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준히 별로인 인간의
그 지랄 같은 끈기에 감탄한다
바쁜데 심심한 심리 상태는
사람을 놀랍도록 짜증 나는 존재로 만든다
바쁜데 심심한 인간들이 잘 걸리는 병이
바로 그 유명한 지랄병이다
지랄병이 발병하면
왠지 좋은데 꿉꿉한 기분이다
양치를 하고 입을 헹구지 않았을 때의
바로 딱 그 기분이다
지랄을 떨고 난 이후 밀려드는
상쾌하지만 이상하게 찝찝한 기분
냉기가 도는 방이 내뿜는
차가운 지랄을 견디기 위해
오리털 파카를 입고 잔다
따뜻한데 불편하다
따뜻한데 불편한 기분은 지랄 맞다
오리털 파카를 입은
겨울잠 자는 곰이라면
미련스럽게도 곤히 잠들 수 있겠지만
겨울잠 따위는 자지 않는
털이 없는 원숭이는 하루 종일
지랄을 떨며 사람 흉내를 내는 바람에
매우 피곤하고 거의 녹초가 된 상태라서
지랄 맞게도 갑갑한 오리털을
몸에 두른 채, 곤히 잠들 수는 없다
세상을 살다가 만나게 되는
따뜻하지만 불편한 사람들
따뜻하지만 이상하게도 다시는 안 만나고 싶고
따뜻하지만 묘하게도 벗어던지고 싶다
세상에는 그런 갑갑한 인간들이
참으로 끈기 있게 존재한다
지랄도 주기적이라면
편안한 지랄이 된다
약속 시간을 지켜주는
주말의 한적한 지하철처럼
주기적인 지랄은 아무런 생각 없이
마음 편하게 견뎌낼 수 있다
삶은, 주기적으로 지랄을 떠는
끝날 때까지는 끝나지 않을
미련 곰탱이 같은 원숭이의 재주부리기 같다
지랄이 발광까지 흐르면 사고를 치게 되고
지랄이 균형을 잃으면 지랄하고 자빠지게 된다
지랄이 깊어지면 지랄병을 앓게 되고
천민자본주의 사회에서 지랄병에는
금융 치료가 가장 효과적이다
지랄이 총량을 다 채우면 그때부터
휴화산처럼 잠잠한, 동면하는 지랄이 된다
그렇지만 비록 잠들었을지라도
살아있는 한, 지랄은 결코 죽지 않는다
왜냐하면,
삶이란 지랄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