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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풀릴 땐 고춧가루를 뿌려, '매콤 계란찜'

by 새미네부엌 Mar 07. 2025

어릴 땐 이게 정석인 줄 알았다. 빨간 계란찜. 할아버지가 식탁의 주인이던 어린이 시절, 유독 비린내를 싫어하던 할아버지는 고춧가루나 후추를 어느 음식에든 요리조리 넣어 냄새를 마스킹하는 재주가 탁월하셨는데, 계란찜에 고춧가루가 들어있지 않으면 그 위에 무심히 툭툭. 그다음 숟가락으로 슥 떠가시곤 했었다.


그런 할아버지의 입맛에 맞춰 엄마는 언제나 계란찜을 불에 올릴 때 고춧가루 한 움큼 둘러 휘휘 익혀냈고, 뚜껑을 열어보면 노란 찜 대신 울긋불긋 단풍이 오른 계란찜이 있었다. 중탕한 계란찜 전용 '스뎅 그릇'을 행주로 감싸 쥐고 식탁에 툭 내려놓으면 비린내 대신 고춧가루의 날내가 훅 끼쳐오던 그것.



외식이 잦고, 배달도 잦고, 신혼 초에는 계란찜 만드는 법을 전혀 알지 못했고. 주변을 돌아보면 온통 흰자 섞인 몽글몽글하고 허연 계란찜들 뿐이었다. 그릇 위로 부풀어 오른 폭신한 것이 좋다, 물이 쫙 빠져 납작하고 단단한 것이 좋다 정도의 품평 말고는 나름의 취향 찾기가 어려워 그저 그런대로 먹어왔는데.


몸이 물 먹은 솜처럼 무거운 날, 마음마저 움직이기 싫은 날, 문득 생각이 나버렸다. 촉촉하고 담백한 것 대신 칼칼하고 까랑까랑한 찜을 만들어 보리라. 몸도 제양 껏 안 풀리고 속도 내 맘대로 안 풀리는 그런 날, 꼬박 부엌에 붙어 서서 이것 썰고, 저것 굽고, 불 올리고, 레인지 돌리는 그 모든 것이 귀찮아진 날, 다시 돌아가고 싶었다. 대부분 그렇지 않아서 몰랐던 우리 집 입맛으로, 어릴 때부터 길들여져 온 내 취향으로.



고춧가루를 달걀물에 같이 섞지 않고, 타지 않도록 먼저 약불로 녹진하게 볶아 쓰면 날내가 달아난다. 그 위에 넉넉히 풀어 연두로 간 맞춘 달걀물을 붓고 후룩 저어 준 다음 뚜껑 덮고 중불로 은근히 끓여주면 끝. 쫑종 썬 실파 등을 올려 색감도 식감도 입히면, 아 이거 내 취향이 맞다.


자꾸 뒤적여도 슴슴하기만 한 계란찜에 재미를 더한 맛. 고소한 계란 사이로 툭툭 튀는 고춧가루가 한 번씩 손을 들어주는 맛. 그 옛날 우리 집 식탁이 떠오르는 맛. 먹다 보니 그새 또 요리에 진심인 나를 발견하고 만다.


몸도 마음도 무거웠는데, 고거 쬐끔 움직였다고 기운이 난다. 아니, 먹고 싶은 걸 생각해 바로 요리할 줄 아는 근사한 사람이 된 것만 같은 기분. 속이 안 풀릴 땐 문득 떠오른 내 취향을 요리에 얹으면 다 된다. 기분도 같이 들뜨는 <매콤 계란찜> 상세레시피는 아래 새미네부엌 사이트 참고.  



브런치 글 이미지 1

✅속이 안 풀릴 땐, '매콤 계란찜' 만들기

주재료

달걀 5개 (250g)

굵은 고춧가루 1스푼 (10g)

포도씨유 2스푼 (20g)

물 3컵 (600ml)


부재료

실파 혹은 쪽파 1줄기 (10g)


양념

요리에센스 연두진 4스푼 (40g)


브런치 글 이미지 2

✅속이 안 풀릴 땐, '매콤 계란찜' 만들기

1. 달걀에 물 3컵과 연두진을 넣고 잘 섞어요.

2. 실파 혹은 쪽파를 송송 썰어요.

3. 예열 팬에 오일을 두르고 굵은 고춧가루를 넣어 약불에서 20~30초간 타지 않게 볶아요.

4. 중불로 올리고 달걀물을 부어주며 잘 섞은 후 뚜껑을 닫고 5분 간 익혀요.

5. 마지막에 송송 썰어둔 2)를 뿌려주면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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