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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 같은 질문에 답하는 세 가지 방법

by 만숑의 직장생활

회사에서 일하다 보면 같은 상황인데도, 사람마다 전혀 다른 방식으로 대처한다는 걸 깨닫게 된다. 특히 프로젝트를 하면서 프리랜서 상무님들과 함께했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하다. 같은 질문을 받아도, 같은 난처한 상황에 놓여도, 세 분은 완전히 다른 해법을 꺼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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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 고객사 미팅 자리, 우리는 분석 자료를 발표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날카로운 질문이 날아왔다.


“상무님, 이거 사실이랑 다른 거 같은데요? A가 아니라 B 아닌가요?”


순간 공기가 싸늘해졌다. 나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아... 우리가 실수한 건가? 모두의 시선이 발표자였던 x 상무한테 쏠렸다.


1. 백 상무 – 논리의 검객


“그래요? 어디가 틀렸는지 같이 보시죠.”


그는 차분하게 4페이지를 펼치며 근거를 짚어냈다.


“우리가 A라는 결론을 낸 이유는 제조팀 인터뷰에서 이런 얘기가 있었고, 관련 자료도 확인했기 때문입니다. 말씀해주신 부분은 상반된 내용이니, 추가로 검토해 보겠습니다.”


날카로운 질문은 오히려 백 상무의 칼 같은 논리에 무뎌졌다. 상대방은 고개를 끄덕이며 “네, 알겠습니다” 하고 물러섰다.


→ 팩트와 프로세스로 설득하는 스타일. 깔끔하다. 샤프하다. 검객 같다.


2. 박 상무 – 적반하장의 유쾌함


“B라고요? 왜 그렇게 생각하세요? 설명 좀 해보세요.”


당황한 질문자가 이유를 늘어놓자, 박상무님은 갑자기 이렇게 말했다.


“아니, 그렇게 중요한 걸 왜 이제 와서 말씀하세요? 하하. 일단 끝나고 차장님께 제가 더 확인하겠습니다. 자, 회의 계속하죠.”


질문자는 머쓱해졌지만, 분위기는 더 활기를 띠었다. 지적했던 사람이 오히려 회의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시작했다.


→ 다그침과 농담을 섞어 분위기를 자기 쪽으로 끌어들이는 스타일. 얄밉지 않고, 오히려 유쾌하다.


3. 김 상무 – 언어의 마술사


“맞습니다. 제가 하려던 말이 그거예요.”


순간 질문자는 멍해졌다. “네…? 무슨 말씀이신지?” 상무는 여유 있게 설명을 이어갔다.


“A와 B는 다른 해석 같지만, 사실 큰 틀에서 보면 C 안에 다 들어갑니다. 데이터 해석에 따라 A일 수도, B일 수도 있죠. 그러니 방금 말씀해주신 부분도 맞습니다.”


결국 질문자는 “아... 네 알겠습니다”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신기하게도 지적은 흡수됐고, 발표는 오히려 더 탄탄해 보였다.


→ 물에 술 탄 듯, 술에 물 탄 듯, 결국 자기 흐름으로 돌려놓는 스타일. 화술의 마술사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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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같은 질문이었는데, 세 명의 상무들은 전혀 다른 방식으로 답을 냈다. 팩트로 제압하는 검객, 농담으로 분위기를 바꾸는 유쾌함, 말의 흐름을 뒤집는 마술사. 누가 더 옳다고 말하기 어렵다. 각자 다른 무기로 상황을 해결했을 뿐이다. 그 자리에 있던 나는 그냥 침만 삼키고 있었지만, 돌아보면 제일 오래 남는 건 상무들의 답이 아니라 내 안의 질문이었다.


나는 과연 어떤 방식으로 이런 상황을 헤쳐나갈 수 있을까? 그리고 더 중요한 건, 내 무기가 무엇이든 간에, 그걸 언제 꺼내야 힘을 발휘할 수 있는지 아는 감각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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