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다니던 회사에서는, 멘토링 프로그램이라는 게 있었다. 회사 내 시니어와 주니어를 매칭해서, 업무 외적으로 캐주얼한 소통을 하라고 식사비용을 지원해 주는 프로그램이었다.
그날도, 나는 나의 멘토였던 김상무님과 양꼬치집에서 1:1 멘토링 타임을 갖고 있는 중이었다.
"만숑"
"네 상무님"
"내가 봤을 때 만숑의 가장 큰 장점은 뭔지 알아?"
"저요? 글쎄요... 저는 머리 좋은 거 빼고는 딱히 장점이 없는 거 같은데요? 헤헤..."
"네가 머리가 좋다고? 똑똑하긴 하지, 그런데 머리가 좋은 스타일은 아니지"
나는 농담이었는데, 진심으로 아니라고 말씀하셔서 당황했다.
"똑똑한 게 머리가 좋은 거 아니에요? 무슨 차이가 있나요?"
"다르지. 머리가 좋다는 의미는 수학이나 공학 같은 계산이 빠른 사람들을 머리가 좋다고 하는 거야. 주위에도 있잖아, 숫자 한 번 보면 안 잊어버리고 머리 회전 휙휙 되는 사람들. 소위 말하는 이과적 머리"
"똑똑하다는 의미는 아무리 복잡한 문맥이나 상황에서도 핵심을 잘 파악해서, 요약할 줄 아는 사람을 똑똑하다고 하는 거야. 현상 파악하고, 의미 있는 결과 도출하고, 딱딱 정리하는 사람들. 그런 걸 특출 나게 잘하는 사람들이 있어. 이런 건 문과적 머리지. 그 관점에서 보면 만숑은 머리가 뛰어나게 좋진 않아도 똑똑한 사람이지"
욕인지 칭찬인지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넘어가도록 한다.
"그럼 만숑이 봤을 때, 나는 어떤 거 같아? 그래도 같이 몇 년 일해 봤으니 좀 알 거 아니야"
"상무님요? 상무님은..."
훅 들어온 질문에, 잠시 고민하다가 불현듯 떠오른 생각을 말씀드린다.
"상무님은 창의적이진 않으신데, 인사이트는 있으신 거 같아요"
"응? 내가 창의적이지 않다고? 무슨 얘기야 그게?"
눈을 동그랗게 뜨신 상무님.
"제가 생각하는 창의적인 사람은요, 아무 상관없어 보이는 두 가지 이상의 것을 잘 엮어서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거나 뭔가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견해 내는 사람이거든요. 비유를 잘하는 사람이 대표적인 예랄까? 너의 눈은 호수와 같다처럼 눈과 호수는 직접적인 관련은 없지만, 두 단어를 엮음으로써 특별한 의미를 창출해 내잖아요"
"응, 그럴듯하네. 그런데 내가 그걸 잘 못하는 것 같아?"
"아니요, 상무님은 그런 거 잘하시죠. 이번에 프로젝트하면서도 그런 모습 많이 보여주셨잖아요"
"그럼 왜 나는 인사이트는 있는데 창의적이진 않다고 했어?"
숨 한 번 고르고.
"왜냐면 제가 생각했을 때는, 창의적인 거나 인사이트 있는 거나 거의 같은 개념인데, 젊은 사람은 창의적이라고 하고 나이 좀 있으신 분들한테는 인사이트 있다고 하는 것 같거든요. 그러니까 상무님은 창의적인 사람이 아니라, 인사이트 있는 사람인 거죠"
내 대답을 들으시고 상무님은 웃으셨을까, 화내셨을까. 상상은 각자의 몫으로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