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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핑거래빗 Oct 21. 2024

도서관 책소동

요즘 책들이 이사중입니다.

나는 초등학교에서 코디네이터로 일하고 있다. 그리고 나는 원래 사회복지사였다. 일터 대문 앞에 서있는데, 더이상 설레지 않아서 그 일을 그만뒀는데, 어쩌다보니 도서관 안에 서있게 됐다.


마음에 독감이 오고 나서 도서관에 숨어서 책을 보기 시작했고, 도서관에 가서 사람들 틈에 앉아서 있으면 긴장이 너무 커져서 어떤 날은 오래 앉아있지도 못하고 도망치듯 책을 빌리고 나올 때도 많았다.


나는 어린왕자 같은 순수한 아이들을 책먹는 여우가 되어 기다린다. 그러면서 나는 많이 건강해졌다. 내면아이가 아이들을 만났고, 그 어린아이를 꺼내주는 아이들이 너무 고맙다. 티없이 맑고 순수한 아이들. 아무리 디지털 세상이 되었다고는 해도 여전히 아이들의 사고는 순수하다는 걸 아이들의 눈을 보면 알 수 있다.


나는 '어른다움' 같은 건 내려놓고, 그냥 아이가 되어서 아이들을 만난다. 



이곳은 설립 당시 봉사자들로 구성이 되어서 운영되었다고 한다. 사서선생님께서 안계셔서인지 책들은 자기 자리를 못찾고 방황하고 있었다. 


작년 4월 내가 이곳에 오게 되었고, 먼저 계시던 코디님은 첫 책을 정리하려고 도서관 서가에 들어갔다가 한참을 멍하니 서있던 내게 한마디 건넸다. 


"아니 뭘 그렇게 한참 서있어요? 


"아니...그...그게 아니고...이게...음...그러니까..."


우물쭈물 하고 있는 내게 대뜸


"그냥 오래 생각하지 말고 꽂아요~ 책 한권이라도 오래 들고 있으면 무거워요~" 


"이게 쩜이...흣..."


"쩜 같은 거 생각지 말고 그냥 초성순으로 꽂아요~"


"아...네? 상관하지 말고요?"


나는 규칙이 없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좋아하지 않는다기 보다는 좀 어렵다. 우선 다른 할일들도 있었기에 분류에 대한 건 잠시 내려놓고 코디님이 하란대로 했다. 그리고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뽑을 수는 없었기에... 



그런데 올해 3월 재계약을 앞두고 코디님께서 다른 곳으로 가신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런 후 사서선생님께서 다른 지원자가 없으니 나와줄 수 없냐고 연락이 왔다. 나는 운명의 신이 내편인 거라고 믿게 되었다. 나는 이 일이 너무 재밌었고 절실히 이 일이 필요했으므로. 


그렇게 해서 지금 나는 책들의 제 자리를 찾아주고 있다. 책들은 이제야 자기 자리를 찾은듯 제 멋을 뽐내고 있다. 그리고 올해의 '생애취록(버킷리스트)' 중 하나이기도 한 책 분류작업이 이렇게 완성되어가고 있어서 너무 뿌듯하다.


그래_내가 지금 느끼는 감정은 바로


'뿌듯함'


이것도 소심한 복수랄지 모르겠지만 나는 속으로 '어디 두고보자' 라는 마음을 먹었으므로

그리고 코디님이 잠시 여길 방문 했을 때 나는 "저는 이것도 저것도 아닌 규칙이 좀 힘들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지금 분류별로 싹 정리중이에요. 하하하" 웃으면서 내 할말 다하기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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