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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시부모님, 한국에 오다 (3)

독수리 다방

by 아브리
지난주 1편에서 이어집니다.


피곤한 어젯밤을 보낸 만큼, 그다음 날인 셋째 날은 좀 더 여유롭게 일어나기로 했다. 저녁에는 친구들과 약속이 있어, 오후까지 밖에 시간이 안 났다. 설렁설렁 일어나 남편과 시부모님과 부대찌개 집을 갔다. 남편이 가장 좋아하는 한식 중 하나라 남편이 꼭 소개해드리고 싶어 했기에 애써 찾아갔건만, 그다지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물론, 나쁘진 않았지만.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남편은 어학당으로 향하고 나와 시부모님은 독수리 다방에 가보기로 했다. 생각보다 사람이 복작복작하니 많았지만, 다행히 창가에 자리가 나 앉았다. 커피와 다과릉 시키고 모처럼 대화를 했다. 처음에는 가볍게 시작했던 대화가 점점 깊어졌다. 뜻밖이었다. 속내를 시부모님과 터놓은 적은 처음이었다. 나에 대한 질문을 하셨다. 한국에 대해서 물으셨다. 나와 눈을 맞추며 진지하게 이야기를 듣고 계셨다. 인생 처음으로 시부모님께로부터 존중받고, 이해받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 오롯이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이었다. 한국에 짧게라도 오시니 이해의 폭이 넓어지신 것 같았다.


이런 날이 올 거라 꿈도 꾸지 못했던 적이 있었는데. 무리해서라도 시부모님을 한국에서 모시기를 참 잘했다고 생각이 들었다. 이런 기회가 또다시 올 거라는 보장이 없기에 최대한 시간을 알차게 활용해야겠다고 다시 한번 다짐했다.




장장 두세 시간의 대화 끝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시부모님을 숙소까지 바래다 드린 후, 나는 고등학교 동창들과 만나 시간을 보냈다. 오랜만에 보는 얼굴들이 참 반가웠다. 나와 남편을 보기 위해 일본에서 사는 친구까지 비행기를 타고 건너와 주었다. 함께 방탈출도 하고 남편도 합류하여 저녁식사도 하고, 보드게임 카페도 갔다. 밤늦게 막차 타고 겨우 겨우 집으로 향했다. 여러모로 즐겁고 뜻깊은 하루였다.


다음 주 4화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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