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가 어렵다고 난리다. 대출 이자는 계속해서 오르고, 주식 시장은 불황이고, 부동산 경기도 오락가락한다.
이러한 경제 상황과 맞물려, 요즘 회사도 안팎으로 시끄럽다. 많은 수의 임원들이 바뀌고, 기존의 조직들이 없어지고, 조직에 속해 있던 사람들은 뿔뿔이 흩어졌다.
동료들과 종종 들려오는 회사 내 흉흉한 소문들에 대해서 공유하고, 앞으로 어떻게 될지 머리를 맞대고 추측해 봐도, 대부분의 소문들이 사실이 아닌 경우가 많았다. 사람들의 카더라 통신이 이곳저곳에서 들려오는 게 많은 것으로 보아, 확실히 많은 사람들이 불안해하고 있는 것 같다.
회사 내 동갑내기인 이책임은 그런 관점에서 보면, 참 무덤덤한 편이다. 상무가 바뀌고, 팀이 없어진다는 얘기를 들어도 '그래? 그런가 보네'하고 시큰둥하게 넘기는 경우가 많다. 참 회사 돌아가는 일에 관심이 없는 친구구나 싶다.
주식장이 폭락한 그날도 마찬가지였다. 평소에도 주식에 대해 이것저것 조언해 주던 이책임에게, 이렇게 불안정한 상황의 대처 방법에 대해 물었다.
"그냥 신경 쓰지 말고 무시해"
"아니, 주식이 이렇게 많이 떨어졌는데 어떻게 무시해?"
"그럼 팔고 다른 주식을 사던가"
"야, 네 주식 아니라고 말 참 쉽게 한다 너"
"무슨 소리야, 이번에 나도 많이 떨어졌어"
이책임이 씽긋 웃으면서 이어 얘기한다.
"너 처음에 그 회사 주식 왜 샀어? 앞으로 그 회사가 잘될 것 같으니까 산 거 아니야. 지금 안 파는 이유도 그런 믿음이 있으니까 계속 들고 있으려고 하는 거고. 그런데 겨우 지금 경기가 안 좋아서 한 번 출렁한 거 가지고, 그렇게 조급하게 생각할게 뭐 있니. 네가 조급하게 생각한다고, 뭐 달라지는 건 없잖아?"
"그렇긴 한데... 그래도 불안하니까 그렇지"
'팔 생각 없으면, 그냥 무덤덤하게 있어. 너 저번에도 상무가 새로 오네, 조직이 바뀌네, 뭐 이것저것 해서 힘들다고 얘기했던 거 있지? 그것도 주식이나 마찬가지야. 너 회사 옮길 거야? 옮길 생각 없으면,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에서는, 네가 불안해하든 말든 일어날 일은 일어난다는 거지. 그럼 그냥 그 시류에 몸을 맡기면 되는 거야. 너나 내가 할 수 있는 건 없잖아. 뭐 하러 그런 걸 고민해"
"아니 그래도, 회사 돌아가는 얘기나 소문은 알고 있어야 준비 같은 걸 하잖아. 나중에 어떻게 될지도 모르고"
"그런 것들한테 귀 닫고 있으라는 얘기가 아니고, 네가 control 할 수 없는 것들한테 휘둘리지 말고, 그냥 너 할 일에만 집중하라는 거야. 아까 얘기한 대로, 아까 그 회사 주식을 판다거나,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에서 이직을 할 마음이 아니라면 말이야. 돌아가는 상황은 계속 업데이트를 하고 있더라도, 벌어지는 일들에 대해서는 그냥 덤덤하게 받아들여야지"
"야, 나도 머리로는 네가 한 말 이해하겠는데, 감정이 동요되는 걸 어떡하냐. 그럼 내가 뭐에 집중해야 되는데?"
"매일 하는 일들 있잖아. 회사 출근해서, 일하고, 회사 끝나고 운동하고, 저녁에 가족이랑 시간 보내고 하는 일들. 그렇게 네가 control 할 수 있는 루틴 한 삶을 꾸준히 이어가는 게, 어찌 보면 네가 지금 control 할 수 없는 힘듦이 아무것도 아닐 수 있게 하는 원동력 아닐까?"
다음 날, 떨어졌던 주식이 반등했다. 그래, 주식이든 직장생활이든 오르고 떨어지는 것에 연연하지 말자. 그냥 내 할 일만 하면 되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