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과 위로와 소통을 꿈꾸며
아주 의기양양했다. 아마도 2018년인가, 난 단번에 브런치 작가가 되고 무비패스 멤버로도 뽑혔다.
함께 응모한 친구는 (지금은 나보다 먼저 '작가'가 됐다!) 연거푸 고배를 마시고 완전히 낙담했다.
생각해 보면 내가 어드밴티지를 좀 받았던 것 같다. 당시 신생 인터넷 언론사에 영화 칼럼을 게재하고 있었고 그중 하나를 브런치 스토리에 응모했다. 아무래도 이미 칼럼으로 검증받은 덕분에 가산점을 받지 않았을까 싶은데 어쨌든 그 후에도 나는 영화 칼럼을 꾸준히 올렸고 가끔은 에세이도 올렸다.
그러다가, 도대체, 왜...
난 브런치를 닫아버렸다. 내 글은 물론 사라졌고 나의 '피, 땀, 눈물', 열심히 글을 갈고닦았던 시간들, 내게 체화된 많은 어휘들, 내가 아끼던 접속사들, 조사들 심지어 문장 부호들 까지 한꺼번에 증발했다.
'마법사의 제자'에서 빗자루들이 양동이를 들고 제자에게 달려들 듯, '나를 왜 버렸냐'라고 소리치며 자음과 모음, 각종 부호들이 나를 옥죄어 오는 악몽... 을 꾼 건 아니었지만 지나고 보니 너무도 소중했던 나의 자산이었다는 생각이 들면서 나의 경솔했던 행동을 후회했다
그 후 다시 브런치 스토리에 문을 두드렸고 감사하게도 다시 작가로 활동할 수 있게 됐다.
첫 번째 브런치북 연재. 그동안 엄두를 내지 못했다. 한편으로 아직 불안하고 긴장된 상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재에 뛰어든 건 언제든 써도 되고 안 써도 된다 생각하면 내 브런치 스토리에 대한 애착이 점점 사라지지 않을까 두렵고, 부정기적인 발행은 글의 밀도와 흡인력을 떨어뜨리고 결과적으로 게으른 작가임을 고백하는 것이 되리라 생각해서다.
그래서 언제든 쓸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어찌 되든 써야 하는 것으로 생각을 바꾸기로 했다.
당연한 얘기지만 글을 꾸준히 써서 올리는 것이 구독자들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이며 작가로서 그들과 소통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는 생각이다.
브런치 활동 초기에는 솜씨를 부려 쓰려고 했고 자만심이 가득했다. 한편으로는 작가를 꿈꾸지도 않았다. 영화 칼럼 쓰는 것에 집중하느라 누구나 쓰는 에세이를 나까지 굳이 써야 할까 의문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 공백의 7년여 동안 내 일기장과 노트에 촘촘히 들어찬 글감들을 가지고 이걸 어떻게 풀어낼까 고민하고 있다. 내 글을 읽으며 공감하고 위로받는 사람들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실크와 시폰과 벨벳으로 솜씨 부려 만든 오뜨 꾸뛰르 드레스 보다 투박하더라도 사람 냄새나는 손뜨개 스웨터를 만들고 싶다.
내가 살아온 이야기, 아이들 이야기, 부모님 이야기, 나와 세상을 이어준 고마운 친구들 이야기, 끊임없이 진화하는 그들과의 관계를 쓸 것이고 현명하게 잘 늙어가기 위해 끊임없이 생각하고 있는 것들도 써보고 싶다.
긴 글은 잘 읽지 않기 때문에 나의 연재글 역시 길지 않을 것이다. "이 정도의 시간은 할애해 주겠지" 싶은 그리 길지 않은 글들을 연재할 것이다.
어릴 적부터 지구력이 좀 없는 편이라 그런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