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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디자이너 Feb 10. 2024

프랑스 시아버지 프랑스 남편의 부전자전

아버님은 다이버 광이다. 브리타뉴의 바다로, 이집트의 바다로 아프리카의 바닷속을 탐험하러 가신다. 친구들과 해향해서 마다가스카로 가기도 하는데, 그때는 한 달 정도 집을 비우신다.  그럴 땐 어머님 혼자 한 달을 집에 계신다.

시부모님은 프랑스의 브리타뉴에 위치한 인구 4000명의 작은 마을에 거주하신다. 바다를 두고 있는 도시라 여름에는 여행객들로 붐비는 곳이지만, 겨울엔 사람들이 많이 없다. 동네 집들도 띄엄띄엄 있어서 사람 간의 교류도 많지 않다. 프랑스 사람들은 한국 사람들처럼 서로 연락을 자주 하지 않는다. 이곳의 겨울은 여름의 활기와 비교하면 더 황량하고 외롭다. 이 도시에서 어머님은 아버님이 집을 비우시고 혼자 계실 때 무슨 생각을 하실까? 말동무가 필요하지는 않을까? 이때가 고양이 한 마리가 어머님의 말동무가 되는 순간이다.


아기가 태어나고 우리 가족은 매년 여름 한 달을 프랑스 시댁에서 머문다. 손녀딸을 볼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다. 우리가 머무는 기간에도 아버님은 다이빙을 가끔 가신다. 그 몇 번 다이빙 안 가신다고 큰일 나는 것도 아닌데, 다이빙 약속을 꼭꼭 잡는 아버님한테 가끔은 섭섭하기도 하다.



남편은 자전거 광이다. 어린 시절 남편은 친구들보다는 혼자서 자전거를 타고 브리타뉴의 이곳 저것을 돌아다니기를 좋아 했다고 한다. 자전거 타고 파도치는 바다를 보면서 이런저런 공상을 했을 어린 시절의 남편. 18살 때는 피피(남편 친구)와 한 달 동안 아일랜드를 자전거로 2000km 타면서 여행했던 남편. 이것만 봐도 남편이 얼마나 자전거를 사랑하는지 알 수 있다.



상하이에서 살면서 자전거를 많이 못 타지만, 프랑스 집에 있는 자전거 고치기를 좋아 한다. 그 자전거는 30년도 더 된 자전거이다.


현재 판매되는 자전거와 남편의 30년 지기 자전거의 타이어 사이즈가 다르다. 그사이 타이어의 표준 사이즈가 바뀐 것이다. 유럽에서는 더 이상 예전 사이즈의 타이어를 판매하지 않는다. 중국에서 물어 물어 물어서 겨우 예전 기준 사이즈의 타이어를 구매했다. 그 타이어의 가격은 자그마치 230만 원. 브롬톤 자전거를 하나 살 수 있는 가격이다. 그래도 남편은 그 타이어를 샀다. 그해 여름, 우리는 엑스트라 차지를 내면서 그 자전거 바퀴를 프랑스로 가져갔다. 그리고 수리에 들어갔다. 프랑스에 갈 때면 남편은 자전거를 수리 때문에 너무 바쁘다. 안장도 새로 사야 된다, 신발도 새로 사고 싶다, 칠도 새로 해야 한다고 했다. 프랑스는 자전거 매장이 엄청 많은데, 그 매장들을 하나씩 들려서 물건을 보고 비교를 한다. 자전거 수리 때문에 늘 바쁘고 여기저기 다니는 남편에게 화가 났다. 남편은 고향이라 모든 것이 익숙 하겠지만 이것은 나의 휴가이기도 하다. 남편은 일 년에 딱 한번 있는 일을 이해 못 해주냐며 나에게 불만을 표한다. 그 말도 맞지만 나도 나의 휴가를 남편과 같이 보내고 싶다. 일단은 내가 한발 양보했다. 승자 없는 싸움밖에 더 될까.

남편과 아버님은 비슷하면서도 닮지 않았다. 하지만 본인들의 애정 하는 것에 있어서는 너무 닮았다.



다이빙이라면 어디로든 얼마의 시간이든 떠나시는

아버님.

자전거라면 얼마의 시간이든 지체하지 않고 투자하는 남편.


이런 남편과 사는 일은 고단하면서도 외롭다.

아니 속터진다.


한번은 남편이 자전거의 어느 부분에 필요한 나사를 사야 한다며 집은 비웠다.

어머님은 ' 아휴 진짜 자전거 지겹다. '

본인 남편의 다이빙은 이해하시지만 아들의 자전거 사랑은 싫으신가 보다.


어머님, 어머님 아들이랑 사는 거 쉽지 않아요.

이런 내 마음을 어머님은 이해하지 않을까? 나중에 내가 프랑스어를 잘하게 되는날 어머니께 물어봐야겠다.


다이빙을 사랑하는 남편과 사는 건 어떤 기분인가요?

자전거를 사랑하는 남편과 사는 저의 기분을 이해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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