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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사초 Jun 27. 2023

# 체리피커에 대한 변명

앱테크에 대한 생각

체리피커 cherry picker

; 체리 피킹을 하는 사람


체리피킹 cherry picking ;

; 어떤 회사의 제품이나 서비스 가운데 비용 대비 효율이 뛰어나거나 인기 있는 특정 요소만을 골라 합리적으로 소비하려는 현상을 가리키는 경제 용어  

                                                        - 나무위키 -



시간적, 경제적 자유인으로 살고 있지만, 내 스마트폰에는 만보기 앱이 깔려 있다. 캐시워크, 모니모 그리고 토스 앱이다. 경제적 자유를 이루었다면서 그깟 동전이나 받으려 한다며 욕할 수도 있지만, 나는 만보기 앱을 아주 좋아하고, 매일 활용하며, 심지어 주변 사람들에게 앱 설치를 적극 권장한다.



시작은 일흔이 넘으신 어머니 때문이었다. 건강을 위해 매일 학교 운동장으로 향하는 어머니께 걸으며 동전도 모아보시라고 몇 가지 앱을 설치해 드렸다. 어머니는 처음에 걷기만 해도 돈을 준다는 사실을 믿지 않으셨다. 하지만 한 달 정도 써 보시더니 왜 진작 알려주지 않았냐며 이제까지 놓친 동전들을 아쉬워하셨다. 그리고 얼마 뒤 이제는 앱의 이런저런 버튼에 대해 오히려 물어보셨고, 그런 어머니의 질문에 답하려다 보니 자연스럽게 내 폰에도 만보기가 깔리게 된 것이다. 그러다 조깅과 하루 두 번 반려견과의 산책길에 나도 만보기 앱을 활용하게 되었다.


     

사실 만보기 앱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따로 있다. 만보기를 활용한 앱테크에 대해 누군가는 길거리의 폐지 줍기에 빗대어 비난하기도 하고, 케이크 위의 체리만 쏙 빼먹는 이기적 행동이라며 욕하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다르게 생각한다. 그래서 앱테크에 대한 나름의 변명을 준비했다.



서두에 언급한 개념처럼 체리피커는 기본적으로 합리적으로 소비하려는 사람을 의미한다. 기업이 아무리 좋은 상품을 판매해도 소비자가 필요하지 않다면 굳이 구매할 필요가 있을까? 자신에게 불필요한 것은 버리고, 필요한 것만을 골라 소비할 줄 아는 사람, 체리피커가 바로 그런 사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체리피커가 얌체 같이 보인다고? 사실 그런 생각은 소비자가 아니라 기업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이다. 혹시 당신은 기업의 대변인인가? 그리고 그런 기업의 입장에서도 소비자의 얌체 같은 행동으로 손해를 보고 있다 말하지만, 자신들의 앱에 만보기를 설치한 나름의 이유가 있다. 요즘 기업들은 자신의 앱에 소비자들을 오랜 시간 묶어두는 일에 사활을 걸고 있다. 소비자들이 앱을 통해 소비를 비롯한 여러 활동을 하기 때문이다. 그런 앱의 가치를 확인하기 위한 지표 중 하나가 바로 MAU(Monthly Active User, 월간 순이용자)인데, 바로 만보기와 같은 앱테크가 이 MAU를 높이는 장치이다. 그런 의미에서 앱테크를 적극적으로 하는 소비자는 그 기업 앱의 MAU를 지속적으로 높여, 앱의 가치를 키워주는 충성고객인 셈이다.



앱테크를 긍정적으로 보는 또 다른 이유는 사회초년생들의 경제 교육용으로 너무나 훌륭하기 때문이다. 앱테크를 한 번쯤 해 본 사람은 안다. 100원 모으기가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그 말은 푼돈을 가벼이 여기지 않는다는 뜻이며, 돈의 소중함을 깨닫고 함부로 소비하지 않는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물론 누군가는 푼돈이라며 무시할 수도 있다) 그게 전부가 아니다. 만보기 앱을 통해 받은 돈을 토스뱅크에 쌓을(저축) 수 있고, 재투자(펀드)할 수도 있다. 토스의 앱테크를 통해 하루 200원 정도 받을 수 있는데, 나는 그 돈을 토스 증권에서 알아서 투자하게 설정해 두었다. 쌓이는 돈으로 달러를 환전해, 애플 주식을 매주 1달러어치씩 사고 있다. 글을 쓰는 시점에 1년이 채 되지 않았는데, 현재 53달러(21% 수익률)가 되었다. 하지만 내 주머니에서 나간 돈은 하나도 없다.



삼성 금융통합앱인 모니모도 마찬가지다. 출석체크와 기상 챌린지, 5천 보 걷기, 젤리 투자까지 빠짐없이 참여해 한 달에 만 원 정도를 모을 수 있고, 이를 특정 펀드에 재투자할 수 있다. 투자를 시작한 지 현재 290일 정도 되었으며, 지금까지 모은 돈은 97,632원이고, 투자 중인 펀드의 수익률은 6.48%, 해지할 경우 받는 돈은 103,962원이다.(2023년 6월 17일 기준) 역시 내 주머니에서 나간 돈은 1원도 없다. 앱테크는 학교에서의 이론 중심 경제 공부와는 다르다. 작은 규모의 돈이지만, 돈 벌기의 어려움과 푼돈의 소중함, 저축의 중요성 그리고 적립식 펀드가 어떻게 운용되는지 등을 한 번에 경험할 수 있는 실전 교재다.  



이러니 이 좋은 것을 나만 알아서 되겠는가? 널리 알려 사람들로 하여금 쉽게 익혀 날마다 사용함에 편안케 하고자 할 따름이다. 누이(개인) 좋고 매부(기업) 좋은 일인데 왜 마다할까. 눈물겨운 짠테크라며 누군가 싫은 소리 하더라도 개의치 않고 앱테크를 계속 좋아요, 구독할 생각이다. 앞으로의 앱테크 세상에선 새로운 속담이 나올지도 모른다.



'부지런한 사람이 동전을 줍는다'




#파이어 #FIRE #경제적자유 #조기은퇴 #체리피커 #앱테크 #체리피킹 #만보기 #모니모 #캐시워크 #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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