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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사초 Jul 19. 2023

# 은행은 고객을 위해 존재할까?  

당연한 것에 대한 삐뚠 생각(2)

“어려울 때 니곁을 지켜주는 내가 있어~

힘내라 힘내라 힘내라 대한~ 민국~

행복의 날까지 힘내라 코리아~“


몇 년 전 류현진을 광고 모델로 캐스팅한 시중 은행의 광고송이다. 달려라 하니의 노래를 차용한 그 광고의 끝부분엔 다음과 같은 멘트가 이어졌다. '처음 마음 그대로, 100% 당신 편에서'


광고에 등장한 문구처럼 은행은 정말 어려울 때 우리 곁을 지켜줄까? 100% 우리 편일까? 광고가 잘 먹힌 탓인지, 원래부터 은행을 좋게 보아온 것인지 알 수 없지만, 내 주변엔 은행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아마도 필요할 때면 언제든 돈을 빌릴 수 있고, 또 돈을 맡기면 그에 따른 이자를 주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정말 은행이 고객의 편에서 고객을 지켜주는 존재일까? 삐뚠 시선으로 살펴보자.






은행에 돈을 맡기면 이자를 주니 좋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고객이 맡긴 그 돈은 은행의 수익 창출을 위한 밑천이 된다. 은행은 그 돈을 다시 다른 개인이나 기업에 빌려주고 더 많은 이자를 챙긴다. 거기서 받은 이자의 일부를 예금 고객의 이자로 돌려주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은행의 가장 기본적 수익구조인 예대마진이다.

은행은 보이지 않는 돈을 만들어내는 신박한 능력이 있다. 예를 들어 오늘 내가 은행에 1억 원의 예금을 들면, 은행은 1천만 원을 제외하고 9천만 원을 다른 누군가에게 바로 빌려줄 수 있다. 내가 내일 당장 돈이 필요해 예금을 해약 하더라도 은행은 누군가에게 빌려준 돈의 회수 없이 무사히 내 예금을 돌려준다. 내 돈 1억 원이 은행을 거치는 순간, 갑자기 팝콘처럼 1억 9천만 원이 되어 버렸다. 이것이 은행이 돈을 불리는 신박한 능력, 바로 신용창조다. 은행은 법으로 정한 최소한의 지급준비금(지급준비율)만 보유하고 있으면 된다. 만약 은행에서 대출 받은 그 누군가가 다시 돈의 일부를 은행에 맡기면 그 돈은 또 다시 불어난다.  

그래서 은행의 입장에서 고객이 돈을 맡기러 오면 너무 좋은 것이다. 그 돈(예금)이 보이지 않는 또 다른 돈(대출)을 창조하는 밑천이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고객의 입장에서 돈을 맡기면 이자를 준다고 너무 고마워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은행이 돈을 맡긴 고객에게 고마워해야 하며, 그런 의미로 세제나 일회용품, 참기름 등의 사은품까지 챙겨주는 것이다.



은행이 고객의 편에서 고객을 지켜주는 존재라면 기준 금리가 오를 때 은행은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할까? 당연히 예금 금리부터 올려야 할 것이다. 고객이 최우선이니 말이다. 하지만 예금 금리를 먼저 올리는 은행을 본 적이 없다. 아마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은행은 기준 금리가 오르면 기다렸다는 듯 그날 바로 대출 금리를 올려버린다. 고객의 사정 따위는 봐주지 않는다. 예금 금리는 언제 올리겠다는 말조차 없다.

반대로 기준 금리가 내리면 가장 먼저 내리는 것은 어처구니없게도 대출 금리가 아니라 예금 금리다. 대출 금리는 꼼짝도 하지 않는다. 은행은 이런 행태를 지속적으로 반복해 왔다. 이것만 봐도 은행이 누구 편인지 금방 알 수 있다. 100% 당신 편에서? (100% 고객의 편에서 고객의 피 같은 돈을 뽑아가겠다는 의미 아닐까?) 고객의 편이라면 절대 이렇게 행동해서는 안된다. 오히려 고객을 호갱으로 생각하기에 가능한 행동이다.   



은행은 금리를 자기 유리한 대로 표현한다. 특히 적금 금리를 아주 모호하게 표현해 고객의 가입을 유도한다. 1년 만기 예금 금리가 3.5%인데, 1년 만기 적금 금리가 6%나 된다며 가입을 홍보한다. 하지만 이는 고객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으려는 은행의 눈속임이다. 적금의 경우 제시된 금리를 그대로 믿어서는 안 된다. 고객이 첫 달에 맡긴 적금의 경우 12개월이기에 6%의 금리가 맞다. 하지만 한 달이 지날수록 맡기는 기간이 줄기에 금리도 같이 줄어든다. 12개월 평균을 내면 은행의 제시한 금리의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12개월치의 평균을 적금 금리로 공지하는 것이 온당할 것 같지만, 은행은 절대 그렇게 하지 않는다. 호갱 같은 고객, 아니 고객 같은 호갱이 걸리기만 기다리는 것은 아닐까?



경기가 좋을 때 개인이나 기업은 사업 확장을 위해 은행에서 돈을 빌린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경기가 침체하면 은행은 가장 먼저 대출을 축소하거나 회수한다. 뿐만 아니라 금리를 올려 안 그래도 경기 침체로 어려운 상황의 개인이나 기업의 숨통을 옥죈다. 경기가 침체한 시기야말로 개인이나 기업의 입장에서 가장 돈이 필요한 시기인데, 정작 은행은 자신들의 리스크 관리를 앞세워 자금을 회수해 버리는 것이다.


'비 올 때 우산을 펴 주는 은행, 국민의 은행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다 같이 노력하자.'

'코로나 19가 종식되고 경제가 다시 정상화될 때까지 농업인, 소상공인, 중소기업 등 고객들에게 비 올 때 우산 같은 존재가 되어야 할 것.'

'비 올 때 기업으로부터 우산을 뺏지 않고, 외풍에 당당히 맞서겠다.'


시중 은행장의 취임사 등에서 발췌한 인터뷰 일부이다. 공통적인 내용이 은행이 비가 올 때 우산 같은 존재가 되자거나, 비가 올 때 우산을 뺏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취임사에서 이런 말을 한다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지금 은행이 고객에게 그런 존재가 아님을 반증하는 것이다. 그렇다. 은행은 비가 올 때 우산을 펴 주는 존재가 아니다. 오히려 마크 트웨인의 말처럼 '맑은 날에는 우산을 빌려줬다가, 비가 오면 우산을 걷'어가는 존재이며, 고객의 편에 서기보다는 철저하게 자신들의 이윤만을 추구하는 기업일 뿐이다.    




사족 -

은행을 이렇게 삐뚤게 바라보지만, 나는 지금도 은행을 잘(?) 이용하고 있다. 나쁘다고 해서 이용하지 말라는 뜻은 아니다. 은행이 가진 문제점에 대해 비판적 관점은 가지되, 은행이 아닌, 고객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은행을 이용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대출 조건이 좋아진다며 주거래 은행이 있어야 한다고들 말한다. 나는 그런 말을 믿지 않는다. 예금 금리가 0.1%라도 더 높다면, 대출 금리가 0.1%라도 더 낮다면 바로 은행을 갈아탄다. 오픈뱅킹에 대환대출까지 가능해졌으니 은행 갈아타기가 너무 편해지지 않았는가.

월 백만 원씩 12개월 적금을 들 바엔 차라리 매달 백만 원씩 예금을 든다. 금리가 비슷하더라도 혹시나 해지하게 된다면 필요한 만큼의 금액만 해지할 수 있다. 적금은 해지하는 순간 대부분의 이자를 은행이 챙긴다. 1년이 지나면 다시 1년 만기로 돌리고, 그 달의 예금을 새로 들자. 10년이 지나면 매달, 10개씩의 통장이 만기인, 가슴 벅찬 시간이 올 것이다. 은행원이 너무 귀찮지 않겠냐고? 지금 누가 누굴 걱정하고 있는가? 그리고 은행 지점도 점점 줄어드는 스마트 뱅킹 시대에 사은품 받겠다고 지점을 찾아가는 발품보단 조금이라도 높은 금리를 찾기 위한 손품이 필요함을 기억하자.




#파이어 #FIRE #경제적자유 #조기은퇴 #은행 # 적금 #예금 #금리 #예대마진 #우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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