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설팅 프로젝트를 하다 보면, 프리랜서 분들과 같이 일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아무래도 같은 회사 소속이 아니라, 프로젝트 기반으로 짧은 기간 동안 같이 일하고 헤어지다 보니, 다양한 분들의 업무 스타일을 접하게 될 기회가 많았다.
특히 백상무님 (연차에 따라 호칭을 상무라고 지칭), 박상무님, 김상무님과 같이 완전히 다른 스타일의 세 분과 일을 같이 하면서, 같은 상황에서도 다른 방법으로 유연하게 대처하시는 모습들을 보고 있노라면, 정말 직장 생활에는 한 가지 방법만 있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그 당시에 가장 인상 깊었던 사례를 가지고 각 상무님들의 스타일을 비교해 본다.
(상황) 내가 대리 연차였을 때, 고객사를 대상으로 현황 분석 자료를 발표하고 앞으로 어떻게 진행할지 논의하는 미팅에 상무님과 참석했다. 상무님이 리드하며 미팅을 진행하는 도중, 고객사 중 한 분이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다.
"상무님, 방금 얘기하신 거, 사실과 맞지 않는 부분이 좀 있는 거 같은데, 오히려 A라기보다는 B가 맞지 않나요?"
나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아... 저거 약간 알쏭달쏭한데... 우리가 실수한 건가...?
모두의 눈이 상무님께 쏠렸다. 상무님은 과연 어떻게 대처하실까?
"그래요? 어디가 틀렸어요?"
"8페이지 오른쪽 아래 부분이요, A라고 써 놓으셨잖아요"
8페이지를 빤히 보시는 상무님
(Case.1) 백상무님's case
'자, 앞에 4페이지 봐봐요, 거기에 뭐라고 쓰여 있어요?"
질문자는 4페이지를 좀 더 상세히 읽어 보기 시작한다.
"왜 내가 A라는 결론을 도출했는지 이유를 보시면, 저번에 제조 팀과 인터뷰했을 때, xx 부분에 대한 언급이 있었고요, 그 부분에 대한 Fact도, 관련 자료를 통해서 확인을 했었습니다. 지금 B라고 말씀하신 얘기는 이전 우리가 조사했던 내용과는 정말 상반되는 내용이어서, 추가로 한 번 더 확인을 해보도록 하죠"
"아... 네 알겠습니다"
왜 이런 결론을 도출하게 되었는지의 과정을 이해시켜, 상대방이 납득하게 끔 만드는 논리력. 그리고 단순히 의견을 무시하지 않고, 추가로 검토해 보겠다는 멘트까지. 똑똑하고 샤프한 백상무님.
(Case.2) 박상무님's case
'여기요? A가 아니고 B라고요? 조금만 더 설명해 봐요 왜 그런지"
순간 질문자는 흠칫 당황했지만, 이내 차근 차금 설명하기 시작한다
"A가 아니라 B인 이유가, 저 그림에서 보면 xx기능이 이어져 있잖아요, 그러면 xx 현상 때문에..."
대답을 한참 들으시는 상무님
"아 원래 그런 거예요? 그렇게 중요한 걸 왜 이제 와서 얘기해~ 미팅 끝나고 책임님한테 내가 좀 더 물어볼게요, 오케이? 자 일단 얘기하던 거 마저 합시다"
"아... 네 알겠습니다"
잘못을 지적한 사람에게 오히려 그걸 왜 이제 와서 얘기하냐고 다그치는 적반하장 전략. 사람들은 늦게 얘기해 준 사실에 무안해하며 좀 더 회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시작한다. 상대방을 포용하여 자기편으로 만드는 박상무님.
(Case.3) 김상무님's case
'맞아요, 제 말이 그 말이에요"
순간 질문자는 잠시 멍해 있더니 반문한다.
"네?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자, 보세요. 지금 최책임님이 말씀하신 관점으로 보면 A와 B는 다르게 해석될 수 있지만, 좀 더 큰 관점으로 보면 두 가지 경우 다 C안에 포함되는 내용이잖아요? 그렇게 되면 우리가 사용하는 데이터 값의 해석 여부에 따라, A가 될 수도 있고 B도 될 수 있는 건데... 어쩌고... 저쩌고... 그래서 결론은, 최책임님이 이해하신 게 맞아요. 그거예요 바로"
"아... 네 알겠습니다"
교묘하게 A를 B로 변하게 만드는 화술의 마술사. 사람들은 신기하게 본인의 지적이 오히려 김상무 님의 발표를 정확히 이해하게 된 반증으로 인식하고 말았다. 물에 술 탄 듯, 술에 물 탄 듯한 화술로 교묘하게 빠져나가시는 김상무님.
어떤 스타일이 더 좋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하나 확실한 건 직장 생활하는 데 정답은 없었다는 것. 나는 어떤 스타일의 상무님처럼 되어 가는 걸까? 아니면 전혀 다른 또 하나의 스타일이 되어가는 걸까?
당신은 직장에서 어떤 스타일이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