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세이 ] < 내가 나에게 위로를 > 유정 이숙한
비틀즈 멤버 그림이 있는 포텐샤 문짝 두 개를 당근에 나눔 한다고 했더니 향남읍에서 체험농장을 하시는 분이 11월 27일 오전 11시 45분경 가져갔다. 걸어서 출근하려고 나가보니 비가 내려고 차 키를 가지러 안으로 집에 가서 가져와서 차로 좌회전하려고 하는데 못 보던 화물차가 좌측 깜빡이를 켜고 서 있었다. 문짝을 가지러 오신 분으로 짐작이 되었다. 학교에 도착해서 폰을 열어보니 가져갔다는 인사를 남겼다.
우리 막내아들이 대학 1학년 때 그린 작품인데 고철로 고물상 같은데 버려져 있으면 많이 슬프다. 막내에게 말했더니 버려지지 않아 같이 보러 가자고 했다. 우린 같은 마음이다. 하찮은 그림 한 장도 함부로 버리지 못하는데 하물며 미끄러운 차에 그린 작품을 버릴 수 없는 것! 나와 막내의 마음은 한통속이 되었다. 나도 잘 그리지 못한 그림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그건 잘 그려서가 아니라 나의 정성과 시간이 그 안에 담겼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버려지지 않고 가져가서 필요한 분이 사용하고 많은 사람이 볼 수 있어 감사한다.
쓰지 않는 둥근 상과 나무 이젤도 버렸는데 내일은 스티커 붙여야지 했는데 저녁때 비가 그치니 사라졌다. 그건 화목 보일러 하는 분이 가져간 거 같다. 그 덕분에 천 원 벌었다. 둥근 상을 밥상으로 써도 좋긴 하지만 너무 무겁다. 아무튼 이래저래 감사하며 2025년 병설유치원 마지막 근무를 하러 가는데 마음이 가볍고 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