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은사초 Jul 12. 2023

# 보험 하나 정도는 가입해야지

당연한 것에 대한 삐뚠 생각(1)

   성격적으로 모난 사람은 아니지만, 가끔씩 모난 사람처럼 굴고 싶을 때가 있다. 특히 기업이 고객에게 어떤 물건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그것이 마치 누구에게나 당연히 필요한 것처럼 홍보할 때 모난 감정이 솟구친다.  



'보험 하나 정도는 가입해야지.'



   살다 보면 질병을 앓거나 사고를 당해 큰돈이 들어가기도 하고, 한동안 일을 하지 못하고 쉬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그런 상황을 대비해 가입하는 상품이 바로 보험이다. 보험회사들은 고객들에게 미래에 일어날 수 있는(일어나지 않을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꼭~) 부정적 상황만을 언급하고, 고객의 불안을 조장하여 보험 가입을 유도한다. 이야기를 듣다 보면 보험 하나 가입하지 않으면 가장으로서 뭔가 책임감이 부족한 사람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래서 정말 보험 하나 정도는 가지고 있어야 하는 것인지 삐뚤게 생각해 본다.



#. 누가 이득을 볼까?

출처 : 강용석의 고소한 19 블로그

   고객이 보험을 가입하면 가장 이득을 보는 것은 누굴까? 보험을 가입한 고객일까? 물론 보험을 가입하자마자 보험금을 수령하는 운 좋은(?) 극소수의 고객이 있겠지만, 그건 복권 당첨자와 마찬가지다. 복권 당첨자의 당첨금은 전국의 수많은 복권 구입자들의 주머니에서 나온다. 당첨자에게 당첨금을 주고도 복권 운용기금을 비롯한 비용과 세금을 누군가는 매주 꼬박꼬박 챙겨간다.(이전 글; #로또를 구입하는 당신에게) 고객이 보험을 가입하면 가장 이익을 보는 곳은 바로 보험회사다. 보험회사의 입장에서 고객이 보험을 가입하고 해지하지 않으면 일반적으로 20년 정도 안정적인 수입원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물론 회사의 입장에서 고객의 보험 가입으로 인한 비용 지출도 있다. 보험금이 일부 나가지만, 다수의 가입 고객의 보험료로 충당이 가능하다. 다행히(?) 고객이 사고가 나지 않거나 병에 걸리지 않으면 보험금은 나가지 않기도 한다. 간혹 사고가 나거나 병에 걸리더라도 고객이 보험 가입 사실을 잊어버려 보험금을 청구하지 않아도 비용은 나가지 않는다. 사고나 병에 걸려도 회사가 약관에 명시해 둔 코드와 완전히 일치하지 않으면 역시 비용은 나가지 않는다. 실손보험에서 통원치료나 약국 방문의 경우 고객이 청구한 보험금을 다 주지도 않는다. 병원 진료비에서 5천 원을 차감하고 남은 금액만 지급한다.

   사고는 나이와 무관하지만, 질병은 평균적으로 일정 나이가 되어야 생긴다. 그러기에 보험회사 입장에서는 고객이 젊을수록 좋다. 돈 나갈 일이 줄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거나 병에 걸리면 왜 보험 가입이 어려울까? 정작 보험이 필요한 건 나이가 많은 사람이거나 아픈 사람인데 말이다. 그건 보험 회사 입장에서 손실이 크다고 판단해 자체적으로 가입을 거부하기 때문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실손보험의 경우 실비 보험은 일정 기간마다 계속 오른다. 그냥 오르는 게 아니라 엄청나게 오른다.(매년 평균 10% 정도는 인상된다) 회사의 손실이 크면 보험회사는 보험료를 높여 그 손실을 고객에게 전가한다.



#. 보험은 애초부터 완전한 상품이 아니다.


   내가 20대 중반에 나 몰래 엄마가 가입해 둔 보험이 있다. 엄마는 특판이라며 이런 상품 다시는 없을 거라는 보험회사 직원의 말을 내게 그대로 전하셨다. 암보험이었는데, 4만 원 정도의 보험료를 10년간 내고, 3대 암 발생 시 2천만 원의 보험금을 지급하는 것이 주요 보장이었다. 가입 당시 월 4만 원은 넉넉하지 않은 형편에 매달 내기 부담스러운 돈이었고, 보험금 2천만 원은 그 부담을 상쇄하고도 남을, 큰 금액이었다. 20년이 지난 지금은 어떤가? 3대 암 발생 시 보험금 2천만 원이 큰 금액이라고 생각하는가? 그렇지 않을 것이다. 물가가 오르고, 돈의 가치가 떨어지면서 2천만 원의 가치는 예전과 같지 않다. 그것도 지금 당장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평균적으로 암에 걸리는 60세 정도가 되어야 한다. 당연히 10여 년 후 보험금 2천만 원의 가치는 더 떨어져 있을 것이 분명하다. 생돈 같은 4만 원을 10년간 꼬박 냈건만, 내가 병에 걸릴 경우 받는 돈은 치료비와 그 이후를 대비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돈이 되어 버렸다.

   그런데 그런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보험회사는 내가 가진 보험이 불완전하다며 추가적인 보험 가입을 또다시 권유한다. 추가로 가입하더라도 일정 시간이 지나면 같은 일이 반복될 뿐이다. 보험회사는 시간이 갈수록 돈의 가치가 떨어질 것을 잘 알고 있다. 은행이 (고객의 돈인) 예금과 대출 사이의 마진으로 이익을 보는 집단이라면, 보험회사는 (역시 고객의 돈인) 현재의 높은 화폐 가치와 미래의 낮은 화폐 가치를 이용해 이익을 보는 집단이다.       



#. 그럼 나더러 어떻게 하라고?


   생각해 보자. 보험은 꼭 가입해야 하는가? 도대체 언제부터 보험을 꼭 가입해야 하는 것으로 생각하게 되었을까? 아버지 대는 그렇다 하더라도 할아버지 대만 올라가도 보험이란 상품을 모르고서도 아무 문제 없이 잘 살았다. 그리고 혹시나 발생할 수 있는 사고의 대비를 왜 보험회사에 맡겨야 할까? 나와 내 가족에 대해, 그리고 우리 집 재무상황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는 이에게 왜 그런 중대한 문제를 맡겨야 할까? 나와 내 가족의 문제라면 차라리 가장인 내가, 가장이 아니더라도 가족 구성원이 직접 대비해야 하지 않을까?


   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건강보험제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10가구 중 8가구는 민간의료보험에 가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구당 평균 4.7개의 민간보험상품을 가입해 있으며, 매달 평균 28만 3천 원 정도의 보험료를 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을 가입하지 않고, 보험회사에 보험료를 내듯이 매달 나와 내 가족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따로 통장을 마련하여 돈을 모은다고 가정해 보자. 월 30만 원이면 연 360만 원, 10년이면 3600만 원이 된다. 적지 않은 돈이다. 그 정도 금액으로는 불안해서 안 되겠다고 생각한다면 보험회사와의 계약 기간처럼 20년 또는 30년간 모으면 되지 않을까? 1억 원 정도의 돈이면 웬만한 질병이나 사고에 대한 대비는 가능할 것이다. 단 그 통장의 돈은 보험회사로 들어가는 것과 마찬가지로 반드시 별개의 통장에 따로 모으기만 하고, 오직 병원이나 약국을 다녀올 때만 그 비용만큼 차감해야 한다.  


   보험회사에 보험료를 다 내더라도 상황에 따라 청구 금액을 받을 수 있을지 알 수 없는데, 자신이 돈을 모으면 그 돈은 무조건 받을 수 있다. 번거롭게 의료기관마다 다니며 확인서를 발급받아 청구하지 않아도 받을 수 있다. 보험회사의 약관에 명시된 코드번호와 관계없이 어떤 사고든 질병이든 다 받을 수 있다. 누구처럼 쩨쩨하게 일부 금액을 차감하지 않고, 청구한 비용만큼 모두 받을 수 있다. 가족력이 있다거나 나이가 들었다 하더라도 상관없다. 가입은 내 마음과 의지의 문제일 뿐이다. 보험회사는 주기적으로 보험료를 올리지만, 나는 그렇게 해도 되고, 그렇게 하지 않아도 상관없다. 오히려 내가 모은 돈은 낮은 금리이지만 조금씩 불어나고, 시간이 지날수록 더 불어난다.  



#. 그럼 해약해야 하나요?


   지금 가진 보험을 해약할지 묻는다면 나는 대답할 수가 없다. 왜냐하면 당신이 누구인지, 당신이 어떤 처지나 상황인지 전혀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선택은 본인의 몫이지 내 몫이 아니다. 나는 다수가 당연하다는 듯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것을 한 번쯤 삐딱하게 바라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적었을 뿐이다.  

   아울러 조기에 경제적 자유를 누리고 싶다면 가능한 한 빨리 종잣돈을 모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떻게든 돈이 새어 나가는 구멍은 막고, 돈이 들어올 구멍은 여럿 만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사회생활을 이제 막 시작했다면 아직까지 수입이 적을 것이 분명한데 보험 가입으로 오랜 기간 많은 돈이 새어나가고 있다면, 그건 틀림없이 경제적 자유로부터 멀어지는 길이다.


밑 빠진 독에는 절대 물이 가득 찰 수 없다.




#파이어 #FIRE #경제적자유 #조기은퇴 #보험 #보험금 #보험료




이전 10화 # FIRE에 대한 생각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