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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스텔라 Sep 19. 2024

비가 와도 우산을 쓰지 않는 이유

Wir sind nicht aus Zucker!

독일은 비가 안 온다.

하하, 아니, 독일은 오히려 비가 자주 내리는 나라다.


하루에도 몇 번씩 날씨가 변덕을 부리는데, 아침에는 비가 내렸다가 점심에는 해가 쨍쨍하기도 하고, 심지어 맑은 하늘에서도 부슬비가 내리기도 한다.


유학 초기에는 비가 내리는 아침이면 무조건 우산을 챙겨 나갔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비가 오는 날 우산을 쓰지 않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나는 그들이 참 딱해 보였다.

'히익! 이렇게 비가 오는데 우산을 안 쓰다니!'라며 속으로 걱정하기도 했다.

아이부터 어른까지 전부 모자를 푹 눌러쓰고 내리는 비를 쫄딱 맞고 돌아다니는 것을 보니 참 이상하게 느껴졌다.


한 번은 갑자기 비가 내려 "앗! 큰일이다! 비 온다!" 하니까 "Wir sind nicht aus Zucker!" (우리는 설탕으로 만들어지지 않았어!) 라고 했다. 이게 무슨 말인고 하니.. ‘우리는 설탕으로 만들어진 게 아니니 비 맞아도 녹지 않는다. 괜찮다.’라는 뜻이다.


참나.. 누가 녹을까 봐 우산 쓰나..

https://de.dreamstime.com/

하지만 나도 결국 그들처럼 우산을 쓰지 않게 된 계기가 있었으니.. 바로 독일의 무시무시한 바람 때문이다.

독일의 바람은 동서남북을 가리지 않고 거세게 불어온다.

오죽하면 베토벤이 템페스트 (폭풍우)를 작곡했을까.

우산을 쓰고 걷다 보면 우산이 뒤집어지기 일쑤였다. 다행히 독일 우산은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두고 튼튼하게 만들어졌다고는 하지만, 매번 뒤집어진 우산을 바로잡는 것이 번거로운데다가 우산을 쓰고 있어도 온몸이 젖기는 마찬가지였다.


결국, 나는 우산을 접고 그냥 비를 맞고 다니기 시작했다. 독일에서 비를 맞는 일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니까 말이다.

Foto: Oliver Berg © Oliver Berg

또, 독일 사람들은 비가 와도 자전거로 다닌다. 밑의 사진에서 보듯 비가 살벌하게 와도 자전거를 탄다. 하하

나도 물론 비가 내려도 자전거로 출퇴근을 한다. 방수용 겉옷과 바지를 입고 자전거를 타면, 얼굴은 젖을지언정 몸은 뽀송뽀송하게 유지된다.

Foto: Sebastian Willnow / dpa

이와 관련된 재미있는 일화가 하나 있다.

어느 날, 한국인 친구를 만나러 가는 길이었는데, 비가 내리는 날이었다. 나는 평소처럼 비옷을 챙겨 입고 자전거로 이동했다. 기다리는 친구의 눈앞에 도착했을 때, 친구는 내 모습을 보고 깜짝 놀라며 말했다.

"어머, 무슨 이런 옷을 입고 다녀? 옷이 쫄딱 젖었네!" 나는 웃으며 비옷을 벗기 시작했다.

그러자 친구는 당황하며 "어머머!! 여기서 옷을 벗으면 어떡해!"라고 소리쳤다.

하지만 내가 비옷 안에 평소 옷을 그대로 입고 있는 것을 보고는, 그제야 상황을 이해하고 크게 웃었다.


독일 비는 한국 비와 달리 비교적 비의 산성도가 낮기에 비를 맞으면 오히려 깨끗해진다는 인식이 존재한다. 그래서 대부분의 독일 사람들은 비를 맞아도 굳이 샤워를 또 하지는 않는데, 이와 관련된 일화가 또 있다.


친구와 집으로 가는 길 비가 내리고 있었고, 우리는 신나게 맞으면서 걸어갔다.

집에 도착 후 나는 친구에게 씻고 싶으면 씻으라고 했더니, 그녀가 하는 말 "이미 씻었는데 뭘 또 씻어! 괜찮아, 수건만 하나 줄래?" 라고. 허허, 이미 씻었다니...  그녀의 털털함에 참 웃음이 나왔다.

그녀는 입고 있던 옷을 베란다에 걸어두었는데, 그 옷은 그녀가 집에 들어가기 전 이미 말라 있었다.

독일의 건조한 기후 덕분에 젖은 옷도 금방 마르기 때문이다.


물론 이 생활방식이 좋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독일에서 살다 보니, 비가 오는 날의 불편함보다는 오히려 자연과 더 가까워지는 느낌을 받게 된다.

비를 맞으며 자전거를 타고, 비에 젖은 김에 머리카락 정리도 하고, 젖은 옷이 금방 마르는 것을 경험하면서 독일 사람들의 실용적이고 자연 친화적인 생활 방식을 조금은 이해하게 되었다.


그리고 우산이 없다며 패닉에 빠진 지인들에게 얘기한다.

"Wir sind nicht aus Zucker!"
 (우린 비 맞아도 녹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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