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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그리hangree Jul 20. 2023

김밥을 말아

  며칠 전 서민 음식인 김밥과 짜장면의 가격이 40%나 올랐다는 뉴스가 있었다. 간편하게 간단히 먹을 수 있었던 김밥이 5천 원인 가게가 많아졌다. 물론 찾아보면 싼 곳도 있으리라. 천 원 김밥이 그리운 때다.

  예전에 ‘더 자두’라는 가수의 ‘김밥’이라는 곡이 유행했다. “잘 말아줘, 잘 눌러줘. 밥알이 김에 달라붙는 것처럼 너에게 붙어 있을래.” 사실 예능 프로그램에서 김밥 관련된 화면만 나오면 이 음악이 나와 모르는 세대는 아닐지도 모른다. 적어도 노래를 부른 가수는 몰라도 이 노래를 모르는 사람은 없으리라. 여담이지만 딸이 어떤 프로그램에 어떤 음악이 깔릴 때 대부분의 음악을 섭렵하고 있다. 내가 십 대에 알던 노래를 딸은 다양한 방식으로 파악한다. 신기하다. 물어보기만 하면 나오는 음악에 관해서는 척척박사다. 모르는 노래가 없어서 가끔 내가 알고자 하는 음악이 있을 때 습관처럼 물어보면 당연스레 답이 나온다.

  나의 김밥 역사 역시 초등학교 시절의 소풍 김밥으로부터 거슬러 올라간다. 그때는 김밥은 특식이다. 그때 아니면 먹을 수 없는, 느껴볼 수 없는 향수가 있다. 엄마의 김밥은 심플simple 그 자체다. 요즘은 김밥세트가 있지만, 당시에는 세트는커녕 김밥의 재료들을 모두 하나씩 사야했다. 김밥용 김이 나오지 않던 시절의 김, 비싼 햄, 계란과 단무지, 볶은 당근과 시금치, 깨소금과 들기름으로 양념한 하얀 밥이 재료다. 아침에 언니와 나의 소풍용 김밥을 싸려면 아침 대용의 무언가를 만들기 어려웠기 때문에 대용량의 김밥으로 아침까지 하는 경우가 많았다. 게다가 우리 집에는 증조할머니, 할아버지, 할머니가 함께 살고 계셨기 때문에 이중으로 아침밥을 차려야 하는 엄마의 노고를 이제야 깨닫는다.

  엄마의 김밥과 나의 김밥은 조금 다르다. 종종 김밥 세트를 사서 아이들이 집에만 있는 날에는 김밥을 말아준다. 특히, 방학이 되면 삼시세끼 집에서 먹어야 하기 때문에 밥과 김치만 먹으면 지겨워할 것 같다는 나름 엄마의 배려다. ‘방학은 엄마의 개학’임을 공고히 하는 예라고 할 수 있겠다. 그 가운데 김만 남는 경우가 가끔 있다. 세트의 기본 재료를 많이 만들어서 김을 따로 더 살 때 남는데, 남은 김과 재료와 콜라보 하기도 한다.

  김밥 김이 남았을 때 제일 많이 사용하는 건 김치다. 김치김밥을 말아준다. 김치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아이가 있지만, 김치김밥으로 만들면 조금 더 잘 먹는다. 김치만 넣으면 심심하므로, 우리 집 냉장고에 매일 채워두는 계란을 부쳐 넣는다. 정말 간단하게 만든 김치김밥은 이렇지만, 집에 넣을 수 있는 재료가 있다면 다양하게 넣어보는 것도 좋다. 햄이 있다면 햄을 넣고, 시금치나 콩나물 반찬이 있다면 함께 싸 보는 것도 도전력을 상승시킨다.

  우리 집에는 가끔 엄마가 보내주신 짠지가 있다. 가을무로 겨우내 소금에 절여놓았다가 봄에 얇게 채 썰어 물에 담가 먹기도 한다. 짠지의 짠 성분을 적당히 희석시킨 후에 물을 꼭 짜서 김밥에 넣어 먹으면 김치를 넣은 것만큼 색다른 김밥이 완성된다. 짠지김밥은 김치를 싫어하는 아이가 더 좋아하는 김밥이기도 하다. 단무지가 없는 때에 짠지를 넣어서 만들어도 괜찮고, 매콤하게 짠지무침을 해놓았다가 김밥에 넣어도 좋다.

  김밥 이야기를 하는 동안 우리네 엄마들은 정작 김밥을 많이 먹어보지 못했다는 생각을 했다. 아이들의 도시락에 신경쓰느라 김밥 꽁다리만 겨우 드시거나 그마저도 ‘김밥은 꽁다리가 최고지’라며 우리가 다 먹어버리기도 해 반성하게 된다. 친정 엄마나 시어머니 모두 김밥을 좋아하시는 것으로 보아 앞선 생각들이 맞겠다는 확신이 생긴다. 지금까지는 아이를 위해서 김밥을 말았다면, 이제부터는 부모님을 위해 싸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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