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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사초 Aug 02. 2023

# 나만은 남들과 다를 것이다.

주식 투자에 대해 가졌던 착각들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주식을 처음 접했을 때 가졌던 착각들이 있다. 착각 속에 있으면서도 그게 착각인 줄 몰랐다. 이제는 아니겠지 생각하지만, 그 생각조차 착각일 수 있다. 다만 착각이 아니길 바라며, 나의 착각이 나만의 착각일 뿐, 다른 이의 투자에는 좋은 반면교사가 될 수 있길 혼자 착각해 본다.   

 





# 주식만 잘하면 부자가 될 수 있다.


주식만 잘하면 부자가 될 수 있을 거라 착각했다. 오마하의 현인이라 불리는 워런버핏처럼 말이다. 그의 이름은 웬만한 주식 투자 서적이면 한 번쯤 거론될 만큼 유명하다. 투자의 대가라 불리는 그의 조언은 투자의 교과서이자 참고서이다. 그런 워런버핏이 주식 투자로 부를 쌓은 것은 맞지만, 우리가 미처 헤아리지 못한 부분이 있다. 바로 주식 투자가 워런버핏의 본업이고, 그가 제일 좋아하는 일이며, 가장 오랫동안 잘 해온 일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렇지가 않다. 생계를 위한 본업이 따로 있고, 주식은 부업 정도의 일이다. 사실 부업이라 말하기도 민망하다. 주가 그래프만 봤을 뿐, 그 부업을 잘하기 위해 시간을 투자한 적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워런버핏처럼 기업 분석 보고서를 즐겨 읽지도 않는다. 솔직히 기업 분석 보고서를 찾아 읽는 것은 어렵고 귀찮다. 누가 대신 다 읽고, 투자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결론만 내려주기를 바란 적이 더 많다. 보고서보다는 하루하루 오르내리는 기업의 주가 차트를 더 자주 봤다. 그러면서 주변에 아무리 찾아봐도 주식 투자로 돈 벌었다는 사람은 없는데, 적어도 나만은 다를 거라 생각했다. 내 본업도 아닌 일에 내 본업을 위해 투자하는 돈보다 더 많은 돈으로 투자하고 싶어 했다. 전업투자자가 되기만 하면 나도 워런버핏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투자가가 될 거라 착각했다.




# 단타매매, 나도 잘할 수 있다. 


지금도 가끔 이런 착각을 한다. 단타매매를 한 번이라도 해 본 사람은 안다. 다른 사람은 실패해도 나만은 다르지 않을까? 하지만 그런 생각이 착각임을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치 않다. 단타매매로 돈을 벌겠다는 것은 옆사람과의 가위바위보를 모두 이기겠다는 것과 비슷하다. 이길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아주 많은 운이 따라야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물론 가위바위보와 달리 주식의 경우 시장의 흐름을 읽어내는 안목이나 기업을 분석하는 능력이 있다면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낼 수도 있다. 하지만 긴 흐름이 아니라 매일매일의 단타매매에서는 그런 실력보다 운의 영향이 더 크게 작용한다. 기업의 실적보다는 개인이 알 수 없는 특정 이슈나 세력의 힘에 따라 가격이 오르내리기 때문이다.

특정 종목을 정해 단기에 사고파는 행위에 몰두하던 시절, 내가 세운 시나리오는 내리면 사고 오르면 파는 것이었다. 하지만 시나리오는 시나리오일 뿐 현실 속의 나는, 오르면 사고 내리면 팔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 매매를 많이 할수록 돈을 벌 확률도 높아진다.


처음엔 매매를 많이 할수록 돈을 벌 확률도 같이 높아질 거라 생각했는데, 이 역시 착각이다. 도박판에서 도박을 하면 돈을 딴 사람은 없고, 잃는 사람만 있다. 주식 투자도 비슷하다. 주식 투자로 돈을 벌었다는 개인을 찾아보기가 어렵다. 개인 투자자와 함께 게임에 참여한 이가 바로 세력(외국인이나 기관)들이기 때문이다. 기업에 대한 정보력과 막강한 자금력을 가진 그들이 개인들의 돈을 쓸어 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그들 외에 돈을 벌어가는 이가 또 있다. 복권 사업으로 수익을 챙기는 이가 따로 있는 것과 같다. (이전 글: #로또를 구입하는 당신에게) 바로 게임의 판을 벌리고, 룰을 정한 이들이다. 그들은 가능한 많은 사람들이 판에 뛰어들기를 바란다. 모의투자 대회 등을 개최하고, 말도 안 되는 수익률을 거둔 개인투자자의 성공담을 마치 신화처럼 포장해 대문짝만 하게 홍보한다. 그들이 의도하는 것은 개인들이 주식 투자로 돈을 벌어 부자가 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많은 개인 투자자들이 주식 시장의 참여자로 들어와 사고파는 행위를 반복하기를 바란다. 여기서 그들은 바로 개인들의 매매로 수수료를 챙겨가는 증권사와 그로 인한 거래세를 따박따박 받아가는 정부다. 그들이야말로 이 게임에서 이미 정해진, 게임의 승자다. 주식 투자로 누가 돈을 버느냐와 관계없이 게임이 시작되기만 하면 돈을 챙겨가기 때문이다. 동학개미 운동이 일어났을 때 증권사의 실적과 직원들의 성과급 잔치, 그리고 정부의 세수 증가가 얼마나 늘었는지만 봐도 알 수 있다.




# 기업에 대한 분석만 잘하면 된다?


주가는 기업의 실적과 펀더멘탈에 의해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물론 맞는 말이지만, 주가는 기업에 대한 이해뿐만 아니라 수학에 대한 이해도 일부 필요하다. 주식을 초짜 시절, 나는 특정 회사 주식이 어제 5% 오르고, 오늘 5% 내리면 본전인 줄 알았다. 반대로 어제 5% 내리고, 오늘 5% 올라도 본전일 줄 알았다. 하지만 모두 착각이다.

이해하기 쉽게 예를 들어 보자. A 주식의 가격이 만 원이다. 어제 5% 오르고, 오늘 5% 내리면 지금 A 주식의 가격은 얼마일까? 어제 5% 올랐으니 10500원이 되었지만, 그 10500원에서 5%가 내려 현재가는 9975원이다. 이틀 전보다 25원 손실이다. 반대로 A 주식의 가격이 만 원인데, 어제 5% 내리고, 오늘 5% 올랐다면 어떻게 될까? 어제 5% 내렸으니 9500원이 되었지만, 그 9500원에서 5%가 올라 현재가는 9975원이다.  역시 25원 손실이다. 놀랍지 않은가? 동일한 가격의 변동성이 있었을 뿐인데, 손실이 발생해 버렸다. 더 놀라운 것은 변동성이 크면 클수록 손실은 더 커진다는 것이다.  

여의도 주식 일타 강사인 사경인 회계사의 영상을 찾아보면 이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나온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더하기 평균인 산술평균을 기대하지만, 주식 투자의 세계에서는 곱하기 평균인 기하평균이 사용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업의 가치를 이야기하지 않고, 수학적으로만 생각해 봐도 알 수 있는 것이 있다. 주식 투자는 단기에 사고파는 행위를 반복할수록 손실을 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그렇다면 도대체 개인투자자는 어떻게 주식 투자에 접근하는 것이 좋을까? 정답은 없다. 여러 예시 답안들이 전해질 뿐인데, 나는 본업이 따로 있는 개인투자자를 위한 모범답안을 워런버핏이 이미 알려주었다고 생각한다. 그는 아내에게 남긴 유서에 자신이 죽은 뒤 국채 매입에 10%를 쓰고, 나머지 90%는 전부 S&P 500에 투자하라고 했다. 그리고 4년 뒤 연례 보고서에서 누군가가 그 대답이 아직도 유효한가 질문을 했는데, 그때 워런버핏의 대답은 아내에게 직접 주식 투자를 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투자에 대한 조언은 늘 조심스럽다. 책임질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이 주식 투자를 하겠다면, 몇 가지 알려주고 싶은 것이 있다. 당신이 전업투자자가 아니라 본업이 따로 있는 투자자라는 전제로 말이다. 우선 주식 투자보다 자신의 본업이 먼저여야 한다. 본업에서 자기 일에 충실하고, 일의 능력을 키우며, 그 결과로 돈을 버는 것이 먼저란 뜻이다. 워런버핏 역시 2022년도 인터뷰에서 "인플레이션에 대한 최선의 방어책은 여전히 개인 소득 능력"이라며  "지금까지 최고의 투자는 단연 자신을 발전시키는 것"이라 말했다.


자신의 본업으로 돈을 벌되, 그렇게 해서 모은 여유돈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되길 원할 때 투자를 고려할 수 있다. 첫 번째가 예금인데, 많은 개인들이 예금이나 적금을 우습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저금리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예금만으로 자산을 늘리기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부 부자들이 은행만을 고집한다는 사실은 참고할 필요가 있다. 왜냐면 그들은 주식 투자로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가진 사업체를 이용해 돈을 벌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은 가능한 단순한 투자를 원한다. 굳이 주식이나 파생 상품 같은 것에 돈을 넣어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하지만 나를 비롯한 대다수의 개인 투자자(황금알을 낳는 거위 같은 사업체가 없는 이)에게 주식 투자는 부를 늘리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또는 선택해야 하는 하나의 수단일 것이다. 저금리의 상황뿐만 아니라, 자본주의에서는 노동으로 인한 임금 인상보다 부동산이나 주식과 같은 자산 가치의 상승이 훨씬 빠르기 때문이다. 문제는 주식 시장의 경쟁자가 체급 자체가 다른 외국인과 기관이라는 것이다. 가진 돈의 규모와 정보력이 다르기에 시작부터가 불리하다. 그런 세력과의 경쟁에서 많이 벌겠다는 욕망을 품는 순간, 큰 손실로 이어져 오랜 기간 마음 고생하며, 비의도적 존버를 경험할 수 있다.


주식의 영단어는 'STOCK'으로, 본래 '쌓는다'는 뜻이다. 주식 투자는 기업의 가치를 알아보고, 그 회사의 주주가 되어 오랜 기간 주식을 쌓아 큰 덩어리를 만들었을 때 비로소 의미를 갖는다. 그런 기업을 찾기가 어렵거나, 또는 개별 기업에 투자하기가 망설여진다면, 워런버핏의 말처럼 S&P 500과 같은 인덱스 매수를 고려할 수 있다. 오랜 기간 시장의 평균 수익률을 초과 달성한 전문가가 거의 없다는 통계만 봐도 이런 인덱스 투자가 오히려 나을 수 있기 때문이다.






주식 투자는 손실로 인한 마음고생과 기업이나 차트 분석을 하겠다며 들이는 시간까지를 기회비용으로 고려해야 한다. 그 마음고생과 그 시간을 차라리 자신의 본업이나 가족을 위해 쓰는 것이 더 나을 수 있다는 말이다. 재테크 관련 서적에서 아이러니하게도 재테크와 멀어지라는 인상 깊은 글이 있어 마지막으로 덧붙인다.



나는 당신에게 말하고 싶다.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잘하는 거 하라고. 한낱 인간의 피조물에 불과한 금융시장이 당신의 시간과 영혼을 지배하도록 허락하지 말라고 말이다. 당신은 그딴 덜 떨어진 시스템보다 우월하고 아름답다. 당신이 좋아하고 몰입하는 그것에 금융시장 같은 것보다 훨씬 더 가치 있는 무언가가 있을 것이다.

- 한일섭, 부자들은 모두 은행에서 출발한다 중 -  



 

 

#파이어 #FIRE #경제적자유 #조기은퇴 #주식투자 #stock #단타매매 #S&P500 #본업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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