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생애 주기로서의 제2 경제활동기 필요
100세까지 산다면?
중장년 대상 ‘생애 경력 재설계’ 강의에서 항상 던지는 질문이 있다. 당신이 100세까지 산다면 기쁘세요? 참석자들 중 반 이상은 기쁘지 않다고 한다. 보통 오래 살고 싶어 하리라 예상했는데.
남의 일이 아니고 자신의 일이 되면 생각이 달라지는 것 같다. 어떤 걱정을 할까?
첫 번째가 건강에 대한 걱정, 두 번째가 경제문제, 다음으로 고독, 재취업의 어려움, 변화에 대한
두려움 등을 꼽았다.
오래 사는 것이 좋은 것일까?
최근 한 모임의 단톡방에 매일경제에 실린 "120살까지 행복하게 살고 싶으면 식사량 30% 줄이세요"라는 폰타나 시드니大 교수의 식이요법 기사가 올라왔다. 나는 댓 글에 장수에 좋은 정보이지만, 오래 사는데 대한 고민을 해보자고 했다. 시쳇말로 99883(99세까지 팔팔하게 살다가 3일 입원하고 생을 마감한다)으로 살 수 있다면 99를 120까지 더 늘려도 좋다. 하지만 88이 줄고 3은 늘어날 수 있기에 걱정이 더 된다고 내 생각을 말했다.
평균수명은 아직, 기대수명은 100세에 가까이
아직은 우리 주변에 100세를 넘으신 분이 많지는 않은 것 같다. 2022년 통계청 인구 추계에서 100세 이상 인구가 7,751명이다. 100세 이상 인구가 2060년이 되어야 140,000명(0.3%)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통계상으로는 100세 시대는 아직 멀었다. 그러나 주목해야 할 것은 60세 이상 인구가 전체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다. 2022년 25.4%이던 것이 2030년 33.5%, 2040년 41.8%, 2050년 47.1%, 2060년에는 절반 이상인 52.4%로 높아진다. 현시점에서 60세의 기대여명은 25.1년으로 실제 기대 수명은 85.1세이다. 10년 후, 20년 후가 되면 더 길어질 것이 분명하다. 그 시점에서는 기대 수명이 100세 시대가 되는 것이다.
제2 경제활동에 대비하자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장수명 시대는 과거와는 완전히 다른 형태이다.
과거에는 학교를 졸업하고 20대 중•후반에 직장생활을 시작해, 50대 후반에 은퇴한다는 것이 가능했다. 짧은 기대수명으로 50대 후반에 은퇴를 하더라도 남은 시간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100세 시대에는 오래 살기 때문에 50대 후반 또는 60세에 은퇴를 한다면 40년 이상을 아무 일도 없이 살아야 한다. 통계청(2023.5월) 경제활동인구조사에 의하면 주된 일자리에서의 평균 퇴직연령이 49.4세로, 100살까지 산다면 50년간을 무엇인가 하면서 지내야 한다. 경제적 이유로 수입이 필요하다면, 재취업이 시급한 문제일 수밖에 없다.
주된 일자리를 제1 경제활동이라고 하면, 퇴직 후는 제2 경제활동이 필요하게 된다.
“서드에이지(3rd age)”에 대한 이해
하버드대의 윌이엄 새들러 교수는 ‘학창 시절까지 배움의 단계인 1차 성장단계를 퍼스트 에이지(1st age), 일과 가정을 위한 정착단계 즉 취업을 하고 가정을 꾸리는 시기를 세컨드 에이지(2nd age), 장수시대가 되면서 사회적으로 안정단계를 거쳐 청년기의 1차 성장과는 다른, 깊이 있는 2차 성장을 통해 삶을 재편성하는 시기를 서드 에이지(3rd age), 성공적인 노화를 추구하는 포스 에이지(4th age)로 인생의 단계를 나누는 개념’을 제시했다.
예전에 없던 서드 에이지는 ‘새롭게 생겨나면서 인생의 중간쯤의 시기’로 가장 긴 시기이고 자신과 사회봉사 등을 통해 인생의 착륙기로 가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이륙의 시기’로 승화하는 시기로 정의한 것이다.
나에게 일이란?
일반적으로는 경제적 수단, 소속감, 자아실현, 성취감, 사회적 관계 형성, 체면유지, 변화에 대한 학습, 고독감 해소, 규칙적인 생활 등 목적과 의미가 다양하다. 그러나 과거와 달리 세컨드 에이지에서 1차 경제활동의 전성기를 찍고 서드 에이지를 맞이하면서, 일에 대한 의미도 달라져야 한다. ‘수입’보다 ‘일의 의미’에 중점을 두는 방향으로 비중을 조정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사회적 시선이나 성취감, 가족 부양의 책임감 때문에 ‘하고 싶은 일’보다는 ‘해야 하는 일’을 우선시해 왔다면, 서드 에이지는 ‘해야 하는 일’보다 ‘하고 싶은 일’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고 싶은 일’은 각자의 상황이나 위치에 따라 다르겠지만, 일과 삶의 질 사이에서 삶의 질에 더 비중을 두고, 취미와 여가, 가족, 사회적 관계 등을 중시하면서 필요한 학습을 병행해 나가는 것이다.
100세 시대, 위기와 기회
100세까지 살고 80세까지 일해야 하는 시대, 저출산과 고령화로 생산가능 인구가 줄어들어 인력난으로 중장년들의 일자리 기회가 늘어날 수 있다. 그러나 다른 측면에서는 신기술과 신직업의 탄생으로 패러다임 변화에 따른 기존 일자리의 축소나 소멸 등은 중장년에게는 위기로 다가올 수 있다.
재취업뿐만 아니라 창직, 창업, 프리랜서, 사회공헌 등의 다양한 형태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직업도 세분화되어 전문화되고, 또한 직업 간 융합이 되기도 하면서 직업 환경도 변하고 있다.
이러한 위기와 기회가 병존하는 환경 변화에 어떻게 대응해 가야 할 것인가?
다음 회에서는 서드 에이지에 맞춘 생애 재설계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