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은사초 Jun 26. 2023

# 로또를 구입하는 당신에게

복권 판매의 본질적 의도

당첨만 되면 인생 역전!!



매주 토요일 저녁 8시 35분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로또 방송. 당첨만 되면 정말 인생 역전일까? 당첨되지 않더라도 천 원으로 한 주 동안 당첨에 대한 기대감으로 행복했다면, 그것만으로도 값어치는 했다며 스스로 위로하는 로또. 관련 기사를 찾아보면 1등 당첨자가 여럿 되기도 하는데, 복권 당첨자가 많다는 명당까지 찾아갔지만 정작 나만은 당첨되지 않는 로또.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구입하다 보면 언젠가 딱 한 번은 당첨되어 인생 한 방에 뒤바뀔 것 같은 로또.



하지만 나는 로또를 사지 않는다. 사지 않으니 당연히 당첨에 대한 기대도 없다. 오히려 의심을 한다. 복권이란 것을 도대체 누가 무슨 의도로 만든 것인지 의심이 생겨 찾아본 적이 있다. 복권의 시작은 고대 로마 시대부터다. 로마 귀족은 종종 연설을 위해 연단에 올랐는데, 그때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사람들에게 물건을 던져주었다. 물건을 받으려는 사람들이 소리를 지르며 연단 주위로 모이는 것이 귀족의 연설에 환호하는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간혹 물건의 크기가 커 던져주지 못하는 경우, 물건의 이름을 적은 증서로 대신했다. 그러다 아우구스투스 황제 시절부터 복권을 판매하기 시작했고, 당첨금은 노예나 배, 집을 제공했으며, 복권 판매금은 로마 복구 자금으로 활용되었다. 그러다 16세기 들어 유럽의 국가들이 재정확보를 위해 본격적으로 복권을 발행하기 시작했다.   



복권이 만들어진 과정만 살펴봐도 복권이 누구에게 이득인지 알 수 있다. 표면적으로는 당첨된 이에게 인생 역전을 선물하는 것처럼 포장했지만, 복권 발행을 통해 이익을 취하는 집단은 따로 있다. 사람들의 거짓 환호를 얻으려 한 귀족과 로마 복구 비용을 마련한 황제, 그리고 복권으로 부족한 재정을 확보할 수 있었던 유럽 국가들이 바로 그들이다. 또한 미국의 3대 대통령인 토머스 제퍼슨(사진)은 복권을 ‘강제력을 수반하지 않고 공공재원을 조성할 수 있는 희생 없는 조세‘라 말한 바 있다.


고대 로마 시대와 16세기 유럽 국가들만 이득을 봤을까? 몇 세기가 지난 오늘날은 어떨까? 로또를 포함한 복권 판매액이 2020년 사상 처음으로 5조 원을 돌파했고, 2022년에는 6조 원을 넘어섰다고 한다. 인생역전을 바라는 서민들이 연간 이렇게나 많은 돈을 주머니에서 자발적으로 내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대략적이긴 하나 복권 판매금의 50%는 당첨금, 41%는 복권 기금, 9%는 복권 수탁사업자의 운영비로 쓰인다. 복권에 당첨된 극소수의 경우 당첨금을 받는다. (2022년 판매액 기준 3조 원 정도가 당첨금인데, 나머지 3조 원은 누가 챙겼을까?) 하지만 복권당첨금 중 당첨자가 나타나지 않아 소멸시효가 지나면 그 돈은 복권 기금으로 넘어간다. 복권 기금의 경우 35%는 과학기술진흥기금 등 10개의 법정 분배기관으로, 나머지 65%는 임대주택 건설 등 저소득층 주거안정 지원사업에 쓰인다. 복권 위원회의 홍보물을 살펴보면 복권 판매액을 누가 얼마나 가져가는가에 대한 내용은 없고, 늘 이 저소득층 주거안정과 같은 공익사업만을 중점으로 홍보한다. Dart(기업정보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자료에 따르면 복권수탁사업자는 복권 운영으로 1.1% 정도의 수수료를 챙기는데, 최근 8년간 매출 성장률은 연평균 2.8%, 영업이익률은 4.9% 정도이다. 복권 판매액이 해마다 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매출과 영업이익은 앞으로도 늘 것이다.    



복권 판매금을 배분하는데 드러나 있지 않지만, 이득을 보는 또 하나의 집단이 있는데, 바로 정부(국가)다. 당첨금의 경우 당첨금 전액을 주는 것이 아니라, 당첨금에서 많은 세금을 떼고 준다. 5만 원 이상은 22%, 3억 원이 초과하면 무려 33%이다. 10억짜리 로또에 당첨되면 당첨자가 실제 수령하는 금액은 6억 7천만 원이고, 나머지 3억 3천만 원은 정부가 가져간다. 당첨자는 매주 바뀌지만, 복권 기금을 운영하는 복권위원회, 복권수탁사업자 그리고 정부(국가)는 매주 자신의 몫을 챙긴다. 그나마 복권위원회와 복권수탁사업자는 복권 기금을 운영하거나 복권 판매와 관련한 일을 하기에 일정 부분 이해가 된다. 하지만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명목만으로, 매주 엄청난 세금을 챙겨가는 정부(국가)의 모습은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 이런 점에서 16세기 유럽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부족한 세수 확보가 복권 판매의 본질적 의도란 의심을 지울 수 없다.



당첨만 되면 인생 역전일 것 같지만, 그 당첨이 불행의 씨앗이 되어버린 이야기도 종종 들을 수 있다. 복권 당첨 후 부부 사이의 이혼이 늘었다거나, 가산을 탕진한 후 자살을 했다는 등 불행한 일로 인생이 역전된 기사도 적지 않다. 풍문처럼 기부금을 부탁하는 전화에 시달리거나 팔과 등에 문신을 한 건장한 사내들이 찾아올 수도 있다. 평소 전화도 없던 친인척이 갑자기 친한 척 연락해 올 수 있다. 벼락처럼 찾아온 인생 역전에 이제까지 흘려온 내 땀과 노력을 무용하고 허무한 것으로 여길 수도 있다.



삶은 의외로 정직하다. 갑작스러운 돈에 잠시 부자가 된 것처럼 느낄지 모르지만, 부자는 스스로 부를 만들고, 그 부를 유지하고 키울 능력을 가진 사람이다. 돈을 관리할 줄 아는 능력이 없다면 일시적으로 많은 돈이 주어지더라도 결코 이를 유지할 수 없다. 큰돈을 가지려 욕심내기보다는 그 돈을 관리할 줄 아는 그릇이 되는 것이 먼저다.   




#파이어 #FIRE #경제적자유 #조기은퇴 #로또 #복권 #복권명당

이전 07화 # 은퇴하면 1억으로 몇 년을 살 수 있을까?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