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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화] 창의적이진 않지만, 인사이트는 있으시네요

by 만숑의 직장생활

양꼬치집에서 김 상무와 1:1로 마주 앉아 있었다.

멘토링이라는 명목이긴 했지만, 사실 양꼬치의 기름 냄새가 더 적극적인 분위기를 만드는 자리였다.


“만숑.”


“네, 상무님.”


“내가 봤을 때 말이야, 너의 제일 큰 장점은 뭔지 알아?”


“음... 저는 머리 좋은 거 빼고는 딱히 없지 않나 싶은데요? 하하.."


“네가 머리가 좋다고? 똑똑하긴 한데, 머리가 좋은 스타일은 아니지.”


내가 농담처럼 던진 말을, 김 상무는 정색하고 반박했다. 약간 당황한 나는 되물었다.


“똑똑한 게 머리 좋은 거 아니에요?”


“달라. 머리 좋다는 건 수학이나 공학처럼 계산 빠르고 숫자에 강한 사람들 얘기야. 그런데 똑똑하다는 건, 복잡한 상황에서도 핵심을 잘 짚고 정리하는 거지. 그런 의미에서 너는 머리 좋진 않아도, 똑똑한 축에 속하지.”


욕인지 칭찬인지 잘 모르겠다.


"그럼 만숑이 봤을 때, 나는 어떤 거 같아? 그래도 같이 몇 년 일해 봤으니 좀 알 거 아니야"


"상무님요? 상무님은..."


훅 들어온 질문에, 잠시 고민하다가 불현듯 떠오른 생각을 말씀드린다.


"상무님은 창의적이진 않으시지만, 인사이트는 있으신 거 같아요"


"응? 내가 창의적이지 않다고? 무슨 얘기야 그게?"


눈을 동그랗게 뜨신 상무.


“제가 생각하는 창의적인 사람은요, 서로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걸 잘 엮어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어내는 사람이에요. 예를 들어, 비유를 잘하는 사람이 딱 그런 스타일이죠. ‘네 눈은 호수 같아’ 이런 말처럼요. 눈이랑 호수는 전혀 다른데, 그걸 연결해서 뭔가 특별한 느낌을 만들어내잖아요.”


"응, 그럴듯하네. 그런데 내가 그걸 잘 못는 것 같아?"


"아니요, 상무님은 그런 거 잘하시죠. 이번에 프로젝트하면서도 그런 모습 많이 보여주셨잖아요"


"그럼 왜 나는 인사이트는 있는데 창의적이진 않다고 했어?"


숨 한 번 고르고.


“저는 사실... 창의적인 거랑 인사이트 있는 거랑 비슷한 말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다만 차이가 있다면, 창의적이라는 말은 주로 젊은 사람한테 쓰고, 인사이트 있다는 말은... 음, 나이 좀 있으신 분들한테 쓰는 것 같달까. 그래서 상무님은 창의적이라기보단, 인사이트 있는 분이신 거죠.”


이후 김 상무는 내가 무슨 말을 해도 "그건 인사이트가 부족하다."라고 농담처럼 공격했다. 그러면 나도 지지 않고 "근데 상무님께서는 창의력이 부족하시지 않습니까?"라고 되받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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