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이 알려주는 두 가지, 희망 그리고 소중한 것.
불안이 나를 잠식하면,
사시나무 떨 듯 오들오들 떨었다.
평소 반듯하게 서있어 미처 몰랐을 뿐,
뿌리가 모래밭에 심어진 듯 온전체가 휘청거렸다.
불안은 불안을 마구 부르더니,
아주 극한의 상황에 다다르고 나서야 멈추었다.
한 톨의 희망을 보이지 않게 한 뒤에야 말이다.
불안이 보내준 절망에 허우적거리다가
더 이상 내려갈 수 없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리고 거기서 절대로 볼 수 없었던 희망과 마주한다.
여기가 끝이라니.
끝이 고작 이건가?
더 이상 내려갈 수 없는 절망과 상실 속에서
잠도 자고, 밥도 먹고, 일상을 보내며
결국은 그 절망이 조금씩 낯설지 않게 느껴진다.
그 최악의 상황이라고 하는 것조차
처음 불안할 때 생각했던 것과 다르지 않은 데다가
심지어 안 올 수도 있는 것이라는 사실에
불안이 낳은 절망은
희망을 보여줬다.
최악이었다 봤자,
그래봤자,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
마음의 불안이 걷힌다.
불안한 날, 불안을 억누르다 되려 터진다.
있는 그대로 불안해하자.
그리고 불안 속에서
내가 진짜 놓치고 싶지 않은 그것이 무엇인지 보자.
그리고 그것만 지키자.
불안 속에서 나를 괴롭히는 게 억울함이었는데
내가 놓치고 싶지 않은 건 관계였다.
불안 속에서 나를 힘들게 하는 건 미래였는데,
내가 놓치고 싶지 않은 건 가족이었다.
내가 놓치고 싶지 않은 것만
오롯이 지키면 된다.
그거면 된다.
불안은 그걸 알려주려고 온 걸지도,
불안을 이기려고 하지 말고,
불안에 잠식당하려 하지 말고,
불안 속에서 만난 절망, 그 뒤로 조금씩 가질 희망으로
불안을 걷어보자.
불안은 내 안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