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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숑의 직장생활 Jul 18. 2023

[3화] 아프니까 행복(?)이다

인간은 정지할 수 없으며 정지하지 않는다.

그래서 현 상태로 머물지 아니하는 것이 인간이며, 현 상태로 있을 때, 그는 가치가 없다.

- 장 폴 샤르트르 (Satre, Jean-Paul)


"직장 생활은 편안하니? 난 네가 행복하기만 하면 더 이상 바랄 게 없다..."


어머니는 항상 전화통화 끝에 물어보신다. 편안하니? 행복하면 좋겠다.


우리는 모두 행복을 바라고, 행복을 좇으며 살아간다. 그렇다면 무엇이 행복일까? 아무 일 없이 편안한 일상이 지속되는 삶? 돈 걱정 없이 매일 하고 싶은 것만 할 수 있는 삶?


 삶에서 언제 행복한 순간이었을까 생각해 본다. 첫 직장에서 입사 통보를 받았을 때, 승진하고 월급이 올랐을 때, 내가 번 돈으로 처음 해외여행을 갔을 때 등등. 그 순간순간들의 벅차올랐던 감정을 아직까지 생생하게 기억한다. 어머니의 질문에서 시작된 '행복한 삶은 어떻게 사는 것일까'란 고민에 대해서, 나의 행복했던 경험들을 바탕으로 아래와 같이 정리해 봤다.


첫째, 무사 무난 (無事無難) 한 삶은 행복과 다르다. '잠자는 숲 속의 공주'는 왕자를 만나기 전까지 무사 무난 한 삶을 살았다. 하지만 과연 그녀는 행복했을까? 대기업을 다니는 많은 사람 중에서도 개인 사업을 차리거나 혹은 스타트업으로 이직하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데, 더 안락한 삶을 위해서였을까? 살아가면서 편안하고 아무 일 없기를 바라는 생각은, 행복을 추구하는 것과 전혀 다른 가치라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둘째, 행복은 '노력과 고통을 수반'한다. 왜 운동선수들은 우승하면서 오열하는가. 단순히 기뻐서? 모든 것을 이루었다는 안도감에? 오히려 대부분의 선수들은 그동안 '고생했던 노력'들을 우승으로 보상받는다는 생각에 감격스럽다고 말한다. 프로젝트를 완수하거나 승진하기까지 회사에서 치열하게 버텨왔던 생활, 내 집 마련을 위해 돈을 모으고, 고민 때문에 잠 못 이루던 나날들, 시험에 붙기 위해 밤낮을 독서실에서 지새웠던 인고의 시간들. 행복은 우리가 노력을 통해 시련을 이겨냈을 때 느끼는 '희열'에 가깝다.


셋째, 행복은 '영원히 지속되지 않는다'. 행복은 지속되는 상태의 개념이 아니고 매 순간의 감정이다. 승진, 월급 인상, 해외여행, 명품 구매 등으로 인한 즐거움은 한 달 이상 지속되지 않는다. 우리는 더 높은 곳, 더 비싼 것, 더 많은 것을 원하게 되며 그 프로세스는 끊임없이 반복된다.


종합적으로 '행복은 고통을 수반하는 과정을 이겨냈을 때 느끼는 성취감'이다. 성취감은 오랫동안 지속되지 않기 때문에, 우리가 행복한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지속해서 '도전'해야 하고, 그 도전에서 오는 고통, 고난을 이겨내는 과정들을 끊임없이 반복해야 한다. 즉, 한 번의 큰 행복이 아니라, 여러 번의 작지만 '지속 가능한' 행복이 우리의 삶을 훨씬 더 행복하게 해준다.


이 말을 다시 해석하면, 거창한 사업을 성공시키거나 중요한 시험에 합격하지 않아도 얼마든지 행복할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 아침에 일어나서 운동하기, 오늘까지 마감해야 할 회사 업무 처리하기, 저녁 자기 전에 글쓰기 등... 도전의 크기나 중요도 상관없이, 우리는 언제든지 도전의 기회를 만들 수 있다. 도전하고, 성취하자, 그리고 행복하자.


도전이 없고, 고통이 없는 삶은 행복한 삶이 아니라, 하염없이 왕자만을 기다리는 '잠자는 숲 속의 공주'가 사는 삶, 샤르트르가 얘기한 '죽어 있는 삶'과 다를 바 없다.


나는 어머니의 질문에 답변드린다. 

'어머니, 편안하다고 행복한 것은 아니에요. 행복이란 자고로 도전을 통한 고통을 수반해서..."


"... 뚝"


어머니는 아들의 행복은 궁금하지만, 아들의 행복론은 안 궁금하신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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