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해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일까

[ 에세이 ] < 정거장 없는 완행열차 > 유정 이숙한

by 유정 이숙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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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속의 정경은 아둔한 내 머리 속에 아직도 생생하게 내재되어 있다. 장독대 위에 놓인 항아리들 엄마가 시간이 날 때마다 자주 닦아서 햇볕에 반짝반짝 빛이 났다. 엄마는 당신 얼굴을 닦듯이 항아리들의 얼굴을 정성껏 닦았다. 타임 머신이 있다면 과거로 돌아가서 그 시대를 보고 싶다.

베이비부머 시대에 태어난 나는 이런 정경이 추억 속 기억창고에 차곡차곡 쌓여있지만. 내 세대가 지나면 이런 모습은 까마득한 옛날이야기가 될 것이다. 내가 2021년 아크릴화를 줌으로 배워 그린 그림이다. 정겨운 고향집과 닮아서 무척 좋아하는 그림이다. 그땐 명암에 대한 상식이 부족해서 잘 살리지 못했다.


26년 2월 17일. 낼 모레면 설명절이다. 두 아들 내외가 설에 온다고 해서 동그랑 땡도 만들고 만두도 빚었다. 녹두빈데떡도 하려고 준비해놓았는데 엄마 명절음식 만들지 말고 밖에서 식사를 하자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기만두와 김치만두를 분리해서 90개 만들었다. 스무개 정도는 딸과 손녀, 그리고 우리들이 떡만둣국을 끓여 먹었다. 잡채도 만들려고 준비했는데 할 시간이 마땅치 않았다. 어제는 예당저수지에 갔다왔다.

예당저수지 흔들다리를 왕복으로 갔다오고 주차장에서 아래까지 걷느라 무릎이 무척 아프더니 오늘 보니 무릎이 부었다. 마음대로 걷는 건 무리인가 보다. 오늘은 일하지 않고 교회에 갔다와서 궁평항에 갔다왔다.


전통으로 이어진 설명절이 사라질 위기다. 어쩌면 민족촌에 가야 볼 수 있게 될지 모른다. 시골집이나 가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요즘은 설명절이면 국외 여행을 가거나 국내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늘었다. 나이에 관계없이 너나 나나 편하게 살려고 하다보니 전통이 후대에 이어지지 않는다. 다들 맞벌이 하느라 힘들게 사니 이해간다.


십 년 전부터 집에서 설명절이나 추석 명절을 보냈다. 명절이면 기름 냄새도 풍기고 음식 냄사가 나야 명절 맛이 난다고 생각하는 1인이다. 아무리 힘들어도 만두나 동그랑땡, 동태전 같은 것을 만들고 있다. 그런 것들을 만들어서 자식들이 오면 싸서 보내주고 싶다. 주는 즐거움이 낙이다.


내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으면 내가 만든 느끼함이 없는 만두가 그리워질 질까, 마트에 가면 만두 종류도 무척 많다. 어릴 적 설이나 추석 같은 명절이면 가마솥 뚜껑을 엎고 돼지기름을 두르고 부침개를 만들면 고샅에서도 그 냄새가 정겨웠다. 어릴 적 명절 음식을 하던 엄마와 할머니가 그리워진다. 그땐 그런 행복을 모르고 살았다. 다시는 눈으로 보거나 만질 수 없는 엄마나 할머니기에, 내가 명절 음식을 만들면서 그 분들에 대한 그리움을 대신하고 있는 겉 같다.


앞으로 얼마나 오래 사랑하는 자녀들에게 내 요리를 먹게 해줄지 모르겠지만 힘 닿는데까지 만들려고 한다. 2년 전 명절에는 한우갈비 두 대를 사다 한우갈비탕을 끓여주었다. 자식들이 엄마표 한우갈비탕 맛있다고 인정한다. 내가 명절 음식을 만드는 이유는 자녀들이 엄마가 만든 요리를 맛있게 먹었던 것을 기억해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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