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만 35세, 의학적으로 ‘노산’이라고 불리는 기준선 위에 정확히 서 있었다. 그래서인지 임신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접하게 되는 정보의 양도, 깊이도 남달랐다. 그중에서도 유독 마음에 오래 남았던 단어가 하나 있었는데,
바로 ‘니프티 검사’였다.
니프티(NIPT) 검사는 임신 초기, 보통 10주 이후에 진행할 수 있는 비침습적 산전 검사로, 임산부의 혈액 속에 섞여 있는 태아의 DNA 조각을 분석해 염색체 이상 여부를 확인하는 검사다. 대표적으로 다운증후군(21번 염색체), 에드워드증후군(18번), 파타우증후군(13번)과 같은 주요 염색체 이상을 높은 정확도로 선별할 수 있는 검사이다. 무엇보다 좋았던 점은, 양수검사처럼 침습적인 방식이 아니기 때문에 아기에게 직접적인 위험을 주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물론 비용이 적지 않다는 단점은 있었지만, ‘혹시 모를 불안’을 조금이라도 덜 수 있다면 그 정도는 기꺼이 감수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덤처럼 따라오는 장점도 있었다. 다른 검사보다 비교적 빠르게 아기의 성별을 알 수 있다는 것.
담당 선생님께서는 니프티 검사를 진행할지 여부를 조심스럽게 물으셨다.
“초음파상으로는 특별한 이상은 없으세요. 다만 연령대가 있으셔서, 선택적으로 고려해 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권유라기보다는, 선택지를 건네주시는 느낌이었다. 나는 고민할 것도 없이 검사를 하겠다고 말씀드렸다. 그리고 이왕 하는 김에 더 많은 항목을 확인할 수 있는 ‘니프티 플러스’로 진행하기로 했다.
검사는 생각보다 훨씬 간단했다. 팔에서 혈액을 채취하는 데 걸린 시간은 채 5분도 되지 않았다. 이 작은 피 한 통으로, 내 몸속에 있는 또 다른 생명에 대한 정보를 알 수 있다는 것이 어쩐지 신기하게 느껴졌다. 예전에는 아기가 태어나기 전까지 그저 막연한 기대와 불안을 함께 안고 기다렸을 텐데, 이제는 비용만 지불한다면 불투명함을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 어쩐지 조금은 낯설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다행스럽게 느껴졌다.
니프티 검사를 마치고 나니, 곧바로 다음 검사를 진행해야 한다고 했다. 바로 ‘목 투명대 검사’였다.
목 투명대 검사는 임신 초기에 시행하는 초음파 검사로, 태아의 목 뒤쪽에 일시적으로 생기는 투명한 액체층의 두께를 측정하는 검사다. 이 두께가 기준보다 두꺼운 경우, 염색체 이상이나 심장 기형 등의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기 때문에 초기 선별검사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보통 3.0mm 이하를 정상 범위로 보는데, 이 수치는 단순한 숫자라기보다 이 시기의 부모에게는 하나의 ‘안심 기준’처럼 느껴지는 것 같았다.
초음파실로 향했다.
몇 주 전, 그저 작은 점처럼 보였던 ‘젤리곰’이 이제는 제법 사람의 형태를 갖추고 있었다. 옆모습이었지만 이마와 코, 입술의 윤곽이 보였고, 짧지만 분명한 다리도 자리 잡고 있었다.
선생님은 목 뒤쪽을 가리키며 말씀하셨다.
“이 부분의 두께를 측정할 거예요.”
괜히 숨 쉬는 것조차 조심스러워졌다. 잠시 후, 화면에 숫자가 찍혔다.
1.01mm
“정상 범위예요.” 그 한마디에, 긴장이 조금 풀리는 게 느껴졌다.
검사는 무사히 끝났고, 니프티 결과는 약 2주 후에 확인할 수 있다고 했다.
“혹시 문제가 있으면 먼저 연락드릴게요.”
그 말은 참 이상하게도 듣는 순간 마음을 더 불안하게 만드는 주문 같았다.
며칠 뒤, 업무 중이던 아침 시간, 병원에서 전화가 걸려왔다.
순간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이렇게 빨리 연락이 올 이유가 있나. 혹시 ‘문제가 있어서’ 먼저 연락을 주신 건 아닐까. 짧은 몇 초 사이에 별별 생각이 다 스쳐 지나갔다. 조심스럽게 전화를 받았다.
“니프티 검사 결과, 모든 항목 정상으로 확인되셨어요. 성별은 딸입니다. 축하드려요.”
생각보다 너무 담담한 몇 문장으로 마음 한편에 뭉쳐 있던 불안이 천천히 풀리는 게 느껴졌다.
그런데 동시에, 조금은 허무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렇게 중요한 순간이 아무렇지 않게 전달된 것 같아서.
젠더리빌 같은 거창한 이벤트까지는 아니더라도, 조금은 더 ‘두근거리게' 아기의 성별을 알고 싶었던 마음이 있었다. 그래서 다소 아쉽다는 생각이 짧은 순간 머릿속을 스쳤다. 그렇지만 이내 괜찮다는 확신이 들었다. 아기는 건강했고, 나는 몇 달 후면 ‘딸의 엄마’가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으니까.
딸이라니. 내가 '딸의 엄마'가 된다니.
그 말은 입 안에서 몇 번을 굴려봐도 어색했다.
검사 결과를 받고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제, 조금은 안심해도 되는 걸까.'
물론 임신이라는 기간이 단 한 번의 검사로 끝나는 여정이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한 가지 검사 이후에도 수많은 확인과 기다림이 이어질 것이고, 나는 그때마다 아기가 괜찮은지, 잘 자라고 있는지를 확인하기 전까지 조마조마한 마음을 붙들어야 할 것이다. 그래도, 적어도 오늘만큼은 조금 마음을 내려놓아도 될 것 같았다.
왜냐하면 머지않아, 또 한 번의 확인이 기다리고 있으니까. 아기의 몸을 더 자세히 들여다보게 되는 검사, ‘정밀 초음파’.
그때의 나는, 지금보다 조금 더 담담해져 있을까. 아니면 또다시 같은 마음으로 화면을 바라보고 있을까.
그 답은, 아마 다음 검사 날에 알게 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