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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화] 우리는 여전히 칭찬이 고프다

by 만숑의 직장생활

코로나 이후, 오랜만에 갖는 팀 회식.
요즘은 회식 자리가 드물다 보니, 이렇게 가끔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는 자리가 더없이 반갑다.

분위기가 어느 정도 무르익었을 즈음, 평소에는 나에게 말을 잘 걸지 않던 박 사원이 조용히 내 앞으로 자리를 옮겨 앉으며 얘기한다.

“평소에 잘 챙겨주셔서 감사해요. 만숑님 덕분에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옆에 사람들이 듣고 있어서 괜히 민망해졌다. 그냥 “고마워~” 하고 잔을 들었고, 박 사원도 자연스럽게 짠.

그걸로 마무리되나 싶었는데, 옆에 있던 김 부장이 굳이 끼어든다.

“만숑이 박 사원한테 평소에 잘해주나 봐. 박 사원이 많이 믿고 의지하네. 앞으로도 더 잘해줘.”

“에이, 저야말로 부장님한테 정말 많이 보고 배웠죠.
저 항상 도움 필요한 거 있으면 부장님 먼저 찾는 거, 아시잖아요?”

나는 구체적인 사례를 떠올려 몇 가지 덧붙였고,
진심 반, 전략 반으로 엄지 척도 날렸다. 막연하게 하는 칭찬은 아부 같고, 구체적인 칭찬은 진심처럼 들린다고 했다.

김 부장은 별 얘기 없이 듣고 있었지만, 입꼬리가 살짝 올라간 걸 보니 기분이 나쁘진 않은 듯했다.

이 모든 걸 묵묵히 듣고 있던 또 한 사람, 최 상무가 웃으며 한마디 한다.

“좋겠네 김 부장, 오늘은 네가 밥 사야겠다. 애들이 다 너만 좋아하네.”

“에이 상무님, 오늘 이 자리 만들어주신 게 다 상무님 덕인데요. 솔직히 상무님께서 우리 팀 잘 이끌어 주시니까 여기까지 온 거 아니겠습니까.”

“맞아요, 상무님. 앞으로도 잘 이끌어주세요!
저희는 상무님만 믿고 가는 겁니다.”

“야 됐어, 그만해. 너희가 다 잘해서 그런 거지.
난 그냥 너희들한테 무임승차 한 거야. 오히려 내가 더 잘 부탁한다.”

최 상무는 흡족한 표정으로 테이블을 돌며 술을 따라주셨다. 잔을 채우는 손이 평소보다 부드러워 보였다.

어릴 땐, 작은 일에도 칭찬을 받을 일이 많았던 것 같다.
학교에서 상을 받거나, 어른들 심부름을 도와도 "기특하다"는 말을 들었다. 하지만 직장에선 연차가 쌓일수록, 사회에선 나이가 들수록, 칭찬받을 기회는 점점 줄어든다.

그래서 요즘엔 나부터라도, 상대방의 연차나 나이와 상관없이 그 사람이 조금이라도 잘했다고 느끼는 부분은 생각에 그치지 않고 말로 전하려고 한다.

인턴이든 사장이든, 어린이든 노인이든, 다들 칭찬이 고픈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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