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미국 시부모님, 한국에 오다 (1)

어서 오세요, 한국은 처음이시죠?

by 아브리

미국에서만 결혼식을 올린 탓에 한국에 살고 계신 친인척들은 아직 남편과 남편 부모님을 뵙지 못했었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이제라도 인사드리기 위해 우리가 한국에서 짐도 채 다 풀기 전, 시부모님께서 한국에 들어오셨다.


공항 택시를 타고 무사히 숙소까지 도착하신 시부모님을 맞이했다. 한국이라는 익숙하지 않은 장소에서 익숙한 얼굴을 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흔하게 일어날 일이 아니었다. 자식들이 워낙 많기에 우리 부부에게만 집중되는 시간을 잘 활용해야 했다. 시부모님을 안 지 9년, 남편과 결혼 한지 2년이 다 돼 가는데, 이제야 조금씩 서로에 대해 알아가는 중이었다. 좀 더 깊은 관계를 쌓아갈 수 있도록 짧은 기간이지만 최선을 다해야겠다고 다시 한번 다짐했다.


늦은 저녁식사를 차려 드리고 이야기를 나누다 곧 헤어졌다. 앞으로의 여정이 기대되기도, 걱정되기도 했다. 오늘 밤 여독이 충분히 풀리시길 바랄 뿐이었다.




아침에 여유 있게 일어나 부모님께서 예약해 두신 한정식당으로 시부모님을 모시고 출발하였다. 처음인데 택시를 타고 갈까 했으나 한국의 대중교통을 경험해 보기로 했다. 다만, 남편과 나도 아직 대중교통에 능통하지 않아 헤매게 되었다. 미래가 그려지는 순간이었다. 계시는 동안 길을 몰라 남몰래 얼마나 식은땀을 흘렸는지 모른다. 다행히 아주 지각은 면하고 한정식당에 도착하였다. 부모님은 그저 무사히 온 것만으로 안도하셨다. 뷰가 멋진 고급진 한식당이었다.


입맛 도는 16첩 반상


결혼한 지 1년이 훌쩍 넘어 마련된 상견례 자리였다. 시부모님께서는 나의 중고등학교 선생님이셨기에 사실 양가 부모님께서도 서로를 알고 계신지는 오래되셨으나, 제대로 된 식사 자리는 몇 번 없었다. 간단한 인사와 선물 교환식이 있었다. 어색함도 잠시, 곧 편안하게 대화가 오고 갔고 나는 간간히 통역을 하며 상다리 부러지게 준비된 정갈한 한식을 조용히 즐겼다. 양가 부모님께서도 만족스러운 식사가 되었다고 하셨다. 그러나 문제 아닌 문제는 뜬금없는 곳에서 일어났다. 나중에 들어보니 의외로 남편이 긴장하고 있었다더라. 우리 중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는데, 남편 혼자 기갈나게 차려진 한식을 보고도 맛 표현에 특출 난 한국인에 비해 성에 안 차는(?) 반응을 보인 본인 부모님을 보며 홀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그 뒤 남편은 식사자리가 있을 때마다 이 부분으로 답답해했다. 내가 보기에는 충분히 즐기고 계신데 혼자 '어떻게 이 맛있는 음식을 두고 이 정도밖에 표현을 못하냐'며... 아무것도 모르는 나의 부모님께 죄송스러워했다. 옆에서 보고 있으면 정말 웃겼다. 흔히들 한국만큼 음식에 진심인 나라가 없다고 하는데, 어느덧 남편도 진심이 되었나 보다.


식사를 마치고 남편은 어학당에 가기 위해 먼저 자리를 떴다. 나는 시부모님을 모시고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을 네일숍으로 향했다. (두둥!)


사실 시부모님께서 한국에 오시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한국에서 올릴 혼례식 때문이었다. 결혼식을 두 번 올리기 부담스럽고, 결혼한 지도 시간이 꽤 되었기 때문에, 생각해 낸 묘수였다. 한국 식구들과 기념하고 인사할 수 있으면서도 가벼운 자리로 전통 혼례식을 결정했다.


미국에서는 중요한 자리에서 나이불문 꼭 네일아트를 받기 때문에 시어머니께서 부탁하신 것 중 하나였다. 시아버지께서는 아래 카페에서 기다리시기로 하고 나와 시어머니만 네일 숍에 갔다. 깔끔한 스타일을 원하셔서 같이 색도 고르고 디자인도 골랐다. 친절하게 잘해주셔서 감사했다. 시어머니 네일아트 내주는 며느리라니 나쁘지 않지 않은가? 어머니께서도 좋아하셔서 뿌듯했다. 예상보다 빠르게 끝내주셔서 아버님도 좋아하셨다.


나쁘지 않은 시작이었다.


다음 주 2편으로 이어집니다.
keyword
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