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지금 만나 (만나) 아 당장 만나 (당장 만나)
우리 지금 만나 (만나) 아 당장 만나 (당장 만나)
휴대전화 너머로 짓고 있을 너의 표정을 나는 몰라
(몰라 몰라 나는 절대로 몰라)
우리 지금 만나 (만나) 아 당장 만나 (당장 만나)
우리 지금 만나 (만나) 아 당장 만나 (당장 만나)
말문이 막혔을 때 네가 웃는지 우는지
나는 몰라 (몰라 몰라 나는 절대로 몰라)
[장기하 '우리 지금 만나']
도서관 야외 쉼터
울타리 밖으로
한 발자국만 더 나가면
말과 글이 범접할 수 없는
아름다움이 거짓말처럼 펼쳐진다
사실, 나뭇잎들과 가지들이
지금, 바람에 살며시 흔들리고 있다
사진은 그걸 담아내지 못한다
영상으로 찍는다 해도
이 야릇한 생생함과 기묘한 생명력을
도저히 제대로 담아낼 수 없다
살아있는 것들은
살아있는 것들과 직접 만났을 때
비로소 살아있는 아름다움으로 피어난다
전화로 마음을 표현할 수 있다고?
편지로 진심을 전달할 수 있다고?
카톡으로 연애를 할 수 있다고?
이메일로 사랑을 속삭일 수 있다고?
사진으로 우정을 유지할 수 있다고?
영상으로 영혼을 느낄 수 있다고?
블로그로 진정한 소통을 할 수 있다고?
말과 글, 사진과 그림, 영상으로
삶의 소중한 순간들을 제대로 포착할 수 있다고?
결코 아니다
그럴 수가 없다
말과 글,
사진과 그림 그리고 동영상은,
실은, 생(生)의 모조품이다
같은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진짜가 아니다
생(生)의 장기를 도려내고
생(生)의 혈액을 모두 뽑아
썩지 않도록 가공 처리한 박제품이다
그녀가 내게 했던 말이 생각난다
나는 삶의 직접성이 매우 강렬한 사람이란다
그래서 그게 두렵다고 했다
자신의 궤도권 안에 붙잡아 두지 않으면
결국 멀어져 완전히 떠나버릴 혜성 같은 사람
생각해 보니 지금까지 만난 사람들 중에
그녀가 나를 가장 잘 이해한 사람이었던 것 같다
나는 간접적인 수단과 방법으로
사랑과 우정을, 관계와 인연을
효율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믿지 않는다
오히려 한심하다고 생각한다
사진 속 저 나무는
가을바람에 흔들리고 있으며
바람 소리를 옷처럼 차려입고
내리는 햇살을 비처럼 맞으며
가녀린 노래를 부른다
글과 사진은 저 나무의 생(生)을
단 1%도 제대로 묘사할 수 없다
킬리만자로의 사진
사바나 초원의 영상
히말라야의 풍경을 찍은 사진
사랑한다는 내용을 담은 댓글
너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전화
그의 삶을 묘사하는 글과 그림
결코 모든 걸
담아내지는 못한다
왜곡되고 변형된 그림자만
슬그머니 드리워질 뿐이다
직접 대면한 사람의 가슴속에
저마다 피어났던 경이로운 아름다움을
그 미묘한, 순간순간 달리 변하는 그 감정을
완전히 전달하지는 못한다
사실, 담아낸 그것들은
이미 죽은 것들이기 때문이다
깡통에 넣어져 밀봉된
생(生)이기 때문이다
죽은 것들을 가지고, 살아있는 것들과
만나려는 모든 시도들이 결국
공허와 허무로 끝나는 이유다
삶의 핵심은,
생의 묘미는,
직접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