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편소설 연재] <늑대 마을로 간 진희 > 유정 이숙한
카페나 음악다방도 있지만 비둘기 집에 오는 손님 팔구십 프로가 나이 먹은 늑대들이었다. 커피 두 잔 시켜서 아가씨 허벅지 더듬고 탁자 아래로 치마 속으로 손이 들어가거나 스타킹 신은 다리를 만지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나이 지긋한 늑대들은 노래방에서 커피 몇 잔 배달시켜서 노래 부르며 흥을 돋우게 하는 건 기본이었다. 오래 데리고 놀면 시간비는 당연히 지불했다. 짓궂은 늑대들은 은밀한 곳에 손을 집어넣고 주무르는 건 다반사이고 치마 입은 여우는 무릎에 앉혀 빳빳한 근육을 아랫도리에 집어넣고 그 짓거리를 하는 등.
1990년대 비둘기 집에 있는 여우들은 늑대들의 노리개였으며 그런 게 싫으면 비둘기 집을 떠나야 했다.
진희는 싸구려로 보이기 싫어서 바지를 즐겨 입었다. 비둘기 집은 아침 8시부터 저녁 10시까지 14시간의
노동을 해야 했다. 여우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였다. 말이 아가씨지 나이가 사십 대 후반도 젊은 편에 속했다. 비둘기 집 얼굴 마담이 예쁘고 교양 있었으나 교포들이 운영하는 집으로 바꿨다.
비행기 타고 타국에 와서 돈을 벌겠다고 나선 외국인 여성들은 2차라고 외박을 하거나 술 마신 늑대들 상대하다 보면 술이 떡이 되도록 마시는 맹물 여우도 있지만 대부분 탁자 밑에 버렸다. 술이 떡이 되고 몸이 녹초가 되어 비둘기 집으로 퇴근했다. 취객을 상대로 한 티켓은 늦은 밤 12 시부터 순 수입이라 어쩔 수 없이 2차까지 갈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아침 8시 기상하여 비둘기집 문을 열어야 했다. 몸이 아파서 11시에 일어나면 시간당 3만 원을 월급에서 공제당해야 했다. 월차나 생리휴가 같은 것은 거리가 먼 나라였다. 순수한 월수입이 이백육십만 원인데 지각하거나 하루 빠지면 올티켓비로 공제하므로 벌금을 빼면 고작해야 백칠십만 원이 전부였다.
장사가 되지 않은 불경기에는 낮에도 고객에게 티켓 요청이 와야 비둘기 집이 현상유지가 되었다.
꼬맹이 진희는 사채업자의 꼬임에 넘어가서 석 달 근무하면 천오만 원의 빚을 충분히 갚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무모하게 뛰어든 자신이 너무 황당했다. 생리통이 심해서 하루 결근했더니 올 티켓 30만 원이 월급에서 공제되었다. 다리는 퉁퉁 붓고 허리도 아프고 짜증이 났다. 티켓 호출에 응하기 싫다고 짜증을 냈더니
은여우 마담이 무서운 눈으로 꼬맹이를 노려봤다. 금방 물어뜯어 버릴 것 같은 기세였다.
거기다 윤락을 강요하는 바람에 하기 싫은데 억지로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끔찍했다.
또 싸구려 여자 취급받는 것이 싫은 진희였다. 좋아서 할 때는 돈도 벌고 기분이 나지만 억지로는 하기 싫었다. 늑대의 살이 닿으면 소름이 돋았다. 꼬맹이 진희가 성질내며
- 왜? 윤락을 강요하는 거예요, 난 싸구려 여자로 취급받는 거 싫어요?
은여우 마담이 호되게 소릴 질렀다.
- 네 맘대로 해, 너 하기 싫으면 당장 그만두던가. 어차피 돈을 벌려고 뛰어들었으면 각오하지 않았니? 개처럼 벌어서 정승처럼 쓰면 되잖아.
- 언니 말씀이 맞는데 오늘은 가기 싫어요. 내키지 않아요.
- 누군 좋아서 이 짓 하는 줄 아니? 나도 살기 위해 하는 거야, 손님 떨어지면 네가 책임질래? 어차피 할 일인데 하는 데까지 해야지?
꼬맹이 진희는 온몸이 망치로 맞은 것처럼 아팠다. 하루 일당이 사라질 것을 생각하니 억울하고 분했다.
컴컴한 방에서 뒹굴고 있자니 배에서 꼬르륵거리고 천둥이 쳤다.
그만하면 빚도 갚았으니 됐다고 생각한 진희는 택시를 타고 관할 파출소를 패스하고 경찰서에 가서 모든 사실을 고백했다. 싱싱 룸, **카페 등등 몇 군데 업소도 참고로 신고하고 비둘기집 은여우 마담도 신고했다.
삼자 대질 심문이 이어지고 비둘기 집 은여우가 오고 피신고인들이 진희를 갈기갈기 찢어먹을 것 같은 눈처리다. 여우와 늑대들의 울부짖음이 온 산에 메아리쳤다. 꼬맹이 덕분에 대부분 영업정지를 당해 한 달간 문을 닫거나 거금의 벌금을 돈으로 막는 업소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