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후, 오래간만에 갖는 팀 회식. 요즘엔 회식 자리가 많이 없다 보니, 이렇게 가끔 사람들이랑 어울릴 수 있는 자리가 그렇게 반갑다.
분위기가 어느 정도 무르익었을 무렵. 평소에는 나에게 말을 잘 걸지 않던 박매니저가 내 앞으로 자리를 옮겨 앉으며 얘기한다.
"평소에 잘 챙겨주셔서 감사해요. 만숑님 덕분에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옆에 사람들 듣고 있는 것도 민망해서, 그냥 '고마워~'하면서 짠 하고 이야기를 마무리하려고 하는데, 옆에 있던 부장님이 '굳이' 끼어드신다.
"만숑님이 박매니저한테 평소에 잘해주나 봐, 박매니저가 많이 믿고 의지하네, 앞으로도 더 잘해줘"
"에이, 저야말로 부장님한테 정말 많이 보고 배웠죠. 저의 직장 내 멘토시잖아요. 아시죠? 저 항상 도움 필요한 거 있으면 부장님 먼저 찾는 거"
구체적인 예시를 들며 얘기하는 칭찬은 진심, 막연하게 얘기하는 칭찬은 아부라고 했다. 나는 부장님이 나한테 도움 주신 사례들을 들어가며 엄지 척을 날려 드렸다.
잠자코 들으시지만 숨길 수 없는 부장님의 희미한 미소. 술자리에서 말씀이 많으신 분인데 왜 잠자코 경청하시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이 모든 걸 묵묵히 듣고 있던 또 하나의 인물. 상무님이 말씀하신다.
"좋겠네 김부장, 오늘은 네가 밥 사야겠다. 애들이 다 너만 좋아하네"
"에이 상무님, 오늘 이 자리 만들어 주신 게 다 상무님 덕인데, 솔직히 상무님께서 우리 팀 잘 이끌어 주시니까 여기까지 온 거 아닙니까"
"맞아요, 상무님, 앞으로도 잘 이끌어주세요! 저희는 상무님만 믿고 가는 겁니다"
"야 됐어, 그만해. 너네가 다 잘해서 그런 거지. 난 그냥 너희들한테 무임승차 한 거지, 오히려 내가 잘 부탁한다"
상무님은 흡족해하는 표정으로, 기분이 좋으셨는지 모두에게 술을 따라 주신다.
어릴 때는 조그마한 일이라도 주위에서 칭찬을 받을 기회가 많았던 것 같은데, 직장에선 연차가 쌓일수록, 사회에선 나이가 들 수록, 칭찬받을 기회가 점점 줄어드는 것 같다. 그래서 요즘엔 나부터라도, 상대방의 연차나 나이와 무관하게, 그 사람이 조금이라도 잘했다고 느끼는 부분들은 생각에 그치지 않고 적극적으로 얘기해 주려고 한다.
인턴이든 사장이든, 어린이든 노인이든, 다들 칭찬이 고픈 사람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