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에세이] 유정 이숙한
< 그리움 >
내 유일한 찐 팬인 울 아버지
20년 전 하늘나라로 가신 아버지.
살다가 풀리지 않은 문제에 부딪치면
아버지에게 전화를 드린다.
"우리 큰딸!" 하시며 반겨주시는 아버지
문제가 해결이 되지 않아도
해결이 된 것처럼 마음이 편안해졌다.
사랑이 가득 담긴 그 목소리를
한 번 만이라도 듣고 싶다.
가끔씩 꿈속에 나타나시긴 하지만
달려갈 수 없는 먼 곳에 계신다.
20년 전 아버지는
이별이 준비되지 않았는데
넓은 세상에
이 딸을 홀로 남기고 떠나셨다.
내가 하는 일은 뭐든
"오케이"인 우리 아버지!
오늘따라 왜 이리 뵙고 싶은 걸까?
아버지는 옛사람이지만 생각이 틔이셨다.
틔인 마인드를 가진 이 서방을 아끼셨다.
늦게 만난 김서방도 맘에 들어하실 텐데
보여드릴 수 없으니 안타까운 맘 그지없다.
언제나 내 의사를 존중하신 아버지셨다.
위로 오빠 둘을 낳고 서른한 살에 군 제대하여
날 낳으시고 무척 예뻐하신 울아버지.
큰딸인 나와 집안 대소사를 의논하셨다.
아버지 열여덟 살, 엄마 열아홉 살 때
얼굴 한 번 보지 못하고 어른들끼리 결혼을 약속했다.
엄마가 가마 타고 시집으로 가는 길에
두루마기 입은 청년이 앞에 걸어가고 있었다.
가마 틈으로 몰래 신랑을 훔쳐본 엄마는
그 청년이 신랑이라고 생각했단다.
엄마와 얼굴이 마주치면
담배를 피우다 숨기셨다고 한다.
한 살 더 먹은 엄마는
'신랑이 어려서 부끄러워하는구나!'
하고 생각했다고 한다.
아버지가 만난 첫 번째 이성이 엄마였으니
쑥스러움을 많이 타셨던 모양이다.
아버지 서른한 살에 철이 든 건가
부부 사이에 공방이 들어
예뻐 보이지 않던 엄마가
날 낳고부터 예뻐 보였다고 한다.
엄마를 빼닮은 나는
5남매 중 인물이 제일 빠진다.
나는 엄마와 아버지의 어색함을
사랑으로 연결해 준 메신저다.
생전에 두 분은 금실이 좋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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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네이버 사전
공방(空房)
1. 명사 사람이 들지 않거나 거처하지 않는 방.
2. 명사 오랫동안 남편 없이 아내 혼자서 거처하는 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