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은사초 Jul 22. 2023

# 은행의 예금자 보호는 예금자를 위한 것일까?

당연한 것에 대한 삐뚠 생각(3)


본 금융기관이 예금 등 채권의 지급정지 후 파산하게 되는 경우, 예금보험공사가 예금자 1인당 보호금융상품의 원금과 소정의 이자를 합하여 최고 5천만원까지 보호합니다.

                                                                                  - 시중 은행의 통장 뒷면에 표시된 문구 -



5천만 원 한도 내에서 예금자 보호가 된다니 은행이 정말 안전한 곳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조금만 삐뚤게 바라보면 은행은 전혀 다르게 보이기도 한다. 은행이 정말 안전하다면 도대체 왜 예금자 보호를 할까? 안전하다면 굳이 그런 말조차 할 필요가 없지 않을까? 그리고 그렇게 안전하다면 맡긴 돈 전부를 보장해주지 않고, 왜 원금과 이자를 합쳐 최고 5천만원까지만 보호해줄까?  



제1조(목적) 이 법은 금융회사가 파산 등의 사유로 예금 등을 지급할 수 없는 상황에 대처하기 위하여 예금보험제도 등을 효율적으로 운영함으로써 예금자 등을 보호하고 금융제도의 안정성을 유지하는 데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 예금자 보호법 -



예금자보호와 관련해 '나무위키'의 자료를 보면 이름은 예금자 보호이지만 실제는 예금자 보호를 의도하고 만든 제도가 아니라고 되어 있다. 근거 있는 말이다. 예금자 보호가 목적이라면 예금자가 맡긴 예금을 금액과 상관없이 전부 보호해줘야 한다. 그리고 원금 뿐만 아니라 지급하기로 약속한 이자까지도 보호해야 한다. 왜냐면 그렇게 하는 것이 바로 예금자를 보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예금자 보호는 불완전한 보호로 명시되어 있다. 금융 위기와 같은 일이 다시 발생했을 때, 예금자의 예금 전액을 보호할 경우 심각한 문제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금액의 한계를 둔 것이라 추측한다. 그 말인 즉 예금자의 보호보다 두 번째 제시된 금융제도의 안정성을 유지하는 것이 더 본질적 목적이란 뜻이다.   






금융제도의 안정성 유지를 강조하며 뱅크런과 같은 사태의 예방이 자주 언급된다. 미국 실리콘밸리 은행의 경우 위기설이 확산된 지 하루 만에 420억 달러(56조 원)이 빠져나갔고, 결국 파산했다. 뉴욕 시그니처 은행도 실리콘밸리 은행발 공포 심리가 퍼지자 역시 공포 심리의 대상이 되어 하루만에 100억 달러(약 13조 원)의 뱅크런이 일어났고, 파산 절차에 들어갔다.

많은 뉴스들이 고객의 뱅크런이 문제인 것처럼 다루지만, 문제의 본질은 뱅크런이 아니다. 물론 뱅크런이 두 은행을 파산에 이르게 한 것은 사실이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바로 은행에 있다. 실리콘 밸리 은행은 경제 호황기에 스타트업들의 대출 수요에 힘입어 성장했고, 그로 인한 자금을 국채, 모기지 등에 무리하게 투자했다. 하지만 경기가 침체되면서 스타트업의 예금 인출이 늘자, 이를 위해 보유 국채를 매도해 손실을 봤고, 다시 그 손실을 메우기 위해 증자 계획을 발표했다가 주가 하락과 함께 대규모 뱅크런을 맞았다. 뉴욕 시그니처 은행의 경우 2018년 이후 가상화폐 시장에 적극 뛰어든 암호화폐 산업의 주요 은행이다. 연준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 여파도 있지만, 고객의 입장에서 기본적으로 암호화폐 자체에 대한 불안 심리도 큰 역할을 했을 것이다.  

은행이 건실하다면 뱅크런이 일어났을까? 은행이 안전하다면 굳이 예금자 보호를 언급할 필요가 있을까? 은행이 자신들의 탐욕을 채우기 위해 무리한 투자를 강행하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우리는 이미 2008년을 통해 알고 있다. 금융제도의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뱅크런의 예방보다 금융의 탐욕을 제어할 수 있는 장치가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최근 새마을금고 이슈로 이 예금자 보호 문제가 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2001년에 5천만 원으로 상향된 이후, 23년간 그대로 머물러있다는 문제제기다. 한국의 경제 규모에 걸맞지 않는다거나, 외국의 사례와 비교하더라도 낮은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내 주변 사람들도 이 문제가 나오면 1억 원 정도로 상향될 필요가 있다고들 말한다. 하지만 실현되기가 쉽지 않다. 당사자인 은행이 반대하기 때문이다. 정확히 표현하면 저축은행을 제외한 나머지 은행들이다. 왜 나머지 은행은 예금자 보호 금액이 상향되는 것을 싫어할까? 득보다 실이 많기 때문이다. 과거 예금자 보호 금액을 올렸을 때 혜택을 본 곳은 제1금융권이 아니라 바로 저축은행이다. 금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람들이 예금자 보호 한도 내에서 조금이라도 더 높은 금리를 주는 저축은행으로 몰렸던 것이다.

또 은행은 예금자보호기금 조성을 위해 예금 잔액의 일부를 예금보험공사에 보험료로 내야 한다. 이를 예보료라 하는데, 은행은 예보료가 0.08%, 저축은행은 0.04%이다. 예금자 보호 한도가 올라가면 은행 입장에서는 부실 위험도 낮은데, 예보료만 더 내야 하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아프지도 않고 병원도 가지 않는데 건강 보험료만 더 많이 내는 것과 같다.

이 대목에서 우리가 알 수 있는 사실이 있다. 은행은 예금자 보호에 그다지 관심이 없다. 예금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예금자 보호 금액 상향에 한 목소리로 동참했을 것이다. 그게 예금자, 바로 고객을 생각하는 자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은행은 예금자를 보호할 생각보다 계산기를 먼저 두드리고 있다. 이게 자신들에게 남는 장사인지 아닌지.(이전 글; 당연한 것에 대한 삐뚠 생각, (2)은행은 고객을 위해 존재할까?​​)




#파이어 #FIRE #경제적자유 #조기은퇴 #은행 #예금자보호 #뱅크런

이전 12화 # 은행은 고객을 위해 존재할까?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