잠깐 동안 어찌나 많은 상추를 뜯고 속음 했는지

담아준 것을 쏟아보니 무척 많았다.

동생의 사랑은 한 보따리였다.


다 치우고 나니 총각무에서 떼어낸 겉잎이 알짱거린다.

또 설레발 설레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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