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화. 돈 냄새를 풍기면

[단편소설 연재] < 중독되었다 > 유정 이숙한

by 유정 이숙한

아내는 생활비를 내놓지 않자 낯빛이 180도 바꿨다. 내가 새로 산 집에서 노후를 보내자고 하지만 싫다고 한다. 매달 생활비를 내놓으라고 재촉하여 살 수 없다. 새 집을 관리하느라 돈이 야금야금 들어갔다. 역한 시궁창 냄새를 맡으며 번 돈으로 지방에 산 집에 선룸으로 창고도 짓고 필요한 공사도 했다. 전에 적금 타서 처의 자식들에게 보태주지 않았으면 돈에 쫓기지 않을 텐데.. 보태주어도 고마워하지 않으니 부아가 난다. 아내는 내가 지방에 집을 산 것을 못마땅하게 생각한다. 본인과 의논하지 않고 집을 덜컥 샀다고 잠자리를 거부한다. 난 잠자리를 하지 않으면 사는 맛이 나지 않는다. 본능 말고는 잘하는 것이 없었으니까.



몇 년 전. 필요한 장비를 찾으려고 창고에 들어갔다. 라이터로 담뱃불을 붙이는 순간 ‘펑’하는 폭발음과 함께 불꽃이 산발적으로 일어났다. 창고 안의 가스버너가 덜 잠겨 가스가 유출되어 화재가 났다. 난 그런 화상을 입고 그 자리에서 정신을 잃었다. 저승과 이승을 오가며 1년이나 병원 신세를 졌다. 비몽사몽 이승과 저승을 자유자재로 오갔다. 내가 죽었다. 내 육신이 누워있다. 영혼은 육체를 빠져나와 허공에 떠서 시체처럼 누워있는 육신을 내려다본다. 의사가 화상을 입은 내 다리에 엉덩이 살을 떼어 세 번째 이식 중이었다.


나는 육신을 내려다본다. 까맣게 죽었다. 아내가 내 옆에서 의식이 없는 날 보며 대성통곡을 한다. 기껏 팔자를 고쳤는데 두 번째 남편이 비몽사몽 시체처럼 누워있으니 얼마나 기막힌 일인가. 가스 밸브를 덜 잠긴 것을 한탄하며 자신을 저주했다. 아내의 바람대로 10개월 후 저승에서 이승으로 회귀했다.



언제부턴가 아내는 돈 냄새를 풍기면 불을 보고 달려드는 나방처럼 내게 달려든다. 아내가 내게 바라는 건 오직 돈이다. 돈으로 자식들 뒤치다꺼리하는 것이 유일한 기쁨이었으니까, 아내는 날 돈주머니로 보고 있다.그런 아내에게 질렸다. 모처럼 집에 왔다. 호적상 가장이니 한 주나 두 주에 한 번은 집에 들른다. 어지간한 옷들은 새집에 옮겨 놓았다.



큰길을 나가기 전 우회전하려고 차 머리를 돌렸다. 그런데 민원을 제기한 문제의 밭에 차량이 서 있었다.

무더위에도 쑥대가 우거지고 잡초들도 무성하다. 전화국 옆에 차를 세우는데, 옷 위에 비닐봉지를 오려 조끼처럼 걸쳐 입은 이상한 여자가 차 앞을 가로막으며

“선생님. 약통을 사용할 줄 몰라서 그러는데 도와주세요!”

민원을 제기한 그 밭의 주인과 만나려고 별렀는데 잘 됐다 싶었다. 우선 기선제압을 해야 하니 목청을 가다듬고 여자가 있는 밭으로 갔다. 쑥대들이 빼곡히 자란 틈새에 초록 열매가 다닥다닥 매달려 있고 그 옆에 콩이 심어져 있었다. 다짜고짜 다가가서 이상한 여자에게 화를 버럭 냈다.

“아줌마가 이 밭주인이요?”

“제 밭은 아니고 임대 받은 국유지예요. 농약 통이 작동되지 않아서 그러는데 좀 봐주시겠어요?”


나는 여자가 말한 농약 통 분무기에 꽂혀있는 약통 고리를 빼주었다. 여자는 밝게 웃으며

“그렇게 빼려고 해도 빠지지 않던 고리가 쉽게 뽑혔네요? 고맙습니다.”

여자는 웃음기 가득한 눈으로 약통을 등에 짊어지더니 레버를 위아래로 기압을 넣고 밸브를 풀더니 깔때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액체를 수북한 풀 위에 분무했다. 여자가 제초제를 뿌리는 모습을 지켜보다 못마땅해서

“공사가 끝난 지 3년이 넘었는데 이제 와서 무슨 민원을 넣는단 말입니까?”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 잠시만 자재를 쌓자고 하더니, 3년이 지나도 치워주지 않았잖아요? 얼른 치워주겠다고 하더니, 그 바람에 건설폐기물을 불법 투기한 사람으로 민원을 당했잖아요?”


나는 궁색한 변명을 하기 싫었다. 밭으로 성큼 들어가서 한 바퀴 둘러보았다. 여자는 약통을 짊어지고 담을 넘는 잡초 위에 액체를 뿌렸다. 나는 밭에서 나가자 여자가 쫓아오더니

“폐기물 언제 치워주실 거죠, 치우는 날 제가 와서 확인할 겁니다? 연락처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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