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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그리hangree Aug 23. 2023

닭 요리 중 제일은

국물이 좋은 건 안비밀

  시장에 가서 닭을 두 마리 사 왔다. 사실 가족이 다섯이면 한 마리로는 부족하다. 마트를 가도 4인분은 많은데, 5인분은 거의 없다. 그래서 적게 먹느니 여유있게 먹기로 했다. 먹는 걸 좋아하는 우리 가족으로서는 대식은 아니지만 꽤 맛있게 먹는 편이다. 먹다가 끊기면 너무나도 곤란하다.

  우리 집의 닭 메뉴는 단연코 닭도리탕이다. 도리가 일본말이네, 한국말이네 실랑이를 늘 벌이고 있지만 닭볶음탕이라고 쓰기에 너무 국물이 많다. 또한 남의 말이면 어떤가. 스테이크니 돈까스니 다른 여러 말을 사용하면서도 닭도리탕에만 너무 가혹하다. 일본어의 ‘도리’가 ‘새’라는 의미가 있지만, 우리말에 ‘토막낸다’는 뜻이 더 설득력이 있으니 닭도리탕이라고 쓰고자 한다. 하지만 오늘의 요리는 닭도리탕이 아닌 닭개장이다. 후훗.

  우리 음식 중에는 닭 요리가 많다. 앞에서 닭도리탕이 먹고 싶을 때는 애초에 닭을 잘라오니 다양한 닭 요리를 하지 않는다. 그래서 통으로 손질을 해 온 닭의 경우에 조금씩 달라진다. 처음에는 곰탕처럼 뽀얀 국물에 닭다리 하나씩 넣어 먹는다. 그러다가 몸통 등 남은 것들을 모두 모아서 빨갛게 닭개장을 끓여먹는다. 그 후 가슴살을 한두 조각 남겨 두었다가 찹쌀에 닭죽을 만들어 먹는다. 지금 나열한 세 가지의 요리는 닭을 산 다른 날에 일어나는 일이기도 하지만, 바로 다음 식사 시간에 걸쳐서 일어나기도 한다.

  그 중 오늘은 닭개장에 대해 이야기하기로 한다. 닭개장이라는 말 자체가 육개장과 비슷한 면이 있다는 점이 있을 테다. 육개장은 물론 닭개장보다 더 맛있을 거다. 소고기를 푹 삶아서 우려낸 국물에 고사리를 비롯해 대파, 양파, 버섯, 콩나물 등을 더해 얼큰하게 고춧가루를 넣고 국간장이나 액젓을 넣어 간을 맞춘다. 생각만 해도 먹음직하다. 그런데 육개장의 단점은 비싼 소고기다. 그에 비하면 닭은 고물가 시대의 가장 고마운 동물이지 않을까 싶다. 한때는 계란 가격도 고공 행진을 할 때 닭도 가격이 만만치 않았다. 그래도 요즘은 닭 두 마리에 만 오천 원이면 편안히 살 수 있어 다행이다.

  어떤 닭 요리든 닭을 삶은 일은 중요하다. 닭이 잠길 정도의 물을 붓고 냉동실에 잠자고 있는 엄마표 잘라놓은 인삼을 한 움큼 넣는다. 파나 양파를 넣으면 좋고, 마늘은 필수다. 가끔 잡내를 없앤다고 어디서 생긴 월계수 잎을 넣기도 하고, 혹은 맛술도 괜찮다. 가스불에서 약 한 시간 정도 끓인다. 혹시 시간 체크를 못했다면 뚜껑을 열어 닭다리의 가장 가는 부분의 살이 떨어져서 벗겨져 뼈가 보인다면 거의 다 된 거라고 생각할 수 있다. 엄마가 알려준 가장 간단한 팁이다.

  닭개장을 만들려면 삶은 닭의 살을 분리해야 한다. 익힌 지 바로 빨리 해야 한다면 넓은 쟁반이나 그릇에 닭을 우선 건져 놓는다. 비닐장갑 안에 면장갑 하나를 끼고 닭을 만지면 수월하게 뼈를 바를 수 있을 것이다. 급하다고 비닐장갑만으로 닭을 잡으면 뜨거워서 손이 금방 얼얼해질 지도 모른다. 대체로 요리는 마음 편하게 느긋하게 할 수 있어야 한다. 간단한 요리라도 차근차근 하려는 모습이 필요하다.

  이제 육수에 바른 살을 모두 쏟고 좋아하는 채소를 넣는다. 앞서 육개장에서 언급한 재료들을 넣으면 되는데, 콩나물이 없고 숙주나물만 있다면 숙주나물을 넣어도 무방하다. 고사리가 있으면 좋지만, 굳이 넣지 않아도 되며, 부추가 많이 남아 곤란하다면 거의 마지막에 썰어 넣으면 된다. 우리집에는 한참 전에 먹던 양배추 잎과 조금 남은 호박도 처리했다. 채소를 들이 붓고 만드는 탕이 맛이 있을 뿐 아니라 채소를 없애고 아이들에게 많이 먹이기 좋다. 그래서인가, 지금 이 글을 쓰면서 비슷한 음식인 짬뽕밥도 많이 만들어주기는 한다. 베이스가 약간 다르기는 하지만, 채소를 넣고 얼큰하게 끓인다는 점에서 비슷한 맥락이다.

  닭국물을 기본으로 한 닭개장 한 그릇 어떠한가. 누가 그랬던가, 치킨은 진리라고. 물에 빠진 닭을 포함해서 닭은 정말 맛있고 저렴한 육류 단백질을 먹을 수 있다. 지갑이 넉넉지 않을 때 서민의 음식으로 자리 잡은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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