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책들이 이사중입니다.
이곳은 설립 당시 봉사자들로 구성이 되어서 운영되었다고 한다. 사서선생님께서 안계셔서인지 책들은 자기 자리를 못찾고 방황하고 있었다.
작년 4월 내가 이곳에 오게 되었고, 먼저 계시던 코디님은 첫 책을 정리하려고 도서관 서가에 들어갔다가 한참을 멍하니 서있던 내게 한마디 건넸다.
"아니 뭘 그렇게 한참 서있어요?
"아니...그...그게 아니고...이게...음...그러니까..."
우물쭈물 하고 있는 내게 대뜸
"그냥 오래 생각하지 말고 꽂아요~ 책 한권이라도 오래 들고 있으면 무거워요~"
"이게 쩜이...흣..."
"쩜 같은 거 생각지 말고 그냥 초성순으로 꽂아요~"
"아...네? 상관하지 말고요?"
나는 규칙이 없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좋아하지 않는다기 보다는 좀 어렵다. 우선 다른 할일들도 있었기에 분류에 대한 건 잠시 내려놓고 코디님이 하란대로 했다. 그리고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뽑을 수는 없었기에...
그런데 올해 3월 재계약을 앞두고 코디님께서 다른 곳으로 가신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런 후 사서선생님께서 다른 지원자가 없으니 나와줄 수 없냐고 연락이 왔다. 나는 운명의 신이 내편인 거라고 믿게 되었다. 나는 이 일이 너무 재밌었고 절실히 이 일이 필요했으므로.
그렇게 해서 지금 나는 책들의 제 자리를 찾아주고 있다. 책들은 이제야 자기 자리를 찾은듯 제 멋을 뽐내고 있다. 그리고 올해의 '생애취록(버킷리스트)' 중 하나이기도 한 책 분류작업이 이렇게 완성되어가고 있어서 너무 뿌듯하다.
그래_내가 지금 느끼는 감정은 바로
'뿌듯함'
이것도 소심한 복수랄지 모르겠지만 나는 속으로 '어디 두고보자' 라는 마음을 먹었으므로
그리고 코디님이 잠시 여길 방문 했을 때 나는 "저는 이것도 저것도 아닌 규칙이 좀 힘들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지금 분류별로 싹 정리중이에요. 하하하" 웃으면서 내 할말 다하기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