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왜 그렇다고 생각해? 그 일이 왜 어려운 걸까? 한 번 고민해 보고, 고민한 거 가지고 내일 다시 얘기해 보자"
일 하다가 난관에 부딪치면 가끔 김상무님께 여쭤보곤 했는데, 항상 이런 식으로 반문하신다. 질문은 내가 했는데 내가 답을 찾아서 보고해야 하는 상황. 참 어렵다.
"그런 거는 말이야, 내가 xx 있었을 때였는데... 그때 그래서 어떻게 했냐면... 어쩌고저쩌고..."
반대로, 백상무님은 어떤 질문이던지 간에 항상 본인 자랑으로 대화를 이끌어 가신다. 그래서 또 다른 의미로 기피 대상이다.
전 직장 선배 중에 가끔 안부 인사드리는 분이 계신데, 통화로 이런저런 얘기하다가, 두 상무님들의 건설적이지 않은 것 같은 (?) 피드백 스타일에 대해 푸념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하아... 그래서 두 분한테는 뭘 물어보고 싶은 생각이 아예 없어요"
"그래, 너도 참 고생이 많다... 그런데 그거 알아? HR 관점에서 봤을 때는 말이야 (그분은 전 직장에서 HR 담당이셨다) 두 분 상무님도 그냥 아무 생각 없이 그러시는 건 아닌 거 같은데? 리더십 공부를 좀 하시는 분들인가 보네"
"네? 리더십 공부를 하시다니요? 그게 무슨 말이에요?
"방금 네가 얘기한 게 사실 HR 분야에서는 리더십 기법에 다 나와 있는 방법들이거든"
"헉 진짜요? 이런 게 리더십 기법으로 정리가 된 게 있어요?"
"그럼, 예를 들어 김상무님 같은 경우는 질문한 사람한테 계속 왜 그런지 질문을 해서 스스로 답을 찾게 하도록 유도하시잖아. 이걸 보통 코칭 리더십이라고 해. 소크라테스의 문답법이라고 들어 봤니? 계속 대화와 문답을 통해서 질문자가 무엇을 놓치고 있었는지 깨우치게 유도하는 기법"
"반면에, 백상무님 같은 경우는 본인의 유사한 경험을 얘기해 주시잖아. 본인의 경험을 공유해 줌으로써 질문자가 영감을 받아 스스로 답을 찾게 하는 방법을 '멘토링'이라고 해. 멘토링은 많이 들어봤잖아? 멘토링의 핵심은 사실 가르치는 것, 즉 티칭이 아니라, 멘토의 경험을 공유함으로써 멘티가 스스로 깨닫게 하는 거거든"
"대박... 상무님들이 설마 이런 이론들을 공부하시고 말씀하신 건 아니겠죠? 그럼 너무 소름 돋는데"
"그야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학문에도 설명되어 있는 기법들인 거니까, 마냥 무시하기도 좀 그렇지 않니?"
아니, 학문에 나와있는 기법이라면, 분명히 효과가 있어야 할 텐데 나에게는 항상 잔소리처럼 들리는 이유는 뭘까? 내친김에 그 이유도 물어봤다. 풋, 하고 웃으신다.
"코칭이나 멘토링을 하려는 사람들이 알게 모르게 간과하는 게 하나 있어"
"그게 뭔데요?"
"코칭이나 멘토링이 실제로 효과가 있으려면, 하나의 전제가 필요한데, 그건 바로 '정서적 유대감'이 형성되어 있어야 한다는 거야"
정서적 유대감.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딱히 유대감도 없는 사람이 하는 조언은 그냥 잔소리로 들릴 가능성이 높지. 잘 생각해 보면, 아까 얘기했던 두 상무님 같은 경우에, 실제 너와 같이 업무를 치열하게 고민해보지 않았거나, 현장에서 으쌰으쌰 하며 같이 고생했던 경험이 없거나, 네가 평소에 그 두 분에 대해 별 생각이 없었거나, 뭐 그러지 않았을까?"
"들을 준비도 안되어 있는 사람에게, 누군가가 질문이나 자기 얘기만 계속하면서 답을 깨우쳐 주려고 하면, '대체 뭘 안다고 그러지?'라고 생각하게 되는 건 너무나 당연한 거야. 그러니까 사람들이 그런 상황을 가리켜 '꼰대, 라떼는' 같은 표현도 쓰는 거고"
"그래서 말이 좀 길어졌는데, 결론적으로 보면 코칭이나 멘토링이란 건, 화자가 어떤 얘기를 할지 고민하기 전에, 청자 관점에서 어떻게 유대감을 쌓아서 '들을 마음'이 생기게 할지 고민해 봐야 하는 거지. 그러니까 다른 사람들을 코칭하고 멘토링한다는 게 어려운 거야. 오히려 그런 고민 없이 본인이 아는 거, 경험한 거 얘기하는 건 되게 쉬워"
하나만 알고 둘은 몰랐던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