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랬을까?
프랑스 유치원을 다니고 있음에도 아이의 프랑스어가 늘지 않고 있었다. 내가 회사를 그만두고 보육하면서 한국어는 많이 늘었지만 프랑스어는 아주 조금 늘었다. 선생님과 학부모 미팅을 했는데, 아이가 도통 입을 열지 않는다고 했다. 아마도 프랑스어가 편하지 않는 것 같다.
그래서 내린 특단의 조치. 6월 한 달 일찍 프랑스 시댁으로 가서 3달을 지내는 것.
아무래도 유치원보다는 할아버지, 할머니와 매일 이야기하고 프랑스어밖에 들리지 않으니, 언어가 늘 수밖에 없는 환경이 필요하지 않을까?
이곳에 온 지 3주가 흘렀다.
평화로운 일상에 내 마음은 그다지 평화롭지 않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일상이지만 왜 나는 웃지 않는 것일까?
그 원인을 생각해 보았다. 지난 3개월을 상하이에서 독박육아에 지쳐있는 상태에서 바로 프랑스로 왔다. 이번엔 24시간 보육이 시작되었다. 오전에만 잠깐 아이를 봐주시는 시부모님.
아이밥을 해야 하고 목욕도 내가 해줘야 하고, 오후에는 같이 놀어줘야 한다. 아, 잠도 재워줘야 한다.
가정보육을 내가 쉽게 생각했었다. 시부모님이 계시고 시댁이 해변가 바로 앞이라 프랑스에 오면 육아가 술술 풀릴 줄 알았다.
3개월 독박육아와 3개월 가정보육.
나의 시간이 절실하다. 아침에 아이가 할아버지와 나가면 나는 나가서 러닝을 하기 시작했다. 이렇게라도 내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
내가 왜 그랬나 싶은 마음이 들었다.
시작은 분명 아이의 프랑스어 향상이었다. 하지만 나의 상황을 너무 고려하지 않았다. 나는 해낼 줄 알았다.
또 어찌어찌 시간은 잘 흘러갈 것이다.
힘들어도 밝게 생각하고 말해야 한다.
지금은 그것밖에는 답이 없다. 그래 좋은 쪽으로 생각하자.