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박 서리

[생활에세이] 유정 이숙한

by 유정 이숙한

작년에는 밭에 수박과 참외를 심어서 실컷 따먹었다.

올해는 밭도 멀기도 하지만 무릎이 아프니

농사 지을 엄두가 나지 않아 그만두었다.

국유지 대부 계약을 체결하고 대부료도 지불했으나 몸이 더 중요하다.


지난해 수박도 많이 따고 참외도 매주 한 바구니씩 땄다.

참외가 많다 보니 레몬 넣고 갈아먹고 저녁밥 대신 먹기도 했다.

작년에는 수박이 비싸지 않았는데 올해는 비싸도 너무 비싸다.


친구가 농사지은 수박이라고 참외 1개랑 갖다주었다.

2일 상온에 두었지만 많이 익지 않았다.

나도 작년에 분홍빛이 도는 복수박을 딴 적이 몇 번 있었다.


친구네 밭은 길가에 있어 길을 하던 사람이 익지도 않은

복수박을 2개나 따갔다며 익었는지 모른다고 했다.



60년대 시골에 살 때, 언니나 오빠들이 수박서리를 하러

수박 밭에 가면 어린 우리는 누가 오나, 망을 보게 했다.

지금 생각해 보니 우리도 공법이었다.

그땐 수박서리가 놀이였으나 지금은 절도다.


밭에서 딴 과일은 4일 정도 상온에 후숙 하면 맛있다.

익었나 궁금해서 이틀이 지나고 잘랐더니 덜 익었다.


단맛이 나지 않지만 속만 파내 깍두기처럼 잘랐다.

썰어놨더니 울님이 맛없는데 어떻게 먹냐고 하기에

수박 살 위에 꿀을 여기저기에 뿌렸더니 맛있다.

반쯤 남겨두었는데 식염탕에 목욕 갔다 와 보니 그릇이 비어져 있다.



열이 많은 사람에게 좋은 수박을 사기 위해

집에서 떨어진 마트에 가보았더니

수박 한 통에 39,800이고 크다 싶은 건 45,000원대였다.

그곳은 지역화폐도 되지 않아 참외만 4개 사 왔다.


며칠 전 근처 B마트에서 32,000 원에 큰맘 먹고

수박 한 통 사 먹었다. 어제 보니 34,000원대라서

사지 않았는데 그 마트가 싼 거였다.


수박이 4만 원대라니 엄청나다.

열무 한 단도 칠천 원이 넘었다.

김치가 넉넉히 있으니 담그지 않아도 되지만

무 한 개가 4천 원에 육박한다.


더운 계절에 채소들이 생존하느라 많이 힘들었을 텐데

비싸다고 투덜거리려니 미안한 생각이 든다.

입으로 투덜거리지만 농사를 지어 봐서 힘들다는 것을 안다.

땀흘려 농사지으신 분들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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