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잡이 없는 칼

05 서늘한 곳에 보관하십시오

by 온우








물컵을 밀어내는 손과 말을 멈추지 않는 입.

답지 않게 내민 마음들이 탁자 위를 떠돌았다. 숨을 들이마신 건지 내쉰 건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내가 먼저 움직이면 무너질 것 같은 공간 안에서, 당신은 조용히 등을 보였다.


당신이 버린 말들이 발 디딜 틈 없이 바닥을 가득 채운다. 나는 그 위를 피하지 못한 채 걸었고, 어디를 밟아도 부스러지는 감정 사이에서 나는 결국 내 발로 네 말들을 짓밟았다.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 했다. 상처 주지 않으려고 했다. 우리는 서로를 향해 너무 가까이 다가갔고, 서서히 부딪혔다. 나는 나를 지키려고 너를 찔렀다. 그 칼은 분명히 당신을 향했지만, 소리 없는 날카로움이 내게 스며들었다. 고개를 숙였다. 칼을 쥔 손을 내려 본다. 말라붙은 피가 내 손바닥을 무겁게 붙들고 있었다.


내가 쥔 칼에는 손잡이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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