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쓰는 디자이너 Jan 27. 2024

프랑스에서 마다가스카까지   항해하는 시아버지

-안녕하세요 안드레아요. 편하게 안드레아라고 불러도 돼요. 


네?? 시아버지를 그냥 이름으로 부르라고요??

이건 너무 앞서갔다. 아무리 프랑스 시댁이라고 해도 아버님을 봉쥬르 안드레아!라고 부를 수는 없다.

프랑스에서는 딱히 시아버지를 시아버지라고 부르지 않고 파파 혹은 아버지라고 부른다. 나는 편하게 파파라고 부른다.


다이빙 경력이 30년이 넘는 파파는 프로 다이버이다.

배를 갖고 계시는 친구분이 계시는데, 배 주인을 중심으로 남자 4명이 항해해서 프랑스에서 마다가스카까지 간다. 그리고 다시 항해해서 집으로 돌아오신다.

나 : 어머 한 달이요? 안 힘들어요 파파?’

어머님 : 힘들긴!! 아주 신났지. 말해 뭐하니. 휴

어머님은 한 달간 집을 비우는 파파가 마음에 들지 않는 눈치다. 같이 붙어 있으면 싸워도 없으면 적적한 게 부부다. 한 달 동안의 부재는 길다.


70이 넘은 남자들이 마시고 싶은 위스키 마시면서 소시송(프랑스 말린 햄) 먹으면서 농담도 했다가 바다 위의 넘을 거리를 파도도 봤다가 히히덕덕 장난 넘치는 농담도 했다가.  

10대 소년들이 처음으로 떠나는 여행과는 다른 재미가 있을 것이다.

지난 50년간 가족들을 위해서 살아왔고, 이제는 본인만의 시간이 왔다. 즐길 시간이다.

잠은 교대로 자면서 항해를 한다고 했다. 마다가스카에 도착하면 그동안 못 먹은 뜨뜻한 음식도 드시고 다이빙도 즐기신다.


이 평화로운 시간도 잠시.

배 주인의 아내분인 마담 렐구아쉬는 늘 밖으로 나도는 남편에게 화가 났다. 집은 늘 뒷전이고 친구들과 아일랜드로 마다가스카로 떠나는 남편에게 불만인 마담 렐구아쉬가 배를 팔기로 결정했다.

언젠가는 일어날 일이었다. 1년에 두세 번 한 달씩 집을 비우는 남편을 마음 편히 잘 다녀오시게 하는 부인이 몇이나 될까?


시부모님은 브리타뉴의 서쪽 끝에 바다와 마주하는 곳에 사신다. 바다와 가까워서 파파는 평소에도 다이빙을 즐기신다. 온돌이 없는 프랑스의 겨울은 뼈가 시리게 춥다. 그래도 파파는 겨울 다이빙을 즐기신다.


여름이면 초보들에게 다이빙을 가르치는 봉사활동을 하신다. 같은 연배의 친구들만 나는 게 아니라 다이버 동호회의 사람들과도 자주 어울리신다. 다이빙이라는 공통분모가 있어서 그런지 나이, 성별 부문 없이 서로 서로 친하다.


작년 여름, 아버님은 다이버 동호회 사람들과 이집트로 여행을 가셨다. 이집트 피라미드 관광도 하시고 다이빙도 하시고.


이런 꿈같은 인생이 또 있을까?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는 파파를 보면서 멋있다!

인생은 파파처럼! 이렇게 생각하다가도, 문득 황혼의 나이에 자주 집을 비우는 남편을 상상해 봤다.

나는 싫다. 늘 붙어 있다고 좋은 건 아니지만 그래도 남편이 자주 집을 비우면 섭섭할 것 같다.


이것은 오롯이 전지적 며느리 시점이다

나는 파파의 인생을 모른다. 내가 파파를 안건 고작 8년 정도의 시간이다. 하지만 지금껏 내가 봐왔던 파파의 인생은 참으로 멋지다.


주말마다 쓰레기 분리수거를 하는 파파

일요일에 청소기를 돌리는 파파

매일 저녁 식기세척기를 돌리는 파파

매주 주말에 시장을 보는 파파는 애정 표현은 없지만, 그 마음은 아내를 향한 진심과 애정으로 가득한 것일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결혼 50년 차 남편의 바람직한 모습 아닐까?


이전 02화 프랑스 시아버지 한국 며느리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