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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숑의 직장생활 Jul 19. 2023

[4화] 삼색 아이스크림

컨설팅 프로젝트를 하다 보면, 프리랜서 분들과 같이 일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아무래도 같은 회사 소속이 아니라, 프로젝트 기반으로 짧은 기간 동안 같이 일하고 헤어지다 보니, 다양한 분들의 업무 스타일을 접하게 될 기회가 많았다.


특히 백상무님 (연차에 따라 호칭을 상무라고 지칭), 박상무님, 김상무님과 같이 완전히 다른 스타일의 세 분과 일을 같이 하면서, 같은 상황에서도 다른 방법으로 유연하게 대처하시는 모습들을 보고 있노라면, 정말 직장 생활에는 한 가지 방법만 있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그 당시에 가장 인상 깊었던 사례를 가지고 각 상무님들의 스타일을 비교해 본다.


(상황) 내가 대리 연차였을 때, 고객사를 대상으로 현황 분석 자료를 발표하고 앞으로 어떻게 진행할지 논의하는 미팅에 상무님과 참석했다. 상무님이 리드하며 미팅을 진행하는 도중, 고객사 중 한 분이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다.


"상무님, 방금 얘기하신 거, 사실과 맞지 않는 부분이 좀 있는 거 같은데, 오히려 A라기보다는 B가 맞지 않나요?"


나도 모르게 을 꿀꺽 삼켰다. 아... 저거 약간 알쏭달쏭한데... 우리가 실수한 건가...? 

모두의 눈이 상무님께 쏠렸다. 상무님은 과연 어떻게 대처하실까?


"그래요? 어디가 틀렸어요?"

"8페이지 오른쪽 아래 부분이요, A라고 써 놓으셨잖아요"


8페이지를 빤히 보시는 상무님


(Case.1) 백상무님's case

 

'자, 앞에 4페이지 봐봐요, 거기에 뭐라고 쓰여 있어요?"


질문자는 4페이지를 좀 더 상세히 읽어 보기 시작한다.


"왜 내가 A라는 결론을 도출했는지 이유를 보시면, 저번에 제조 팀과 인터뷰했을 때, xx 부분에 대한 언급이 있었고요, 그 부분에 대한 Fact도, 관련 자료를 통해서 확인을 했었습니다. 지금 B라고 말씀하신 얘기는 이전 우리가 조사했던 내용과는 정말 상반되는 내용이어서, 추가로 한 번 더 확인을 해보도록 하죠"

"아... 네 알겠습니다"


왜 이런 결론을 도출하게 되었는지의 과정을 이해시켜, 상대방이 납득하게 끔 만드는 논리력. 그리고 단순히 의견을 무시하지 않고, 추가로 검토해 보겠다는 멘트까지. 똑똑하고 샤프한 백상무님.


(Case.2) 박상무님's case


'여기요? A가 아니고 B라고요? 조금만 더 설명해 봐요 왜 그런지"


순간 질문자는 흠칫 당황했지만, 이내 차근 차금 설명하기 시작한다


"A가 아니라 B인 이유가, 저 그림에서 보면 xx기능이 이어져 있잖아요, 그러면 xx 현상 때문에..."


대답을 한참 들으시는 상무님


"아 원래 그런 거예요? 그렇게 중요한 걸 왜 이제 와서 얘기해~ 미팅 끝나고 책임님한테 내가 좀 더 물어볼게요, 오케이? 자 일단 얘기하던 거 마저 합시다"

"아... 네 알겠습니다"


잘못을 지적한 사람에게 오히려 그걸 왜 이제 와서 얘기하냐고 다그치는 적반하장 전략. 사람들은 늦게 얘기해 준 사실에 무안해하며 좀 더 회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시작한다. 상대방을 포용하여 자기편으로 만드는 박상무님.


(Case.3) 김상무님's case

 

'맞아요, 제 말이 그 말이에요"


순간 질문자는 잠시 멍해 있더니 반문한다.


"네?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자, 보세요. 지금 최책임님이 말씀하신 관점으로 보면 A와 B는 다르게 해석될 수 있지만, 좀 더 큰 관점으로 보면 두 가지 경우 다 C안에 포함되는 내용이잖아요? 그렇게 되면 우리가 사용하는 데이터 값의 해석 여부에 따라, A가 될 수도 있고 B도 될 수 있는 건데... 어쩌고... 저쩌고... 그래서 결론은, 최책임님이 이해하신 게 맞아요. 그거예요 바로"

"아... 네 알겠습니다"


교묘하게 A를 B로 변하게 만드는 화술의 마술사. 사람들은 신기하게 본인의 지적이 오히려 김상무 님의 발표를 정확히 이해하게 된 반증으로 인식하고 말았다. 물에 술 탄 듯, 술에 물 탄 듯한 화술로 교묘하게 빠져나가시는 김상무님.


어떤 스타일이 더 좋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하나 확실한 건 직장 생활하는 데 정답은 없었다는 것. 나는 어떤 스타일의 상무님처럼 되어 가는 걸까? 아니면 전혀 다른 또 하나의 스타일이 되어가는 걸까?


당신은 직장에서 어떤 스타일이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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