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핑 그리고 커스터마이징 문화
며칠 전, 친구랑 우연히 **웨이라는 샌드위치 매장에 들어갔어. TV 드라마에서 많이 본 매장이라 궁금한 마음에 둘러보는데, 뭔가 느낌이 낯설었어.
줄을 서서 다른 사람들의 주문 방식을 지켜보다가,
'어... 잘못 들어온 건가?' 싶은 생각이 들더라.
고객들은 차례가 오면 하나씩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자연스럽게 주문을 시작했어.
먼저 빵을 고르고, 사이즈를 선택하더니, 메인 토핑을 얹고, 거기에 추가 토핑까지 더하더라.
그뿐만이 아니야. 다양한 소스 중에 2~3가지를 섞어서 선택하고, 치즈나 베이컨, 미트(고기) 같은 추가 옵션도 고르더라고.
나는 다른 사람들의 주문 과정을 지켜보면서 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했어.
'내 차례가 오면 뭐라고 주문해야 하지?'
머릿속이 하얘지면서 매장 상단에 붙어 있는 메뉴판을 뚫어지게 훑었어.
그때 썸픽(SubPick)이라는 메뉴가 눈에 들어왔지.
'이게 뭐지? 알아서 다 해준다는 메뉴인가?' 싶더라.
그 덕분에 잠깐 숨을 고르고, 드디어 직원과 눈이 마주쳤어.
근데 직원이 다시 묻는 거야.
"어떤 토핑을 추가하시겠어요?"
나는 또 멍해졌고, 결국 직원의 도움을 받아가며 겨우 주문을 마칠 수 있었어.
다 먹고 나니 뭔가 뿌듯하면서도 진이 빠지더라.
이 이야기를 후배에게 해줬더니 한참을 웃는 거야.
"언니, 저도 **웨이 샌드위치 좋아하는데, 언니들에겐 주문 방식이 좀 어려울 수 있어요."
그 말에 나도 웃음이 터졌지. 역시 요즘 방식에 익숙해지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 싶더라.
"아휴, 난 주문이 너무 복잡해서 두 번은 못 갈 것 같아."
그러면서도 궁금하더라. 그렇게 복잡한데도 왜 사람들이 줄을 설까?
그래서 내가 다시 물어봤지.
"그렇게 번거롭게 하나하나 고르고 추가해야 하는데도 손님이 진짜 많더라? 그게 좀 신기했어."
후배가 빙긋 웃으면서 대답하더라.
"요즘 젊은 사람들은 자기 취향에 맞춰 재료를 선택하고 조합해서 자기만의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는 걸 좋아해요.
요즘 트렌드로 말하면 토핑이랑 커스터마이징 문화죠."
"토핑? 커스터마이징? 그게 뭐야?"
내가 더 자세히 알려달라고 하자, 후배가 친절하게 설명해 줬어.
후배:
"토핑은 기본 베이스가 있고, 그 위에 뭔가를 더해서 나만의 스타일로 만드는 거예요. 주로 음식이나 커피 같은 데 많이 쓰이죠. 예를 들어, 아메리카노에 바닐라 시럽을 추가하거나, 아이스크림에 초콜릿 칩을 올리는 거, 그게 바로 '토핑'이에요."
나:
"아, 그러니까 주어진 기본에 원하는 걸 더해서 내 입맛에 맞추는 거구나."
후배:
"맞아요! 반면에 커스터마이징은 조금 달라요. 나이키의 'Nike By You'처럼 처음부터 아예 색상, 재질, 심지어 각인까지 다 설정할 수 있거든요. 신발뿐만 아니라 가구나 전자기기, 심지어 웹사이트 UI까지 내가 원하는 대로 바꿀 수 있는 게 커스터마이징이에요."
나:
"와, 그러면 토핑은 기본에 뭘 더하는 거고, 커스터마이징은 아예 처음부터 구조를 바꿀 수 있는 거네. 확실히 선택의 폭이 훨씬 넓겠다."
후배:
"그렇죠! 그리고 둘 다 내가 직접 선택하고 조합하는 거라서, 단순히 '사는 것'이 아니라 '만드는 경험'이 되는 거예요. 같은 메뉴라도 조합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결과물이 나오니까, 내 손으로 무언가를 창조하는 느낌이랄까요?"
나:
"재밌다.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데도 이렇게 다른 문화가 있는지 몰랐네."
후배:
"저도 딸 덕분에 알게 됐어요."
나:
"그런데 이렇게 뭔가를 내 마음대로 더하고, 바꾸고 하다 보면 환경에는 좀 부담이 되지 않을까?"
후배:
"맞아요, 그게 단점이기도 해요. 커피에 시럽 하나 추가할 때마다 플라스틱 뚜껑이 더 나오고, **웨이에서 야채를 더 넣으면 포장재도 늘어나거든요. 커스터마이징 한 신발이나 가구는 보통 소량으로 맞춤 제작하다 보니까 자재 낭비가 심하고, 공장 가동도 더 자주 하니까 에너지도 많이 쓰이고요. 결국 탄소 배출도 더 늘어나게 된다고 하더라고요."
나:
"듣고 보니, 내 취향을 반영해서 만든 게 좋긴 하지만, 그게 지구한테는 좀 무거운 선택이 될 수도 있겠다."
후배:
"맞아요. 그래서 요즘은 환경 생각하면서 토핑이나 커스터마이징도 적당히 하자는 목소리도 있대요. 나만의 걸 만드는 것도 좋지만, 그게 남기는 흔적도 생각해 봐야겠더라고요. “
나는 그날 후배한테서 새로운 문화를 배웠어.
'아, 역시 젊은 사람들이랑 놀아야 해.' 하고 웃으면서 집으로 돌아왔지.
그런데 돌아오는 길 내내 뭔가 마음 한편이 걸리더라.
토핑이나 커스터마이징 문화가 참 신선하고 멋지긴 한데, 문득 생각났어.
내가 이렇게 원하는 대로 고르고, 더하고, 마음껏 선택할 수 있다는 게 모두에게 당연한 일일까?
다양한 선택이 가능하다는 건 그만큼 자원이 풍족하다는 뜻이잖아.
그런데 지구 반대편에는 오늘 하루 마실 물조차 구하지 못해 헤매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떠올리니 마음이 무거워지더라.
토핑을 더할 때마다 하나씩 쌓여가는 플라스틱 뚜껑, 커스터마이징 된 신발 하나를 만들기 위해 쓰이는 에너지와 자재들…
우리가 선택하는 그 순간, 어딘가에서는 그 선택조차 하지 못한 채 하루를 버티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이 떠올랐어.
그날 이후로 나는 커피를 주문할 때 시럽을 하나 덜어내기로 했어.
모든 선택에서 더할지 말지를 고민하기 전에, 한 번쯤 덜어낼 수 있을지를 먼저 생각해 보기로 했거든.
물론 나의 작은 선택이 세상의 흐름을 바꾸진 못하겠지만,
적어도 내가 누리는 풍요가 누군가에게는 전혀 당연하지 않은 일이라는 걸 기억하고 싶었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