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 전화
쉬는 시간은 10분이었다. 10분안에 점심을 먹고 수업을 들어가야 했다. 영실은 교무실 옆 작은 휴게 공간에서 컵라면에 뜨거운 물을 부었다. 아직 덜 익은 면을 젓가락으로 몇 번 휘저어 면을 끊어 먹었다. 다 먹지 못했는데 다음 시간을 알리는 종이 울렸다. 영실은 남은 컵라면을 쓰레기통에 던지고, 교무실로 가 교재를 챙겼다. 정수기에서 종이컵에 물을 담아 교실로 향했다.
“안녕, 애들아. 어서 와.”
아이들과 인사를 나누고 급하게 물을 마셨다. 아이들이 자리를 잡았다. 칠판에 문제를 쓰고 풀이를 설명하는데 소화가 덜 됐는지 트름이 올라왔다. 바로 그때 휴대폰 울렸다. 영실의 주머니 안에서 진동이 연속으로 울렸다.
한 번.
멈췄다.
다시 울렸다.
수업 중이었다. 영실은 진동음을 무시했다.
진동이 또 울렸다. 마치 안쪽에서 심장을 긁는 소리 같았다.
짧고 날카롭게.
심장이 그 진동에 맞춰 뛰기 시작했다.
숨이 가빠졌다.
칠판에 쓰던 숫자가 흐려졌다.
또 울렸다.
영실은 아이들을 바라봤다.
“미안해. 급한 전화가 온 것 같아서.”
영실은 휴대폰을 손에 들고 급하게 교실을 나왔다. 복도 끝 창가에서 전화를 받았다.
“네.”
“임영실 보호자분이시죠.”
병원이었다. 그 다음 말은 분명히 들었는데, 이해되지 않았다.
“방금 어머님이…”
머릿속이 하얘졌다. 빛이 꺼진 것처럼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지금 바로 오셔야 합니다.”
영실은 전화를 끊었다. 아이들이 있는 교실 문이 보였다. 안에서는 웅성거리는 소리가 났다.
문을 열고 말했다.
“잠깐만.”
그 말만 남기고 학원 계단을 뛰어 내려갔다.
학원 주차장 한 켠에 영실의 중고 마티즈가 세워져 있었다. 은색 차체는 군데군데 벗겨져 있었고, 오른쪽 사이드미러는 약간 흔들렸다. 문을 열고 앉았다. 시동을 걸었다. 엔진이 한 번 덜컹거렸다. 머리가 하얗게 비어 있었다. 핸들을 잡은 손이 어디에 있는지도 잘 느껴지지 않았다. 차를 몰았다.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엔진 소리도, 바깥 소리도.
신호등이 빨간색이었다. 영실은 그대로 지나쳤다. 옆 차에서 경적이 울렸다. 입을 벌리고 무언가 외치는 운전자가 보였다. 그러나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수십 번 오갔던 병원 가는 길이었다. 그런데 떠오르지 않았다.
다음 사거리가 어디였는지, 좌회전이었는지 우회전이었는지.
표지판이 낯설었다. 같은 길을 두 번 돈 것 같았다. 같은 편의점을 세 번 본 것 같았다.
숨이 얕아졌다.
‘가야 돼.’
그 생각 하나만 남았다.
앞유리를 통해 겨울 햇빛이 들어왔다. 눈이 부셨다.
엄마 병동 창문으로는 닿지 않던 그 빛이, 차 안에는 가득했다. 영실은 눈을 찌푸렸다.
병원에 도착했을 때, 햇빛은 기울어 있었다.
장례식장은 조용했다. 문을 열었을 때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아버지도 없었다. 형제도 없었다. 친척도 없었다.
직원이 조용히 말했다.
“이쪽입니다.”
문이 열렸다. 엄마가 누워 있었다. 얼굴만 드러나 있었다. 광대뼈가 도드라져 있었다. 눈은 깊이 꺼져 있었다. 피부는 종이처럼 얇았다. 입술은 말라 있었고, 턱은 가볍게 벌어져 있었다. 영실은 다가가 손을 뻗어 이마를 만졌다. 차가왔다.
엄마는 이 세상에 남은 마지막 혈육이었다. 아버지는 이미 사라졌고, 이제 엄마도 없다. 영실은 혼자였다.
병원 형광등 아래에서 혼자 서 있었다.
조금만 더 벌면 햇빛 드는 방으로 이사 갈 수 있었는데.
창문이 있고, 해가 들어오고, 곰팡이 냄새가 없는 집.
엄마를 그곳에 눕혀두고 싶었는데. 영실은 엄마의 어깨를 붙잡고 고개를 숙였다.
“엄마~~.”
장례식장 문틈으로 겨울 햇빛이 길게 들어왔다. 그러나 엄마 얼굴까지 닿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