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다는 결과 앞에서도 그렇지 않은

by 가온


니프티 검사 결과가 모든 항목에서 정상이라는 사실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큰 위안을 주었다.


나는 원래 '불투명함'을 잘 견디지 못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가능한 한 모든 일을 스스로 계획하고, 예상 가능한 범위 안에 두려고 애쓰는 편임에도, ‘임신’이라는 기간은 이런 나의 성향과는 전혀 다른 방향에 놓여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내가 아무리 준비를 하고, 계획을 세운다 해도 그 결과를 온전히 통제할 수 없는 영역이기 때문에, 마음 한편에는 설명하기 어려운 불안이 늘 조용히 자리 잡고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니프티 검사 결과지는 '안심'의 차원에서는 비용을 지불할 가치가 있는 존재였다. 겨우 한 장 짜리, 어쩌면 비용에 비해 너무 단출해 보이는 종이 한 장이었지만, 그 종이 한 장이 주는 안도감은 나에게 생각보다 훨씬 크게 다가왔다. 막연했던 불안이 구체적인 수치와 결과로 정리된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다만, 임신이라는 과정이 한 번의 확인으로 끝나는 일이 아니라는 것이 문제였다. 임신 20주~24주 차에 진행하는 정밀 초음파 검사를 받기 전까지, 한 번 더 거쳐야 하는 단계가 남아 있었는데, 바로 2차 기형아 검사였다.


일반적으로 임신 15주에서 20주 사이에 진행되는 이 검사는 모체의 혈액을 통해 태아의 염색체 이상 가능성과 신경관결손 여부를 선별하는 검사로, 초기 선별검사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신경관결손이란 태아의 뇌나 척추가 완전히 형성되지 않는 경우를 의미하기 때문에, 이 시기에 반드시 확인해야 하는 중요한 항목이었다. 다만 나는 이미 니프티 검사를 통해 주요 염색체 이상에 대한 선별을 한 상태였기 때문에, 담당 선생님께서는 2차 검사에서는 신경관결손 수치 위주로 확인하면 된다고 설명해 주셨다.


검사 역시 간단한 채혈로 이루어졌기에, 몸에 특별한 부담도 없었다. 결과는 약 2주 후에 확인할 수 있다고 했고, 여느 때와 다름없이 “문제가 있으면 먼저 연락을 드리겠다”는 말을 간호사는 덧붙였다. 역시 사람의 마음을 더욱 불안하게 만드는 그 주문과 함께, 병원 문을 나섰다.




2차 검사를 마친 그다음 날은 내 생일이었다. 내년부터는 아기와 함께 보내게 될 생일, 이번이 어쩌면 남편과 단둘이 보낼 수 있는 마지막 생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우리는 제주도로 짧은 여행을 다녀오기로 했다. 평소와는 조금 다른 마음으로 떠난 여행이었고, 그만큼 소소한 순간 하나하나를 기억에 남긴 채 돌아오는 비행기에 올라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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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륙 후 비행기 모드를 해제하자마자, 휴대폰 화면에 부재중 전화 세 통이 떠 있었다. 발신처는 산부인과였다.


순간, 머릿속이 이상할 만큼 조용해졌다. 웅웅대는 비행기 엔진 소리조차도 들리지 않는 것 같았다. 병원을 나서며 들었던, ‘문제가 있으면 연락드릴게요’라는 말이 또렷하게 떠오르자마자 손가락은 재발신 버튼으로 향하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전화를 못 받아서 다시 연락을 드렸습니다."

"아, ooo산모님이시죠? 2차 기형아 검사 결과가 나와서 연락드렸어요. 신경관결손은 정상이신데, 2차 기형아 검사는 다운증후군 고위험군으로 나오셨어요."


간호사의 목소리는 평소와 다르지 않게 담담했지만, 그 내용은 전혀 담담하게 들리지 않았다. 순간 시간이 잠깐 멈춘 것 같았다. 내가 지금 제대로 들은 게 맞는 건지, 머릿속에서 여러 생각이 동시에 엉켜 돌아가기 시작했다.


'...나는 니프티 검사를 했는데?'

니프티 검사의 다운증후군 검출률(민감도)이 99% 이상으로 알고 있었기에, 이 결과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혼란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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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간호사가 덧붙인 한마디가 상황을 조금 더 명확하게 만들어주었다.

"혹시 니프티 검사를 하셨나요?"

"네, 저는 1차 기형아 검사 때, 니프티 플러스 검사를 진행했고, 모든 내용이 정상이라고 말씀해 주셨는데요.."


간호사는 그제야 이런 경우라면 신경관결손 결과만 확인하면 되고, 그 역시 정상이니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짧은 통화였지만, 채 3분도 되지 않는 그 사이에 내 심장은 발 끝까지 떨어졌다가 다시 원래 위치로 끌어올려진 듯한 느낌이었다. 안도감이 밀려오기는 했지만 찜찜하고 불편한 마음이 떠나지 않았다. 니프티 검사를 했기 때문에 괜찮을 것이라는 생각과, '혹시 그 검사마저 완벽하지 않다면 어떡하지'라는 불안이 동시에 머릿속을 맴돌았다.



간호사로부터 걱정하지 말라는 말을 들었음에도 나는 계속 확인하고 싶었다. 정확히 알고 싶었다. 정말 괜찮은 것이 맞는 건지, 내 뱃속의 아기가 문제 없이 잘 자라고 있는지.


그래서 병원에 다시 문의를 하기도 했고, 주변에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이 있는지 찾아보기도 했다. 챗GPT에게도 다양한 질문을 던져, '괜찮다'라는 '확답'을 얻고 싶었다. 대답은 하나같이 비슷했다.


'아마 아무런 문제가 없을 거야.'


그 누구도 100%라고 장담해 줄 수 없는 상황 앞에서, 나는 아무런 일이 없을 것이라는 것을 머리로는 알면서도 마음 한 구석의 불안함을 여전히 씻을 수 없었고,


참 임신이라는 것은 끝까지 불투명함과 불안함이 결합된 축복의 행위라는 생각을 했다.


이제 앞으로 남은 것은 정밀초음파 검사.

'그래, 무슨 문제가 있다면 이때 뭐라도 나오겠지. 일단 현대 의학의 기술과 내 뱃속의 아기를 믿어보자.'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곤 지금까지의 모든 과정을 조금 더 믿어보는 것, 그리고 그 사이에서 불안을 조금씩 내려놓는 연습을 하는 것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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