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아버지
무남독녀 외동딸 마리(시어머님 이름)는 아버지를 꽤나 좋아하는 딸이었다. 마리가 스무 살이 되던 해에 그녀의 아버지는 돌아가셨다.
그녀의 엄마는 남편이 죽고 딸에게 히스테리를 부리기 시작했다. 다른 형제가 없던 마리는 엄마의 변덕과 이해하기 힘든 행동들을 혼자서 감당해야 했다. 형제자매도 없이 혼자서 아버지의 부재를 견뎌야 했고, 그녀의 엄마를 견뎌야 했다. 그 시절의 마리는 얼마나 외로웠을까? 그녀의 엄마도 남편의 부재가 힘들었을까? 모녀는 깊은 얘기를 하지 않은 채 그렇게 자신의 상황을 견뎌야 했다.
한 번은 남편이 돌아가신 어머님 본인 아버지랑 너무 닮았다고 했다. 어머님에게 이런저런 농담을 해서 그녀를 웃게 만들고, 엄마의 말을 선입견 없이 들어주는 아들. 그래서일까? 유독 남편과의 대화를 좋아하시고 경청하는 어머님.
매주 토요일은 부모님과 통화하는 남편. 1시간은 기본이고, 이야기 주제가 넘쳐 난다. 나에게는 길게 느껴지는 1시간이 그녀에게는 짧게만 느껴진다.
어머님의 아버지 얘기를 듣기 전에는 왜 저렇게 남편을 좋아하나 싶었다. 이제는 이해하게 되었다.
어쩌면 일흔이 넘은 마리는 아버지가 그리운 것일 수도 있다. 늘 다정했던 아버지. 그녀를 웃게 만들었던 아버지. 늘 꿈에서 보던 아버지. 너무 일찍 헤어져서 그동안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은 딸 마리.
이제는 그녀가 남편과 더 많은 얘기를 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