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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놀 때, 부모만 지치는 이유

육아는 일인가, 아닌가

by 심연
엄마, 일어나~~~


첫째와 둘째가 내가 있는 곳으로 와 나를 흔들어 깨웠다. '이상하다... 아침은 아닌데...' 그렇다. 지금은 낮 2시, 이미 한 차례 바깥놀이 후 쓰러져있는 엄마를 다시 일으켜 세우기 위해 두 공주님이 다시 온 것이다.


아침에 키즈카페에서 한 시간 신나게 뛰어놀고, 2차로 아파트 단지 내 놀이터란 놀이터를 다 찍고 왔는데 아이들의 눈에는 피곤한 기색 전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밖에 나가기 전보다 더 반짝반짝 빛이 난다.


'하, 또 나만 지쳤네...'


아이들은 참 신기하다. 놀아도 놀아도 지치는 기색이 없다. 분명 같이 놀았는데, 놀면 놀수록 아이들은 더 활기를 띠고, 엄마만 지친다. 처음엔 그 이유가 체력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들은 나이가 어리고, 난 그들보다 서른 살이나 더 많으니 당연히 연비가 좋지 않은 내가 더 빨리 기력소진을 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남편이 그 이유를 듣자 코웃음을 쳤다. "애들과 노는 게 어떻게 노는 거야~"라고 한다. '이상하다. 나 분명 즐거웠는데...', 그런데 갑자기 큰 애 방에서 "쿵"하는 소리가 들렸다. 서둘러 달려가보니 큰 애가 가위를 찾으려다 다른 비품 상자를 떨어뜨린 것이다. 아이들이 다치지 않은 것에 안도하면서, 그제야 남편이 말한 '애들과 노는 건 노는 게 아니다'는 말의 뜻을 깨달았다.




100% 놀이의 즐거움에 빠져있는 아이와 달리, 부모에게 '아이와의 놀이'란 재미가 곁들여진 '일'이다. 재미있게 놀아주되, 아이들이 다치지 않게 보호해야 하는 의무도 있기 때문이다. 그 비율이 2:8쯤 되는 것 같다. 물론 재미가 2, 보호가 8 말이다.


놀이터에서 놀 때도 뛰다가 넘어질까, 혹시 주변에 자전거가 튀어나올까 항상 긴장을 늦출 수가 없다. 집에서 쿠키 만들기 놀이를 할 때도 마찬가지다. 아이들은 이미 만들어진 반죽에 동물 모양 틀을 찍고 오븐에 구우면 쿠키 놀이가 끝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엄마들에게 쿠키 놀이란 '재미있는 설거지 파티'다.


어느 날, 큰 애가 그림을 그리겠다면 물감을 달라고 했다. 물감이라니, 물감이라는 말을 듣자마자 그 후 뒤처리가 연관검색어처럼 떠올라 정신이 아득해졌다. 하지만 물감으로 멋진 무지개를 그리겠다며 들떠있는 첫째에게 '뒤처리가 너무 힘들어서 못 주겠다'는 말은 못 하니, 울며 겨자 먹기로 물감을 줬다. 그리고 잠시 뒤... 스케치북에 멋진 무지개를 완성한 첫째 옆에, 물감으로 얼굴에 페이스페인팅을 한 둘째가 서있었다. 역시 슬픈 예감은 항상 틀리지 않는다.


또 몸만 쏙 빠져나간 아이들 뒤로 엄마는 물티슈를 들고 뒤처리를 한다. 그러면서 다시 한번 느낀다. 육아는 놀이가 아닌, 일이라는 걸 말이다. 아이들과 한 번 놀아주기 위해서는 아이들 눈에만 보이지 않는 엄청나게 많은 일들을 해야 한다는 걸 말이다. 이렇게 신경 써야 할 게 많으니, 아이들과 놀 때 부모만 지치는 게 당연했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벌써부터 좌절하기에는 앞으로 남은 육아 기간이 무려 20년인 것을. 정신승리를 외치며 다시 힘을 내본다. '피할 수 없는 육아, 즐겁게 하기' 위해 다시 몸과 마음을 정돈하고 다시 엄마로서의 일을 한다.


오후 놀이는 소꿉놀이다. 그리고 나의 역할은 아기다. "응애, 응애", 나이 서른넷 먹고 다시 응애를 외친다. "엄마, 나 배고파요~ 응애"하고 울면, 아이는 "우리 아기 조금만 기다려, 엄마가 금방 밥 해줄게"하며 소꿉놀이 장난감 속 맛있어 보이는 건 다 꺼내놓는다. 밥 먹고, 자고, 응가 싸고, 또 인형 친구들까지 초대하다 보면 어느덧 시계는 3~4시간 같은 한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엄마인 큰 딸은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고 바쁜데, 아기 역할인 내게 주어진 대사는 "응애" 하나다. 처음엔 분명 재미있었데... 시간이 지날수록 울음 텐션이 낮아진다. "(작은 소리로) 응애... 응... 애..." 그러자, 큰 애는 커트를 외친다. NG가 났다. "엄마! 목소리 더 크게 해야지. 더 크게 울어 더더더~!!!" 아, 깜빡할 뻔했다. 지금 이 역할극의 감독, 극본 모두 딸아이라는 걸 말이다.


응~애~, 응~애~~


배우는 감독님 지시에 따라 성의껏 더 크게 운다. 감독님도 마음에 들어 하는 눈치다. 그런데 이상하다. '나 왜 눈에서 물이 떨어지지?' 아무래도 아기 역할에 너무 몰입했나 보다.


인기쟁이 엄마는 가끔 행복해서 눈물을 흘립니다 ^_ㅠ


웃는 얼굴 되뇐다. '지치지 마, 아직 육퇴까지 3시간 반 남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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