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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미네부엌 Aug 30. 2024

나를 살찌우는 가을, 아니 '달걀 푸딩'

날이 좀 시원해져서 그런가 요새 달달한 것들이 자석처럼 입에 쩍쩍 달라붙는다. 공식적으로 살 찌는 계절, 가을이 돌아왔다. 가을이 오면 곧, 말이 살찐다는 '천고마비'의 격언이 나돌기 시작하는데, 들을 때마다 꼭 '말'이 아니라 '사람'을 위한 비유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천고마비를 핑계삼아 죄책감을 내려놓고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먹어제끼는 가을의 초입. 오늘 꺼내놓는 메뉴는 바로 '달걀 푸딩' 되시겠다.


계란, 우유, 올리고당이 있으면 완성되는 계란 푸딩. 초간단한 요리법과 달리 달콤하고 촉촉하고 삼키기 전까지 혓바닥 위가 행복으로 가득차는 아주 복합적인 맛이 난다. 젤라틴 같은 어려운 재료 없이도 좋아하는 푸딩을 만들 수 있다니! 역시 방법만 알면 못 하는 것이 없는 한국인으로서 당장에 도전해 보지 않을 수가 없는 달달이. 그래, 나를 살찌우는 요리법에 마음이 끌리는 가을이 왔으니, 이 요리가 오늘의 정답이다.



알끈을 제거하는 동시에 어떤 거친 질감이든 걷어내기 위해, 달걀, 우유, 올리고당에 간잡이용이자 비린내를 마스킹해주는 요리에센스 연두를 넣고, 고루 섞은 후 체에 한 번 걸러준다. 곱게 거르는 장치(?)를 거쳐야 녹지 않은 덩어리와 기포가 걸러져 더 부드러운 푸딩이 짠-하고 나오기 때문(올리고당 대신 설탕을 썼다면 달걀물 안에서 충분히 녹여주는 것이 부드러움을 위한 초석).


이 달걀물을 푸딩으로 익히려면 중탕이 필요한데, 머그 혹은 사기 그릇에 담고 약불로 서서히 익혀주는 것이 포인트. 고온에 익히면 푸딩이 아닌 달걀찜으로 낼름 변신해 버린다. 체에 거른 수고로움도 다 잊고 울퉁불퉁한데다 기포까지 생겨 영락없는 달걀찜 식감이 되고만다. 호수처럼 잔잔한 푸딩을 위해서라면 오랜 약불을 견뎌야(?) 하는 인내심까지 챙겨주는 요리.



중탕할 때는 냄비나 찜기의 뚜껑을 닫아주는 것이 좋다. 또 달걀물이 든 그릇에 다른 물이 튀거나 들어가지 않도록 래핑을 해주면 더 좋다. 그렇게 은근하게 익힌 달걀 푸딩을 꺼내면 윗 면이 광이 나듯 빤빤하고 영롱하다.


그 다음은 냉장고에서 차갑게 식힐 차례. 역시 뚜껑을 덮거나 랩을 씌워 여타의 이물질을 방지하고 윗 결을 그대로 유지해야 비주얼이 제대로 살아난다. 다 식어 제법 빤딱빤딱해진 푸딩은 그 고요한 호수에 차마 숟가락을 담그기 미안할 정도가 되는데, 역시 요리란 눈으로도 먹는 맛이 생겨야 더 재밌고, 더더 맛있다.


가지고 있던 메이플 시럽(캬라멜 시럽)을 끼얹고 그릇을 쫄랑쫄랑 흔들면, 흔들리는 모습이 순둥순둥 참 귀엽기도 하다. 순두부처럼 부드러운 달걀 푸딩, 상세 레시피는 하단 새미네부엌 사이트 참고.



✅ 나를 살찌우는 가을, 아니 '달걀 푸딩' 재료

주재료

달걀 3개(180g)

우유 1/2컵(100ml)

올리고당 4스푼(40g)


양념

요리에센스 연두순 1스푼(10g)

메이플시럽 1스푼(10g)


✅ 나를 살찌우는 가을, 아니 '달걀 푸딩' 만들기

1. 달걀, 우유, 올리고당, 연두순을 고르게 섞은 다음 고운 체에 내려요.

2. 용기(종이컵, 사기 그릇 등)에 1)을 담아요.

3. 중탕냄비나 찜기에 물을 붓고 끓이다가 끓어오르면 약불로 줄인 후 2)를 넣고 15분간 쪄요.

TIP. 중탕 시, 물은 찜기의 절반 정도 높이로 준비해요.

4. 용기를 꺼내 냉장고에 차갑게 식힌 다음 메이플 시럽을 올리면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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