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사냥
2022년 6월 그렇게 해서 마녀를 만나게 된 거다.
이 업무를 맡게 되고서도 처음에 난 화장실 청소도 업무범위에 들어가는게 맞는지 의문이 들어 구청에 문의를 하였고, 환경정화 업무도 들어가니까 업무범위에 들어가는게 맞다는 통보를 받았다. 그래서 더이상의 의문은 품지 않았고, 있는 힘껏 최선을 다해서 반짝반짝하게 청소를 했다
그렇게 일주일 정도가 지나고 마녀가 원장실로 나를 불렀다. 나는 하던 일을 내려놓고 마녀의 원장실로 갔다.
"핑거래빗 선생님...나는 핑거래빗 선생이 공부를 한다고 해서 근무도 일찍 끝내주고 최대한 편의를 봐줬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내가 시키는 업무를 거절해서 정말 마음이 상했어요. 그래서 말인데 근무도 원래 시간대로 하고 밖에 화분에 물주기 등 일까지 맡아주고 어르신들 풀 뽑을때도 같이 나가서 일해요~"
마녀는 나에게 벌을 주듯 일거리를 늘리고, 시간도 자기가 좌지우지 했다. 나는 원래 내 업무시간대로 하는게 당연히 맞다고 생각했고 더이상 휘둘리기도 싫어서 알겠다고 했다. 그후로 나는 12시 근무시간을 딱딱 지켰고, 내 업무를 더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했다. 그러니 마녀도 할말은 없었다.
마녀의 성은 교인들간 분쟁이 끊이지 않는 곳이었고, 매일 화장실이든 원내든 데모 스티커가 붙어있었다. 사실 그걸 매일 제거하고 청소하는 것은 너무 힘들었다. 하지만 나는 불평하지 않았다. 6월부터 11월까지의 근무기간동안 최선을 다하자고 마음먹었다. 왜냐하면 내가 목표한 일도 있었기 때문이다. 열심히 돈을 모아서 여행을 가고 싶었다.
'목표한 것만 생각하자.'
출근할 때면 계속 그 말을 되뇌었다. 마녀 따위는 생각지 말고 목표한 것에만 충실히 하는 거다. 매달 세금떼고 90만원 정도 벌고, 6개월이면 생활비 등 빼고도 꽤 모일 거라고 생각하니 일은 고되었지만 보람있었다.
어느날이었다. 화장실에 있는 스티커들을 다 제거하라는 것이었다. 그날따라 화장실 전면이 스티커로 다 도배가 되어있었다. 나는 솔직히 너무 막막했고, 하기도 싫었다. 하지만 오히려 난 스티커 스프레이까지 써가며 근무시간이 지나서까지 다 제거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니 마녀나 주임선생님은 더 안절부절 하지 못했다.
"그렇게 까지는 할 필요 없어요. 그냥 대충하고 가요~"
마녀와 주임선생님은 계속 왔다갔다 하며 발을 동동 굴렀다. 아마도 혹시 구청에 민원을 넣거나 하는 등 후한이 두려웠겠지. 나는 속으로 통쾌했다. 내가 생각하는 진정한 복수는 면전에 대고 속시원하게 소리치고 욕하는게 아니라 상대가 스스로 쩔쩔매게 만드는 거다. 원래의 근무시간은 오전 8시부터 12시까지였지만 오후 2시가 넘을 때까지 땀흘려 가며 스티커 제거 작업을 했다. 스프레이 냄새가 엄청 독했고, 농촌에서 쓰는 농약 살포 마스크까지 쓰고, 온몸을 무장까지 했으니 할말이 없었을 거다.
마녀는 그 후로 나에게 감동했다며 선물을 조공했다. 그리고 일할 때마다 와서 한가지 일을 더 늘리더니 이제는 더이상의 터치를 하지 않았다. 이제 마녀의 레이더에서 벗어난 거다. 더이상은 태클을 걸지 않았다. 그렇게 해서 나머지 두어달 정도는 편히 지낼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맡은바 일에 최선을 다했고, 화장실도 매일같이 물청소와 살균 소독을 했다. 주임선생님이 집에서도 그렇게 깨끗하게 사냐면서 너무 열심히 하니까 걱정이 될 정도라고 했다. 선생님이 가고 나면 우리들은 그렇게까지 못할 텐데 어쩌냐며...
근무 종료 일주일 전_마녀는 나를 또 원장실로 불렀다. 나는 또 무슨 말을 하려고 그러나 겁이 났지만 덤덤한 척 하며 원장실로 갔다.
"저기 그...구청에서 연락을 받았는데, 한달간 연장을 할 수도 있대요~ 그래서 말인데...한달 더 해줄 수 있어요?"
11월말 점점 더 추워지기 시작했고, 장화 속으로 서서히 냉기가 파고들기 시작했다. 나는 12월까지 근무는 무리라고 생각했고, 마녀에게 소심한 복수를 하고 싶었다.
"원장님~ 어쩌죠? 제가 계획한 일들도 많고 그건 좀 어렵겠네요~저도 더 하면 좋겠지만 죄송해요..."
마녀는 더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그것 또한 사실 복수였다. 내 빈자리가 철저하게 느껴지게끔 엄청나게 열심히 일했기 때문이다. 내가 사라지면 그 빈자리가 크게끔 반짝반짝하게 청소했다. 그건 노인일자리로 오셨던 어르신들도 인정하셨던 거다.
어르신들은 그러셨다.
"아니~ 뭔 놈의 청소를 그렇게 매일 열심히 해~ 그러다 몸 상해~대충 눈치껏 해~"
그렇게 시간이 흘러가고 근무 며칠전 주임선생님이 오더니 황당한 말을 했다.
"핑거래빗 선생님~ 그럼 혹시 다른 사람이라도 데타로 부치고 그 사람한테 월급을 넘겨주면 되지 않아요?"
이건 무슨? 그래도 주임선생님은 믿음직 하다고 생각했는데, 그 밥에 그 나물이구나 라고 생각했다. 어떻게 저런 약은 수작을 할 수가 있지?
"어...그건 좀...어렵겠네요..."
나는 거절했다. 내가 왜 마지막까지 그들의 편의를 봐줘야 하나 생각했다. 내가 할 일도 아닌데 6개월간 교회 청소까지 했는데 한계치가 극에 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