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 대리가 이직한 지도 벌써 석 달쯤 됐다. 신입 때부터 내가 챙겨주던 친구였다. 이직한다고 했을 땐 아쉽기도 하고, 밥도 몇 번 사주고 조언도 해줬다. 그래서 그런가, 나름 정이 들었었다.
얼마 전 팀 회식 자리에서 임 대리 얘기가 나왔다. 박 과장이 말했다.
“며칠 전에 임 대리한테 카톡 왔었어요. 잘 지내냐고.”
남 과장이 바로 받는다.
“저는 전화했어요. 이제 적응됐다고 하더라고요.”
“맞아요, 재밌게 지낸다던데요.”
박 과장이 웃으며 끄덕였다. 나는... 연락 안 왔는데.
남 과장이 말을 잇는다.
“아, 그리고 말 나온 김에, 다다음 주 목요일에 임 대리랑 이 과장이랑 저랑 해서 한잔 하기로 했거든요. 만숑 님도 조인하실래요?”
나는 말했다.
“아, 그날 선약 있어서요. 아쉽네요. 진작 알았으면 좋았을 텐데.”
나도 모르게 거짓말을 해버렸다. 사실, 그날 일정은 텅텅 비어 있었다.
그 자리를 지나고 나니 머릿속이 좀 시끄러워졌다. 임 대리 왜 나한테는 연락 안했지? 내가 뭘 실수했나? 엑셀 수식 틀렸다고 뭐라 했던 거? 내가 어려운 사람인가? 아님... 그냥 깜빡한 건가?
화를 낼 정도는 아니다. 그렇다고 아무렇지 않다고 하긴... 좀 그렇다. 그 기분. “기분 나빴어?”라고 물으면 “아니야, 그냥... ” 하고 끝낼 수밖에 없는 그런 거. 누가 잘못한 것도 아니고, 따지자니 유치하고, 그렇다고 웃으며 넘기기엔 자꾸 마음 한구석이 뻐근한 감정.
그래서 말도 못 꺼낸다. 그냥 조용히, 혼자 생각만 돈다. 그리고, 이상하게 언짢다. 그날 집에 와서 한참 뒤에야 알아챘다.
아, 나... '빈정' 상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