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게 숨은 얼굴, 크게 다가온 존재

by 가온


정밀 초음파 검사는 생각보다는 시간이 꽤 오래 걸리는 검사이다.


그동안은 피를 뽑거나, 짧은 시간 동안 화면을 보고 지나가는 정도였는데, 오늘은 작은 생명체를 조금 더 오래,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는 날이기 때문이다. 즉, 이 검사는 태아의 주요 장기와 신체 구조를 비교적 자세히 확인하는 검사로, 손가락과 발가락의 형성부터 뇌, 심장, 장기까지 전반적인 발달 상태를 꼼꼼히 살펴보는 과정이다. 그래서 확인해야 할 것이 훨씬 많기 때문에 일반 초음파보다 시간이 더 오래 소요되는 검사이다.

어두운 초음파실 침대에 눕자, 선생님께서는 대략 30분 이상 소요될 수 있다고 미리 설명해주셨다. 이윽고 미끈하면서도 차가운 초음파 젤의 감촉이 느껴졌고, 그 위로 초음파 기계가 천천히 배를 감싸안으며 움직였다.


"여기가 손이고, 발이고, 여기, 머리도 보이시죠?"


사실 선생님께서 하나하나 짚어주시지 않았다면 도대체 어디가 머리이고, 발이고, 손인지 알 수 없을 미지의 세계 같은 뱃속을 뚫어지게 보면서, 나는 얼른 아기의 얼굴을 볼 수 있기를 바랐다. 마침 쉬는 날이라 함께 병원을 방문한 남편은, 모니터 화면이 뚫어질 정도의 집중력을 발휘하며 모든 감각을 동원해 영상 속 장면을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 애쓰는 듯 보였다.


정밀 초음파 검사로 손가락과 발가락이 잘 형성되고 있는지, 뇌는 두 개로 잘 나뉘어 발달하고 있는지, 심장에 큰 문제는 없는지 등을 확인할 수 있다고 하셨다. 아무리 봐도 잘 모르겠는 그 영상을 통해 이 모든 것을 읽어내는 담당 선생님의 눈썰미에 감탄하면서, 나는 그저 아무런 문제 없이 이 시간이 지나가기만을 바랐다.


특히나 2차 기형아 검사 때 (니프티 검사를 통과했으니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씀하시긴 했지만) 다운증후군 고위험군으로 결과가 나왔었기 때문에, 이번에는 조금 더 꼼꼼히 초음파를 확인하실 예정이라고 하셨다. 그 말을 듣고 난 뒤, 나는 온 감각을 시각에 집중한 채 아무 말 없이 미끄덩 지나가는 초음파 기계의 촉감만을 느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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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쿠, 우리 공주님 얼굴 안 보여 줄거야?"


얼굴이 있을 것 같은 부분에 초음파 기계를 가져다 댄 후, 정적이 감돌던 초음파실 분위기를 깨며 선생님께서 명량한 목소리로 말씀하셨다. 모니터 속 아기는 작고 짧은 팔을 들어 얼굴 전체를 가리고 있었기에, 확인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왼쪽인지 오른쪽인지 모를 작은 귀뿐이었다.


"배를 잠깐만 눌러볼게요~"


초음파 기구로 아기의 얼굴 옆쪽을 살짝 누르자, 불편함을 느꼈는지 영상 속 작은 존재는 얼굴 쪽으로 올렸던 팔을 잠시 내렸다. 하지만 이내 다시 팔을 얼굴 위로 가져다 대고 있었다. 그 자세가 더 편한 모양이었다. 귀여웠다.


이제 500g 남짓 되었을까. 손바닥 위에 올려놓을 수 있을 것 같은 작은 인형 크기의 생명체가 스스로 움직인다는 사실이, 그 자체로 너무나 신비로웠다. 특히, 불편함을 감지해 행동을 바꾸고, 이내 자신이 편한 자세를 찾아 안정을 취한다는 것 역시 경이로웠다.


몇 주 전만 해도 덩어리처럼 보이던 팔과 다리가 어느새 길어져 사람의 형체를 갖추고 있다는 사실도 놀라웠고, 이 모든 일이 내 뱃속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것, 그리고 원래는 ‘무’였던 존재가 지금은 ‘유’가 되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생명의 신비로움에 벅차오르는 감정까지 들었다.


정밀 초음파 검사는 약 40분 정도가 소요되었고, 결국 아기의 얼굴을 정확히 보지는 못했다. 초음파 기계의 방향을 여러 번 틀어 보고, 내가 누운 자세도 몇 차례 바꿔 보았지만, 아기는 끝내 뱃속에서 스스로 편안하다고 느끼는 자세를 고수하고 있었다. 담당 선생님께서도 어쩔 도리가 없다고, 오늘은 여기까지 봐야 할 것 같다고 말씀하셨다.


그나마 아주 짧은 순간, 45도쯤 돌아선 옆모습을 보여주었는데, 선생님께서는 오늘은 그 모습에 만족해야 할 것 같다며 아쉬운 기색을 살짝 내비치셨다. 그럼에도 이상하게도 나는 그날 이후, 정말로 아기와 ‘함께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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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 결과는 이상이 없었고, 아기가 조금 작기는 하지만 잘 자라고 있다는 말씀을 들었다. 그제야 비로소 ‘마음을 쓸어내린다’는 표현이 무엇인지 알 것 같은 안도감이 찾아왔다.


그럼에도 나는 여전히 ‘혹시나…’ 하는 마음을 완전히 지울 수는 없었다.


아마 이 감정은 출산 이후, 아이가 자라는 내내 놓지 못할 감정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차라리 이 불안과 걱정에 익숙해지는 편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아무런 문제 없이 임신 기간이 잘 흘러간다면, 앞으로 남은 큰 검사는 임당검사라고 담당 선생님께서 말씀해주셨다. 임신 당뇨 검사라.. 나는 원체 가족력이 없고, (군것질을 즐기는 편이긴 하지만) 한 번도 건강검진에서 당뇨의 ‘ㄷ’자도 들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다음 검사는 마음 졸일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그렇게 믿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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