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란다 너머에서 비집고 들어온 빛이 부엌 깊숙이 들기 시작하면, 우리 집 싱크대 위는 작은 실험실이 된다. 숏폼들 넘기면서 봤던 인상 깊은 레시피를 직접 만들어 보는 날. 뚝딱뚝딱 순식간에, 그럴싸하게 완성되는 영상 속 조리법을 상기하며 진즉 장 봐뒀던 재료들을 전부 한 그릇에 때려 넣고, <요거트 드레싱>을 만들어 본다.
양배추 꺼내 동강동강, 1/4통 정도만 남겨 가늘게 채 썰고 찬물에 담갔다 빼 물기를 탈탈 턴다. 감자칼의 끝이 슥슥 양배추 위를 오갈 때마다 아삭한 향이 공기 속에 퍼지는 모양새가 꽤나 시원하다. 사과 한 개는 깨끗이 씻고 껍질째 저며 한 입 크기로 얇게 썬다. 빨간빛 껍질이 연노랑 살과 번갈아 층을 이루면 사과야말로 어떤 요리에 들어가도 참 예쁘기만 하지. 그 위에는 모두가(?) 사랑하는 달달이, 건포도도 한 움큼 후루룩.
이제 다 손질해 한데 모은 것들을 끈끈하게 붙여 줄 드레싱이 필요한데. 요즘 부쩍 알고리즘을 타고 내 숏폼 영상에 자주 오르내리는 요거트 드레싱! 영상 속에서 '정말 쉽고, 정말 맛있어요' 이 한 마디가 들리면 홀린 듯이 일단 시도해 보는데, 열에 예닐곱은 대충 쉽고, 맛도 있더라. 역시 조회수가 보장하는 맛이랄까.
플레인 요거트 열 스푼에 올리브오일 세 스푼, 소금과 후추를 아주 약간씩. 숟가락으로 천천히 섞으면 요거트의 순백 속에 올리브오일이 황금빛 물결을 그린다. 그 부드럽고 고소한 향이 ‘이건 맛있을 수밖에 없다’는 확신을 주나니! 이제 준비한 재료들을 큰 보울에 담고, 드레싱을 아낌없이 부어준다. 무르지 않도록 살살살 버무리면, 재료들이 서로를 만나 찰싹 엉긴다. 아삭함, 달콤함, 고소함, 그리고 상큼함이 한데 섞이는 순간.
한 젓가락 떠서 입에 넣으면, 미끈한 요거트의 맛이 느껴지고 양배추의 청량한 아삭함이 터진다. 곧이어 사과의 단맛이 따라오다가 건포도의 진득한 향이 마지막까지 입안에 머문다. 곧이어 꾸덕하게 오르는 포만감에 배까지 부르는데, 이 <요거트 샐러드>는 굳이 샐러드로 한정할 필요도 없는 간편 한 끼도 다 된다.
항상 하는 요리들만 만들기에 세상에 맛있는 음식은 너무나 많고, 새로운 조합은 무궁무진하다. 부엌이 지루한 공간이 되지 않으려면 분명 남의 영감을 빌려 다시 내 것으로 만드는 작업이 수시로 필요하지 않을까. 와구와구 먹다가 끝내 한 그릇 뚝딱하는 <요거트 양배추 샐러드> 상세레시피는 아래 새미네부엌 사이트 참고.
✅ 생각보다 더 맛난 '요거트 양배추 샐러드' 재료
주재료
양배추 1/4개 (200g)
사과 1개 (200g)
건포도 3스푼 (30g)
양념
플레인요거트(그릭요거트) 10스푼 (100g)
올리브오일 3스푼 (30g)
소금 약간
후추 약간
✅ 생각보다 더 맛난 '요거트 양배추 샐러드' 만들기
1. 양배추는 얇게 채 썰어 차가운 물에 10분 동안 담가준 후 물을 빼서 물기를 없애요.
2. 사과는 씨를 제거한 후 한입 크기로 썰어요.
3. 볼에 플레인요거트(그릭요거트), 올리브오일, 소금, 후추를 넣고 잘 섞어요. 손질한 양배추, 사과와 건포도를 넣고 가볍게 버무리면 완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